참 정의가 그립다

참 정의가 그립다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정성진 목사
2013년 12월 19일(목) 16:56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3개 단체가 협의하여 창간한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연말에 이듬해의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특징짓는 '올해의 사자성어' 또는 '희망의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2013년은 '제구포신(除舊布新)-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였다. 이는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여 새 임기를 시작하는 현 행정부에게 바라는 전언이었다.
 
그러나 2013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한국의 현주소는 희망의 사자성어와 많이 동떨어져 있는 듯하다. 애당초 18대 대통령 선거결과는 이런 상황을 예견했었다. 제15대 선거(1997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인 75.8%를 기록하였고 현 당선자는 투표자의 51.5%를 득표 당선되었다. 문제는 2위 후보가 48%의 지지를 얻어, 득표 차이는 108만 496표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나라가 둘로 나뉘게 되었고, 올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여러 정치적 파국은 이를 격화시켰다.
 
정치만 반으로 나뉜 것이 아니다. 올해 한국교회는 교회 분열의 역사를 전 세계 형제교회들에게 명확하게 보여주고 말았다. 부산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는 마치 1959년 44회 장로회 총회를 연상시켰다. WCC 문제로 통합과 합동으로 분열된 장로교회의 역사는 54년의 세월을 흘러 부산에서 재현됐다. 개막 하루 전 부산 벡스코 전시장 주변을 가득 메우고 WCC 반대를 외쳤던 사람들, 대회 참석자들에게 "예수 믿고 구원 얻으시오!"라고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국교회의 갈등이 정말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통감하였다.
 
나라도 교회도 반반씩 쪼개지고 말았다.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 왜 이리도 다툼과 분열이 많을까? 조선 시대 붕당(朋黨)의 역사가 아직도 그치지 않은 것일까? 지금도 동인과 서인, 노론과 소론으로 싸워야 하는가?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8월에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국민대통합심포지엄'에서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OECD국가 중 터키에 이어 2위'이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80조원에서 많게는 200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갈등지수를 10%만 낮춰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5.4% 높아진다고 추산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와 같은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미국의 철학자인 존 롤스(John Rawls)는 '정의론'(1971)에서 '분배정의'를 외친다. 분배정의란 일종의 차등원칙으로, 개인의 타고난 재능을 사회의 공동자산으로 여기고 그 재능을 활용해 얻은 이익을 공유하는 개념이다. 롤스는 능력주의 사회에 의문을 던지며 '공정으로서의 정의'이론을 발전시켰다. 비유로 말하자면, 내가 달리기를 잘 해서 많은 돈을 번 것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처음부터 '잘 달릴 능력'을 주셨기 때문이다. 내가 남들보다 노력해서 더 많은 돈을 벌었다면 그것 또한 '노력할 수 있는 의지'를 주신 하나님 덕분이다. 따라서 자연적으로 얻은 능력으로 인한 소득은 일정부분 공동체에게 돌려주어야 공정한 사회이며 정의의 실현이라고 롤스는 말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남과 북으로 갈라진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다. 어떻게 분단을 극복할 것인가? 북한 정권이 망해서 통일이 된다면 분단이 사라질까? 아니다. 더 가진 자들이 자신의 것을 나눠줄 때 분단이 사라지고 진정한 통일이 될 것이다. 어떻게 해야 양쪽으로 쪼개진 대한민국이 하나가 될까? 부한 자는 손을 펴서 없는 자에게 나눠주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한국교회가 하나가 될까? 큰 교회는 작은 교회를 섬기고 도시의 큰 교회는 시골의 작은 교회를 살려야 한다. 이것이 참으로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고 하나가 된 '공교회'를 만드는 첩경이다.
 
하나님께서는 '이 땅에 가난이 그치지 않을 것'(신 15:11)이라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가진 자는 자신의 것을 나눠주라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우리가 이렇게 주의 명령에 순종할 때 받을 상급을 이사야 58장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리하면 네 빛이 새벽 같이 비칠 것이며 네 치유가 급속할 것이며 네 공의가 네 앞에 행하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뒤에 호위하리니 네가 부를 때에는 나 여호와가 응답하겠고 네가 부르짖을 때에는 내가 여기 있다 하리라"(8~9절)
 
정의는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다.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참 정의를 실천하는 거룩한 공교회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정성진 목사 / 거룩한빛광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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