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추기(思秋期)에 선 베이비부머 세대

사추기(思秋期)에 선 베이비부머 세대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노치준 목사
2013년 10월 31일(목) 14:17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베이비부머(baby-boomer)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은 불과 9년의 터울을 가진 세대이지만 그 수가 약 712만명 정도 되고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어린 시절의 빈곤, 교육열, 경제성장, 민주화, 지역을 옮기는 수평적 사회이동, 계층의 변화에 따른 수직적 사회이동, 세계화와 금융위기 등을 함께 경험하였다. 그리하여 이들은 남다른 세대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현재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 군을 이루고 있으며 다수의 평범한 베이비부머들은 공적 영역에서 은퇴하고 있다. 이들은 낀세대로서 부모들을 모셔야 하고 또한 자식들에게 무한 투자를 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리하여 일평생 열심히 달려 왔지만 자기 자신의 노후 준비는 미흡하다.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에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후준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3.7%가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온다.
 
이러한 베이비부머에게 정신적 심리적으로는 사추기(思秋期)가 찾아오고 있다. 사추기란 신체적 사회적 변화를 경험하는 중년의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 정신적 혼돈과 좌절의 시기를 말한다. 베이비부머들은 일평생 열심히 일하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런데 급작스럽게 사회적 활동이 중단되고 또한 건강이 약화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 버릴 수 있겠구나하는 깊은 열패감(劣敗感)이 밀려오게 된다. 열심히 달려왔지만 노후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베이비부머들의 경우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가 겹치면서 사추기의 감정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베이비부머의 사추기를 어떻게 관리하는가의 문제는 비단 베이비부머 본인들의 문제일 뿐 아니라 교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베이비부머들이 교회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이들의 뒤를 이어줄 30, 40대는 그 수도 적을 뿐 아니라 교회에 대한 애착과 헌신의 마음도 현저하게 약하다. 베이비부머 윗세대들은 그 동안 교회를 지켜 오느라 많이 수고하였고 이제 그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이다. 앞으로 5~10년 사이에 이 베이버부머들이 자신들의 인생과 관련된 실존적인 고민을 극복하고 또한 다음 세대를 든든히 세울 수 있는가 하는 것이 한국 교회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를 맞이하여 베이비부머들은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세우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은퇴하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건강한 베이비부머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 지식, 시간을 교회를 세워나가는데 사용해야 한다. 이것이 약해지고 있는 한국교회를 살리는 길이요 또한 베이비부머 자신들이 삶의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사추기의 위험과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베이비부머들이여, 이미 은퇴하여 떠나온 공적 영역을 기웃거리려고 하지 말라. 후배들과 자녀들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지 말라. 돈이 필요한 사람은 많이 벌어 많이 쓸려는 생각을 버리고 적게 벌어 적게 쓸 생각을 하라. 전성기의 화려했던 삶은 잊어버리고 약하게 사는 법,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서 사는 법을 배우도록 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주님의 몸된 교회로 오라. 그 곳에서 기도하고 전도하고 봉사하라. 그리하여 약해진 교회도 살리고 사추기의 위기도 극복하는 지혜 있는 주의 자녀가 되라.

노치준 목사 / 광주양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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