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품격

그리스도인의 품격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김운성 목사
2013년 06월 13일(목) 14:34

1852년 2월27일 새벽 2시, 상어 떼가 우글거리는 아프리카 북단의 한 해역에서 영국 해군 수송선 한 척이 암초에 충돌하여 침몰하고 있었다. 이 배에는 군인 472명, 군인가족 162명이 타고 있었으나, 60명 정원의 구명보트가 3척밖에 없어 180명만 구조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절망에 휩싸여 울부짖었지만, 장병들은 함장의 진두지휘 아래 침착하게 가족들을 구명보트에 옮겨 태웠다. 18명이 더 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도 타지 않고, 구명보트가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472명의 전 장병이 구명보트를 향해 거수경례를 한 채 배와 함께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이 사건은 1859년 새뮤얼 스마일스의 '자조론'에 소개되어 영국 신사도의 표본으로 추앙되었다.
 
신사도의 뿌리는 중세의 '기사도'이다. 기사란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특권이 허용된 젊은 남자를 지칭하던 말이었다. 로마 제국이 기울 무렵인 5세기 무렵 북유럽 국가들에서 기사도가 탄생했다. 중세의 기사들은 명예롭지 못한 기습공격이나 약자나 패자에 대한 학대와 살해를 금했다. 기사도란 영웅이 갖춰야 할 이상적인 품성으로 무용, 성실, 명예, 예의, 경건, 겸양, 약자 보호라는 덕목을 가지고 있었다. 윗사람에게는 용기ㆍ정의ㆍ겸손ㆍ충성으로, 동료들에게는 예의로, 약자에게는 연민으로 대하고 교회에서는 헌신할 것을 요구했다.
 
그 후 기사 제도가 중세와 더불어 몰락하자 기사도를 대신해 존경할 만한 행동 규범으로 신사도가 나타났다. 명예의 존중, 관용, 봉사, 함부로 남과 싸우지 않는 것,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되는 경우에도 일정한 룰을 지키는 것(소위 페어플레이 정신), 부상당한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는 것, 여성에 대한 정중한 태도, 노인ㆍ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위로 등이 신사도의 핵심 내용이다. 이런 모습을 갖춤으로써 품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오늘 우리에게도 '성도의 품격'이 요구된다. 골로새서 2장 5절을 보면 "너희가 질서 있게 행함과"라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 '질서'라고 번역되는 단어는 헬라어 '탁신'인데, "군인들이 질서 정연하게 정렬하는 것"을 말한다. 군인을 생각할 때 맨 처음에 떠오르는 것이 반듯한 태도와 말, 그리고 절도 있는 행동과 질서이다.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이런 품격이 요구됩니다. 성도는 흐트러진 모습, 방만한 태도, 저질적인 대화, 바르지 못한 몸가짐, 저속한 이야기를 금해야 한다. 인간관계와 리더십 분야에서 탁월한 한 교수는 "바르지 못한 몸가짐으로 앉아 있는 사람, 즉 기대거나 다리를 꼬고 흔들거리거나, 다리를 떨거나, 상대방에게 주목하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사람은 절대로 인생을 결정할 중요한 일에 파트너로 삼지 말라"고 충고하였다.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태도, 그윽한 음성, 진지한 경청, 품위 있는 단어를 사용한 진실한 대화, 반듯한 자세 등은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텔레비전이나 SNS 등에서 유행하는 비속어나 알아듣기 힘든 언어, 자극적이거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단어는 멀리하는 게 좋다. 친할수록 예의가 필요하다.
 
교회는 사회의 품격을 이끄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기독교인은 18%정도라고 하지만, 그 숫자가 전 계층에 골고루 분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주로 상류층에, 리더 그룹으로 갈수록 기독교인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그러므로 성도들이 품격 있는 언행심사(言行心事)를 가진다면, 사회는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다. 이번에 청와대 모 인사의 일로 인한 국격의 손상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품격'이란 단어를 생각해 보자. 성도 개개인이 품격만 지켜도 우리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총회와 노회에서도 품격 있는 총대들이 되었으면 한다.

김운성 목사 / 땅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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