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님 장로님, 우리 장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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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양칼럼 ] 장로님, 우리 장로님

윤대영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1월 02일(금) 15:25

[목양칼럼]

성찬식이 있는 주일 아침 장로님이 찾아오셨다. "목사님 저는 장로로 시무한지 12년이 되었습니다. 오늘부터 모든 장로 직임을 내려놓고 낮은 자리에서 평신도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됩니다." 처음 임직을 받을 때부터 해 오시던 말씀이었다.
 
"미국교회와 서구 선진 교회를 보면 청년회 회장도 장로로 시무하기도 하고, 여선교회 회장도 장로로 시무하기도 합니다. 왜 우리 한국교회는 굳이 신앙의 연조를 따져 힘이 없고 늙어서야 장로로 임직을 하고, 경제력도 없고 문화도 뒤처지는 처지에서 장로가 되어 젊은 인재들이 마음껏, 교회에서 봉사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 주지 않고 방해를 하는지 알지 못 하겠습니다. 저는 12년간 시무하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안식을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라고 제안을 해 오셨다.
 
이럴 땐 어떻게 답을 해야 하나? 장로님의 진심이 무엇인지도 잘 알지 못해 어리둥절하였다. 장로는 마땅히 성찬식 집례위원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마저도 내려놓으시려고 하는가?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본인의 간곡한 요청이 진심인 듯하여 그냥 듣기만 하기로 하였다. 그 다음이 더 충격적이었다.
 
"이제 장로로서 시무를 마감하면서 전 재산을 하나님께 바침이 마땅하지 않습니까?"라고 말씀 하시면서 "아직 아파트로 대출 받은 것이 있어서 흠 있는 재산을 하나님께 바치는 것이 죄송스럽습니다"라고 어쩔 줄 몰라 하시는 모습에 오히려 목사인 필자가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곤란하였다.
 
그분은 이렇게 말씀을 이어가셨다. "내가 모태에서 나올 때 적신으로 나와 하나님의 일을 하는 동안에 재산이 필요하여 관리를 하다가 하나님의 일을 쉬게 되었으니 하나님께 다시 돌려 드림이 마땅한 것이 아닌가요?"라는 말씀이었다.
 
장로님 앞에서 나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재산을 하나님께 돌려드림은 이미 말씀만으로도 하나님이 다 받으셨습니다. 앞으로 여생이 얼마 남았는지 알 수 없지 않습니까? 장로님의 생활을 위해서 재산관리도 필요할 것입니다. 장로님 내외분이 하나님께 가시는 날 교회에 드림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장로님은 한참 동안 기도하시고 일어서셨다. 그리고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입니다. 온 성도들은 하나님의 교회 청지기입니다. 청지기들이 나이 많은 노년층에 너무 집중되어 있으면 교회가 노인의 교회가 되어 젊은이가 교회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교회가 힘이 있는 독수리처럼 날갯짓을 하고 올라가려면 장로직이나 교회의 중직을 젊은이들이 맡아야 합니다. 나 같은 부족한 종의 충언을 들으시고 목양을 힘 있게 하십시오. 목양에 걸림돌이 되는 사안이 있으면 항상 말씀을 해 주시면 제가 희생의 순교라도 하겠습니다."
 
나아가시는 뒷모습에서 거룩함이란 것을 느꼈다. 아직 64세 젊은 하나님의 종이다. 저 종은 하나님이 다스리심이 분명하다. 장로님, 장로님 그대는 하늘상이 크리라. 장로님의 두 손을 꼭 쥐어 드렸다.

윤대영목사 / 처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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