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까? 그러면 그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감사합니까? 그러면 그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 논설위원 칼럼 ] 감사에 합당한 삶

홍성호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0월 29일(월) 16:05
[논설위원 칼럼]

논리학에는 '그레데인의 역설'(Cretan Paradox)이란 게 있다. 우리가 디도서를 읽어가다 보면 접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레데인 중의 어떤 선지자가 말하되 그레데인들은 항상 거짓말쟁이며 악한 짐승이며 배만 위하는 게으름뱅이라 하니…"(디도서 1:12)
 
여기 어떤 선지자는 주전 6세기경 살았던 그레데 출신 시인인 에피메니데스(Epimenides)이다. 그는 자기 동족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영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결국 그가 쓴 시로 말미암아 그레데 사람들은 그냥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자, 그런데 어떤가? "그레데인은 거짓말쟁이다…!"
 
에피메니데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모든 그레데인은 거짓말쟁이이다. 하지만 에피메니데스도 그레데인이다. 그러면 그의 말 역시 거짓이다. 거짓말쟁이 입에서는 거짓말밖에 더 나오겠는가? 그러니까 결국 "그레데인은 거짓말쟁이다"가 아니라, 에피메니데스 자신이 말하는 내용의 반대, 곧 그레데인은 거짓말쟁이가 아니다…!"라는 말이 참이 된다.
 
그러면 어느 게 맞는 것인가? "그레데인은 거짓말쟁이다" 인가, "그레데인은 진실한 사람이다" 인가.
 
이런 일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논리의 충돌이다. 무신론자로 잘 알려진 볼테르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진다. "하인들에게 하나님은 없다고 말하지 말라. 그걸 말하면 그들은 식기를 하나씩 훔쳐갈 것이다"라고 말이다. 
 
그러면 어느 게 맞는 것인가? 자신이 늘 주장하던 대로 "하나님은 계시지 않는다" 인가, "하나님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인가.
 
또 있다. 어떤 분이 예수님을 믿어 어느 정도 지나고 나니 이렇게 말한다. "예수님을 처음 믿는 것은 너무나 쉽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믿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면 어느 게 맞는 것인가? "예수님 믿는 것은 너무나 쉽다" 인가, "예수님 믿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인가.
 
예수님을 믿고 나서 경험하게 되는 논리의 충돌, 아니 가치관의 충돌에서 오는 자기 고백일 것이다. 마치 사도 바울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도 로마서에서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롬 7:24)" 탄식했던 것과 같은 경험 아닐까? 그러나 그 다음 바로 이어지는 25절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라고 선언했던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믿음의 역설, 곧 주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 그렇게 표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수님을 믿는 것,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 그 분을 나의 주님으로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바로 그렇게 주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가지게 될 때, 그로부터 삶은 확실한 의미를 가지게 되며, 당연히 그 이후로는, 라인홀드 니이버의 말대로 '책임적 자아(The Responsible Self)'로 살아가게 된다. 아니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실제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은 어떤가? 혹시나 하나님 나라와 세상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그냥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그러다보니 '그레데인의 역설' 그 자체 아닌가? 나는 분명 그리스도인인데, 삶으로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감사의 계절이다. 감사의 절기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이다. 잊어버릴만하면 다시금 되새겨 자기 자리를 찾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골로새서의 선언을 마음에 새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무엇을 하든지 말에나 일에나 다 주 예수의 이름으로 하고, 그를 힘입어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라!"(골로새서 3:17)
 
그리스도인이란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존재로서, 항상 주님 되신 그분의 인도하심과 그 능력으로 살아가는 존재이며, 결국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의 모든 영광과 부요함에 참여하는 존재이기에 "그를 힘입어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는가? 
 
결론은 이것이다. "감사한가? 그러면 그 감사에 합당하게 살아가자!"

홍성호목사/순천제일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