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4백95주년과 한국교회

종교개혁 4백95주년과 한국교회

[ 논설위원 칼럼 ] 종교개혁 4백95주년

김영철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0월 12일(금) 15:41

[논설위원 칼럼]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많은 일들을 보면 답답하고 심지어 암울하기까지 한 것이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까? 금년 가을 총회시 모 교단의 결의사항을 보면 총회 임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면서 60세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니 그 교단이 조화와 균형감각을 갖지 못하고 더욱 보수화되고 사회변화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는 형편에 처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로마 가톨릭교회의 선교신학자 월버트 뷸만(W. Buhlmann)은 그의 책 '제3교회의 도래(The coming of the third church)'라는 책에서 2000년 교회 역사를 제1, 제2, 제3교회로 구분하면서 교회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제1교회는 대체로 500년까지 크게 발전했던 희랍정교회를 일컫는 말인데, 부활하신 영광의 주님을 신비적으로 경험하고 또 초대교회 예배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예배의식을 크게 발전시켰다. 그러나 제1교회인 희랍정교회의 신비적 경험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사회와 역사를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뷸만 교수의 지적이다. 그래서 그는 제1교회를 '새벽에 지는 별'이라고 명명하면서 사회와 역사에 대한 무기력을 안타까워했다.

제2교회는 전 세계 로마 가톨릭교회와 유럽과 미국 중심의 개신교회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2000년의 교회 역사상 가장 화려했으며, 교회 조직과 제도를 완비하여 교회가 힘을 가지고 있었고, 기독교 왕국을 이루었다. 새로운 세계 개척의 원동력이 되었고 서구 문명의 기초를 놓았다. 신앙을 제도화시키고 기독교 음악과 미술, 건축을 발전시켰고 학문의 연찬이 대학을 통해 활발하게 진행되도록 하였다. 그리고 승리주의의 표상이 된 제2교회는 20세기 중반부터 점차 힘을 상실해 가기 시작하여 결국 '아침에 지는 달'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뷸만교수는 밝은 태양이 세계와 역사 위에 떠오르고 있음을 간파하면서 이것을 그는 '제3교회의 도래'라고 했다. 그는 이 제3교회의 태동을 비서방교회에서 발견했는데 그 중심에 우리 한국교회가 있다. 한국교회는 '지평에 떠오르는 태양'으로서 그 동안 세계교회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지금 큰 혼돈 속에 빠져있음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목회자가 밖에 나가서 자신을 목사라고 소개하기가 쉽지 않을 만큼 한국교회는 사회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필자 세대의 목회자들이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국교회의 현주소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노회나 총회 그리고 교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똑같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어쩌면 그렇게도 동일하게 경험하고 느끼고 또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동안 공감하면서도 말하지 못하거나 안 했던 것들에 대해 필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교회의 지도자(목사ㆍ장로)들 사이에는 왜 이렇게도 교권과 명예에 관심이 많을까? 노회나 총회에는 무슨 모임이 그렇게도 많을까? 신앙과 선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비본질적이고 생명이 없는 일에만 함몰되어 있으면서도 과연 교회 지도자들의 모임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과연 떳떳할 수 있을까? 지교회를 살리고 목양하며 봉사하는 일보다 바깥 일에 왜 그렇게 분주해야 하나? 편 가르기, 줄 세우기는 왜 이렇게 횡행할까? 덧셈의 정치, 살리는 정치는 간 곳 없고 오히려 그 반대로만 치닫고 있지는 않는가? 이 모든 것이 하나님 나라 확장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우리 모두에게 묻고 싶다. 정말 이런 모습들에 대해 하나님이 기뻐하실까? 이러는 사이에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외면당하고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된다면 그리고 다음세대는 교회를 다 떠나버리고 교회당은 텅텅 비어버린다면 그렇게 애쓰고 수고해서 차지한 감투와 명성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지평에 떠오르는 태양, 제3교회'인 한국교회가 여기서 멈추어 서고 사회와 역사로부터 단절된 교회, 생명력을 잃은 골동품 같은 교회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종교개혁 4백95주년을 맞으면서 세상은 이렇게도 날마다 변화와 쇄신을 향하여 몸부림치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역사의 그 도도한 흐름을 외면하고, 오히려 더욱 역사와 단절된 형국에 안주하고 있을 것인가? 우리는 본질로 돌아가고, 생명을 살리는 일로 돌아가야 한다. 날마다 개혁되어야 한다. 먼저 교회의 모든 지도자들이 예수님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개혁의 첩경이 될 것이다. '오! 하나님, 저부터 바로 서게 하시고 저부터 개혁되게 하소서'


김영철목사/월드비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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