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그러나 진보한

진부한, 그러나 진보한

[ 논설위원 칼럼 ] 진부한, 그러나 진보한

이만식교수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0월 08일(월) 14:57

[논설위원 칼럼]

진부한 질문이다. 한국 교회에 희망이 있을까? 미래가 있을까? 섣부르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희망이 있다. 요즘같이 공중파 9시 뉴스에서까지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나오는 시대에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일인가! 단 여기에는 조건이 따른다. 목회자들의 개혁과 각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교회에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다.
 
최근에 필자가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한국의 목회자, 신학교수, 신학대학원생, 그리고 평신도 모두 미래 목회 환경이 나빠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래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한 비율은 10.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암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의 미래 목회가 좋아질 수 있으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목회자들의 개혁과 각성'을 지적했음은 매우 의미 있는 결과이다. 현재가 힘들고 미래 역시 만만치 않겠지만 목회자들의 각성을 통해 현재의 부조리들을 개혁하기만 한다면 한국 교회는 다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말이다. 목회자들의 각성과 개혁을 통해 다시 한 번 한국 교회가 미래를 향해 멋지게 진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 연구에서 기독교에 반감을 갖는 이유에 대해서는 네 집단 모두 '목회자의 비리'를 1순위로, '교회의 양극화'를 2순위로, '교회의 사회 기여도 약화'를 3순위로 지목했다. 이 연구를 통해 신자들이나 불신자들 모두가 목회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대다수의 목회자들이 잘 인식하고 있음도 밝혀졌다. 이 답변에 목회자들이 무엇을 각성하고 개혁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이 나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교회가 진부한 현재의 문제를 벗어나 진보할 수 있는 요인은 밝혀졌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그 요인들이 구체적으로 활성화 될 수 있을지를 각 교회 차원에서, 교단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어떻게 이 요인(要因)을 한국교회 진보의 동인(動因)으로 시스템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 최근의 감리교단에서 세습 반대를 교단 차원에서 결의한 것처럼, 지금보다 더 철저하고 체계적으로 목회자들의 비리를 막고, 교회 규모의 양극화를 완화하며, 교회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각 교단 차원의 장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형교회가 앞장서서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둘째, 목회자들을 길러내는 신학대학의 질적인 수준을 규제할 한국 교회 전체의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신학대학을 규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민간 차원의 ISO 9001 인증과 같은 형식의 공인 인증체계를 마련함과 동시에 목회자 재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셋째, 연구의 마지막에 향후 30년간 한국교회가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한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다문화 사회를 포함한 가족의 변화에 대한 준비'가 1순위였다. 이미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s)라고 하는 다문화 사회와 함께 이혼으로 인한 한 부모 가정의 증가, 독거노인과 1인 가정의 증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 등과 같은 가족의 변화에 대비해서 진솔한 의견을 사회에 당당하게 제시하고 이러한 문제들을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선제적인 실천이 필요할 때이다.

이만식교수 / 장신대ㆍ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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