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전쟁

특허전쟁

[ 논설위원 칼럼 ] 특허전쟁

서정오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9월 21일(금) 15:09

[논설위원 칼럼]

최근 한국 최대 기업과 세계 최대 기업 간의 '특허전쟁'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S기업 편을 들어 A 기업에 2천여 만 원의 배상을 선고했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 지방법원에서는 거꾸로 S기업에 1조 2천 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도록 평결을 내렸다. 그 액수가 어마어마한 점에서도 그렇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비정상적인 판결들을 내렸다고 감정적인 반응들을 보이는 사람들로 인하여 온통 시끄럽기 그지없다. 그러면서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잘못된 애국심으로 한쪽 편을 들면서 다른 쪽을 심히 궁박하거나, 또 다른 쪽은 그런 이들을 향해서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언론들조차도 한 추념 들어서 문제의 핵심을 짚어주고 거기서 앞으로 우리가 이런 치열한 전쟁의 한복판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냉정하게 토론하기 보다는 감정싸움에 불을 부치고 있는 것 같다.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모습들이라 생각된다.

특허권, 저작권
 
특허권이란 무엇인가? 수많은 재원을 투자해서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을 지켜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률적 보호 장치이다. 이런 보호 장치가 없다면, 엄청난 자금과 인력을 투자해서 겨우 만들어 낸 작품이나 물건들을 별로 큰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모방하고 복사해서 이문을 남기는 부도덕한 일들이 일어나게 될 것이고, 그런 일들이 반복되는 경우 어느 누구도 창조적인 작업들을 하려고 하지 않게 될 것이고, 결국은 인간의 창조성과 문화, 문명의 발달을 저해하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너나 할 것 없이, 어느 국가든지, 다른 이들의 노력과 투자에 대한 창조적 작품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디자인이든, 기술이든 말이다. 이런 점에서 남들이 엄청난 투자를 해서 개발한 것들을 의도적으로 똑같은 짝퉁을 만들어 팔아먹는 행위는 그야말로 '도둑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개인적인 배움을 위해 베끼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행위를 통해서 이익을 창출하려는 시도를 말한다.)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두 회사가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S기업은 상품 생산에 있어서의 디자인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면서도, 일반인의 눈에 보기에도 적나라하게 A 회사의 제품을 베꼈다. 심지어는 제품만이 아니라, 제품을 선전하는 전단지 사진과 배치까지, 심지어는 충전기의 모양과 그 선의 꼬임과 색깔까지, 제품의 포장지와 포장지 위에 있는 제품 사진의 각도까지 완전히 복사했다. 오죽했으면 우군이라 할 수 있었던 G회사가 정식으로 디자인을 바꿀 것을 충고까지 했을까? 그런데도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A회사도 꼭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떠난 전임자가 속이 불편한데도 참고 오히려 더 창조적인 작품으로 말했던 것과는 달리, 그 여력을 법적인 전쟁에 다 쏟아 붓고 있는 A 회사의 모습을 보면, 이제 그 회사도 끝이 보이는 것 아닐까, 과연 다음 제품들이 제대로 나올까 의심하게 된다.
 
두 회사의 특허전쟁을 보면서, 실은 그들 걱정이나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원하든 원치 않든 한국교회들도 이런 전쟁 속에서 결코 무풍지대가 아님을 깨달을 때이기 때문이다. 찬송가, 도서, 영상물, CCM, 컴퓨터 프로그램들 각종의 저작권 문제에 한국교회는 그동안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습관적으로 복사하고 '짝퉁'을 만들고, 저작권을 침해하면서도 스스로 그것이 범법행위인 줄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 더 좋은 창조적인 작품들을 기대한다면, 우리는 저작자들의 노고에 대하여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남의 것을 함부로 베껴서 이익을 취하는 것이 도둑질인 것을 가슴 깊이 깨달아야 한다. 버젓이 복사하고도 사과할 줄도 모르고, 남들의 노력에 편승해서 이익을 보려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고치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얼굴을 들고 세계로 나아갈 수 없다. 하물며, 자국 기업이랍시고, 그저 감싸기만 하면서 그 잘못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들의 태도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정당한 비판 없는 언론은 왜곡된 세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서정오목사 / 동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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