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표창 받은 '안양희망사랑방'

국무총리 표창 받은 '안양희망사랑방'

[ 아름다운세상 ] 안양희망사랑방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2년 08월 20일(월) 14:51
국무총리 표창 받은 실직노숙자 종합복지센터 '안양희망사랑방'

   
▲ 20여 명의 노숙인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안양희망사랑방의 지킴이들. 맨 우측이 원장 안승영목사.

3D 업종이라는 말이 있다. '더럽고(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일을 지칭하는 말이다. '사회복지'라는 영역도 사실 신종 3D 업종 중 하나인데 그 사회복지의 영역 중에서도 최고 기피 영역은 바로 노숙인 사역이라고 할 수 있다.
 
노숙인들은 인생의 가장 밑바닥으로 추락한 인생이기에 마음 속에 분노와 좌절이 팽배해 있고, 많은 경우 갱생의 의지 없이 그저 하루 하루 무기력하게 술로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복지사업이라는 것이 마음이 하나되고, 무엇을 이뤄보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도 쉽지 않은 경우가 허다한데 노숙인 사역은 더 나은 삶에 대한 의지가 없는 이들과 함께 하다보니 사역자의 입장에서는 힘이 빠지기 일쑤다.
 
이러한 대표적 3D 업종인 노숙인 복지 분야에서 감동적인 희생과 꾸준한 섬김으로 교회와 세상의 박수갈채를 받는 단체가 있다. 실직노숙자 종합복지센터인 '안양희망사랑방(원장:안승영)'이다.
 
안양희망사랑방은 지난 6월15일 서민정책 유공자 포상식에서 서민생활안정대책을 통해 국가 사회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단체표창을 수상했다. 무엇보다 이번 국무총리 표창을 받게 된 결정적 이유는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거리의 노숙인과 지역에서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해 온 그 꾸준함 때문이었다. 노숙인 사역단체가 국무총리 표창까지 받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라 이번 표창이 더욱 의미가 있다.
 
1999년 1월 개소한 안양희망사랑방은 그해 12월부터 '겨울나기 저녁밥집'이라는 이름으로 무료급식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매일 오후 4시 에 35~45명의 이웃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현재 '나사로 저녁밥집'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무료급식은 지역의 어려운 이웃이라면 누구나 와서 먹을 수 있다. 음식은 주로 인근 초등학교로부터 공급받지만 방학 중에는 직접 조리해서 대접한다. 비록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진행하다보니 연인원 9천 명이 따뜻한 밥 한끼를 대할 수 있게 됐다. 공짜가 없다는 세상에서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대접하는 이 따뜻한 밥 한 공기는 굶주리고 배척 당하는 이들에게 든든한 힘의 동력을 제공해준다.
 
   
▲ 초창기엔 식탁을 뒤엎던 노숙인들도 지금은 함께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가는 동역자가 됐다. 사진은 나사로 저녁밥집에서 식사 준비를 하는 사람들.

매일 식사를 대접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희망사랑방의 주요 기능은 사실 노숙인 쉼터다. 현재 안양뿐 아니라 인근 지역인 안산, 광명, 군포 등을 통털어 노숙인 쉼터는 이곳 한 곳이기 때문에 항상 포화상태다. 희망사랑방에는 현재 20여 명의 노숙인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20명 정원)
 
원장 안승영목사는 "지금 들어와 있는 분들과는 저희는 누가 누구를 돌보고, 보살핌을 받는 입장이 아닌,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통해 배우는 공동체가 됐다"며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만 나눴을 뿐이지 함께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가는 동역자"라고 강조한다.
 
지난 2002년도부터 희망사랑방에서 노숙인 사역을 시작한 안승영목사는 본교단 노숙인 사역자들의 연합체인 예장노숙인협의회 전 회장을 할 정도로 본교단에서 열심과 뚝심의 사역자로 정평이 나 있다.
 
"솔직히 지금은 노숙인들과 우리 사역자들이 서로 이해하고 적응되어 덜 힘든 편이죠. 초창기에는 무료급식 시간에 술 먹은 사람들끼리 식탁을 엎고 밥그릇을 던지는 일도 비일비재했어요. 인생의 밑바닥으로 떨어진 이들이 악만 남은 상태라서 저 또한 쌍욕을 먹고, 멱살 잡히고 업어치기를 당하기도 했죠. 심지어는 흉기로 위협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참 힘든 시절이었어요. 어떤 때는 저 또한 사람인지라 확 한대 때려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니까 그러한 분들도 우리를 알아주고 협조도 잘해주게 되더라구요. 문제를 일으키던 분들도 결국은 마지막에 마음 써주는 이들이 이 사람들이구나 생각합니다. 서로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꼈죠."
 
마음으로 소통한 이후부터 노숙생활을 극복하고 다시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험한 풍파와 싸우는 이들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사업실패로 이혼까지 했다가 다시 재결합해 집으로 돌아가는 남편, 자살 실패후 희망사랑방으로 왔다가 다시 직장에 취직하고 가족들에게 송금해주는 가장. 알콜중독에 빠졌다가 다시 건강을 회복하고 신앙적으로 다듬어지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노숙인 사역은 근본적으로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이들을 먹이고, 재우며, 다시 희망이 있다고 느끼게 하고 이들을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이를 위해 희망사랑방은 오랜 노숙 생활을 통해 손상된 심성과 자아를 치유하고 개발하기 위해 자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지자체에서 사업비를 받아 의왕시에 비닐하우스 세 동을 빌려 채소를 키워 이를 팔아 수익을 내고 있다. 수익이 잘 나는 품목을 재배하기 위해 감자, 포도 등 안해본 것이 없을 정도란다. 예전에는 농업 이외에도 목공소, 재활용 장판수거 판매사업 등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역 이외에도 희망사랑방에서는 취업 및 법률상담을 실시하고, 매주 목요일 노숙인 대상으로 경기도 평생교육원과 공동으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일에는 30여 명이 모여 예배도 드리고 있다. 함께 예배를 드릴 때마다 원장 안 목사는 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새삼 느끼고, 이들을 위한 헌신의 다짐을 새롭게 한다고.
 
"솔직히 노숙인 사역은 성과가 눈에 잘 드러나지 않아요. 눈으로 결과를 보려고 하면 사실 힘빠져서 못하는 것이 이쪽 일입니다. 그러나 자활에 성공하는 이, 아니 미세한 변화의 싹만 보여도 힘이 납니다. '아! 꽃이 피어나고 있구나, 하나님이 나를 사용하고 계시구나'하는 기쁨이죠. 우리의 선생 되신 예수님도 창기와 세리, 죄인들과 함께 하셨는데 제자된 우리들도 그 분이 행하신 일의 만분의 일, 십만분의 일이라도 따라가야죠. 우리는 삶의 여정에서 밑바닥에 떨어진 분들이 만나는 마지막 버팀목이라고 생각해요. 교회는 절대 이러한 분들을 버려서는 안됩니다."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바닥으로 추락한 이들. 그러나 주님의 마음을 품은 이들이 있기에 이 깊고 깊은 바닥에서도 드문 드문 향기나는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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