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밍업(Warming Up)

워밍업(Warming Up)

[ 목양칼럼 ] 워밍업의 중요성

이흥식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7월 23일(월) 09:18

(목양칼럼)

 요즘은 교인들 가정에 출산하는 소식을 들어보면 자연분만 보다는 수술하여 낳는 제왕절개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수술하는 경우를 그냥 수술분만이나 개복(開腹) 분만이라고 하지 않고 거창하게 제왕절개(帝王切開) 수술이라고 하고 이를 'Caesarean Operation' 또는 'Caesarean section'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러한 표현은 기원전 1백년쯤 로마의 제왕인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 방법으로 출산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고, 둘째는 고대 로마 폼필루스 통치기의 법에 임신 말기의 여성이 사망할 경우 매장 전에 복부를 절개(caesarea:'자르다'는 뜻)하여 아이를 살려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그것이다.
 
문제는 자연분만이 좋은가 아니면 제왕절개 수술분만이 좋은가는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진위는 의학계에서 판가름 하겠고 지금까지 나온 결론은 역시 자연분만이 최고라고 한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워밍업'이라는 것이다.
 
자연분만 하는 경우 태아는 충분한 시간과 연단을 통해 이 땅에 나올 워밍업을 하고 나오기 때문에 새로운 세계를 접할 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창한 이름으로 시행되는 제왕절개 수술인 경우 태어나는 아이들은 이 세상에 너무 갑자기 나오기 때문에 워밍업 부족으로 인한 충격들이 성장 과정에서 여러 가지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워밍업이 필요한 것은 비단 이뿐이겠는가? 겨울에 밖에 세워둔 자동차를 운행가기 전에,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경기에 임하기 전에, 무대에 서기 전에 충분한 워밍업이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심지어 예배에 임하는 성가대나 설교단에 서기 전에 설교자 역시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 모르지만 주위 목회자들이 겪는 큰 고충 가운데 하나가 당회나 제직회 같은 회의인 것 같다. 신학교 다닐 때 훌륭한 목사는 설교만 잘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목회 현장에서 부닥치는 가장 문제는 당회와 제직회였다. 나름대로는 며칠 몇 밤을 지새가며 기도하면서 세웠던 목회계획이 당회 초반에 즉흥적인 반대 의견에 부딪쳐 공중분해가 돼 버리고 나면 그 뒤에 오는 허탈감은 다음 주일 설교 할 용기마저 잃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반 상식으로 생각하면 아주 사소한 문제인 것 같은데 당회나 제직회가 고린도교회 이상으로 사분오열(四分五裂) 되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풀어지지 않는 감정으로 대립되어 무모한 전투가 시작되면 왜 내가 목회자가 되었는가를 수 없이 후회하였다. 너무 속상 할 때면 이방인이나 이교도가 적이 아니라 당회원들이나 제직회원들 중 몇몇은 원수요 사탄의 앞잡이가 아닌가 하는 착각과 오해가 들 정도로 혼란스러웠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평화로운 당회나 제직회가 될까하고 여러 가지 방법과 수단을 사용해 봤지만 진정 효과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깨달은 진리 역시 '워밍업'이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말처럼 사전에 아무런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폭탄선언처럼 터져 나오는 안건에 숨이 멎고 심장마비 안걸릴 사람이 어디 있을까? 정말 필요한 것은 사전에 충분한 전 이해와 공감대와 소통이란 것이었다.
 
예수님께서도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에 대하여 제자들에게 가르치실 때 충분한 준비와 이해 과정을 거치신 것을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오죽하면 하나님 나라의 신비를 가르치실 때 똑 같은 비유를 일곱 번 씩 하는 것 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즘은 목회에 반영 하고 싶은 안건이나 계획을 홍두깨 내미는 식으로 회의석상에 불쑥 내밀지 않는다. 국정에서도 큰 안건을 결의하는 과정에 공청회나 의견수렴이나 충분한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교회 역시 사전에 충분한 워밍업이 필요한 것을 절실히 느꼈다. 이제 어느 단계에 들어가니 아무리 큰 안건이라도 온 교회가 당연하다는 듯이 결의되는 것을 본다.

이흥식목사 / 평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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