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준

선택의 기준

[ 목양칼럼 ] 선택의 기준

이흥식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7월 10일(화) 13:28

목양칼럼

순간의 선택이 십년을 좌우한다는 전자제품회사의 광고처럼 인생살이는 물론이고 신앙생활에도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그 어렵다는 것은 선택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 일 것이다.

흔히들 웃자고 하는 말 가운데 아주 잘생긴 남학생이 아주 못생긴 여학생과 데이트를 하면 대부분 하는 말은 저 여학생은 재벌의 딸이거나 능력이 많은 여학생일 것이라고 한단다. 그리고 아주 못생긴 남학생이 아주 잘생긴 여학생과 데이트를 하면 아마 저 남학생은 고시합격생 이거나 아니면 능력 있는 집의 아들로 생각한다. 그리고 아주 못생긴 남학생이 아주 못생긴 여학생과 데이트를 하면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선택의 기준을 순수한 사랑에 두지 않고 조건이나 능력에 두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교회가 복잡하고 식구가 많아지자 여기저기서 교회 건축의 필요성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막상 결정을 지으려고 하니 교인들이 세 의견으로 나눠졌다. 당장 교회를 짓자고 하는 적극적인 파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하면서 나중에 짓자는 보류파와 아예 지을 필요가 없다는 부정적인 파로 나눠졌다.

당회를 소집하여 교회 건축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안건을 내놓자 역시 세 부분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이런 저런 토론 끝에 당회에서라도 표결로 결정하여 제직회와 공동의회를 소집하여 결정을 짓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 같았다.

민주주의의 가장 좋은 방법은 표로서 결정짓는 것이다. 이 방법이 임시는 참으로 좋은 것 같으나 자신의 안건이 부결이 되고 난 뒤부터 비협조적이고 수수방관 할 것은 너무나 불보듯 훤한 일이 아닌가?

팔짱을 끼고 너희들끼리 잘해 봐라 하고 강건너 불구경하면 어떻게 하나? 두 개의 의견으로 갈라지는 것도 아니고 세 개의 의견으로 갈라졌을 경우에 표 대결로써 결판을 낸다면 얼마나 후유증이 클까? 교회 건축이라는 큰일을 앞 두고 온 교회가 힘을 합쳐도 될까 말까한 일을 세 파로 나누어져 힘이 분산된다면 앞으로 얼마나 힘이 들까? 심방이나 설교나 사석에서나 공석에서 교인들과 제직들을 접촉하여 인간적으로 알아 듣도록 설득하는 것이 좋을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결국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결과 표결을 다음으로 미루자고 제안하였다. 한 달 동안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기도해보자고 하였다. 우리의 의견과 생각도 중요하지만 교회의 모든 선택의 기준은 하나님의 뜻이 제일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하나님께서 빨리 지으시라고 하시면 빨리 짓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아무런 응답이 없으면 보류하기로 하고 한 달 동안 온 교회가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고 하나님의 특별하신 응답과 징조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 결과 의외로 반응은 좋았다. 찬성하는 쪽도 반대 하는 쪽도 수수방관하는 쪽도 정말 좋은 안이라고 수용되어 한 달 동안 기도부터 하여 하나님의 뜻을 묻기로 하였다.

그리고 두 주일이 지난 월요일 우리 교회에서 가장 나이 많고 외롭게 혼자 사시는 할머니 집사님이 봉투를 하나 들고 담임 목사실을 찾아왔다. 봉투에는 이백만원이 들어 있었다. 그 돈은 죽을 때 쓰려고 베개에 넣어 베고 자던 장례식 돈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모르는 비자금(?)이라는 것이다. 그런 돈인데 며칠 전부터 하나님께서 꿈에 나타나셔서 그 돈을 교회에 짓는데 바치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너무 너무 감동적이었다. 내가 죽고 나면 시체를 태워도 찔러도 아무것도 모를 텐데 그런 시체된 나 하나에게 쓰지말고 교회 건축할 때 사용되어 진다면 온 교회와 성도들이 유익하지 않겠느냐! 그리고서 내 손을 붙잡고 "목사님 내 죽거든 책임져 주세요. 그 대신 적은 돈이지만 교회 짓는데 겨자씨가 되게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한 동안 가슴이 뭉클하여 움직이지를 못했다. 그 후 이 사실을 당회와 온 교회에 광고가 나가니 그 누구 한 사람 반대 없이 교회가 하나 되었고 건축은 순조롭게 완공되었다.


이흥식목사 / 대구 평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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