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메시지다?

미디어는 메시지다?

[ 데스크창 ] 데스크창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2년 06월 13일(수) 10:27
"글자는 무기다. 칼보다 더 무서운 무기다. 사대부가 사대부인 이유는 글자를 알기 때문이다. 그게 사대부의 권력이고 힘의 근거다. 모두가 읽고 쓰면 조선의 모든 질서가 무너진다. 한글의 반포를 막아야 한다." 얼마 전 장 안에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세종이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여덟글자를 만들었으니…"라며 훈민정음을 반포하려 하자 사대부들이 이를 막고자 음모를 꾸미는 부분입니다.
 
로마 가톨릭교회도 사제 만이 성경을 읽을 수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라틴어로 된 성경을 사제가 읽어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것이죠. 결국 루터가 자국어로 성경을 번역하면서 종교개혁이 불 일듯 일어난 것 아니겠습니까? 이처럼 글은 힘이며 권력이자 인류의 질서입니다. 인류의 역사 자체가 말(씀)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셨고,말씀으로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셨으며,말씀이 육신이 되셨습니다.
 
말(씀)이 커뮤니케이션의 첫번째 패러다임이고,글은 커뮤니케이션의 두 번째 패러다임입니다. 매체 발전의 역사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성경을 보면 미디어의 변화를 인지할 수 있습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셨고 이로 인해 구전 전승이 이어졌으며 이후 돌판에 계명을 새겨주셨고 후에 양피지와 파피루스를 통해 필사본으로 말씀이 전승되었습니다. 쿠텐베르크 이후엔 인쇄된 성경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스마트 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단말기 안에 성경 어플리케이션을 담아다니며 신구약 66권의 순서를 외우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한 두번의 터치로 필요한 본문과 구절을 검색하여 볼 수 있고 음성으로도 들을 수 있습니다.
 
언론학자 마샬 맥루한(M. McLuhan)은 "미디어는 메시지"(The medium is the message)라는 명제를 남겼습니다. 이것은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뉴 미디어가 동일한 뉴스를 전할지라도 전통 미디어와는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대중들은 동일한 뉴스라 할지라도 그것이 전통 미디어인 신문 혹은 TV로 전달되느냐,아니면 인터넷 미디어인 언론사닷컴 혹은 포털로 전달되느냐에 따라서 다른 영향을 받을수 있다는 것이죠. 
 
결국 맥루한의 명제는 '유통'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는 전자 미디어의 출현으로 인류는 '지구촌 마을'(Global Village)에 살게 되었고 이에 따라 인간 사회 및 개인의 정신세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고 강조합니다. 즉,인터넷 미디어가 인간의 정신세계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말씀 읽으며 눈물로 얼룩지고, 여러 번 보다가 성경이 해어져서 너덜너덜한 그 질감, 이젠 그 느낌을 느낄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합니다. 이미 1천만이 넘는 스마트폰 이용자들 중 상당수가 주일 예배시 디지털 성경을 보고 있으니까요. 성경의 변화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미디어의 변화입니다. 하루만 지나면 어제 나온 스마트 기기들은 이미 세일에 들어갈 정도로 신제품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런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본보도 유통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립니다. 그러나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콘텐츠가 아닐까요? 사실을 넘어 진실을 전하는 것,그것이 기독공보의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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