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기념주일에의 단상

순교자기념주일에의 단상

[ 사설 ] 사설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6월 05일(화) 15:55
제77회 총회가 정한 바에 따라 6월 둘째주일은 전국교회들이 순교자기념주일로 지키고 있다. 교회는 순교자의 피 위에 세워졌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순교신앙을 계승하고, 순교자의 정신을 대물림하는 것은 우리 교회가 마땅히 해야할 책무이기도 하다. 한국교회도 토마스선교사를 시작으로, 1944년 옥중에서 일본군에 의해 순교당한 주기철목사, 아들을 죽인 범인을 양자삼고 6.25 때 순교한 손양원목사 등 순교자들을 통해 지켜져 왔다.
 
지금 미항 여수에서는 세계해양엑스포가 진행 중이다. 순교성지로서 손양원목사와 이기풍목사의 숭고한 희생은 세계 곳곳, 국내외에서 찾아온 수많은 이들에게 이 지역이 바로 고귀한 순교의 터전임을 인식시키고 그 거룩한 희생과 큰 사랑을 찾아온 이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삼고자 노력하고 있다. 순교의 피가 교회를 뜨겁게 하고, 부흥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은 초대교회로부터 오늘에 이른 교회사가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순교자를 배출한 것은 교회의 자랑이요, 긍지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우리 모두에게 순교정신의 회복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지금 이 시대는 우리에게 더 많은 순교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절대적인 복음을 상대화시키는 포스트모더니즘 문화가 만연한 현실에서, 교회는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 저출산, 주5일 근무제 등으로 인해 교인수가 줄고, 교회가 더 이상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지 못하고 있음은 그동안 교회가 세상으로부터의 신뢰를 상실해 버린데 기인한다고 고백해야만 한다. 오늘날 나라 안과 밖에서 사이비ㆍ이단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순교적 결단이 필요하다. 거룩한 희생을 되살려야 한다.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이기적 자기 욕망을 포기하는 백색순교가 필요하다. 순교자를 기념하는 차원을 넘어 순교자적 삶이 절실히 요청된다. 순교는 우리가 하나님 앞에 드릴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헌신이다. 나 자신의 의를 지키기 위한 자기신념의 표현이 아니라 나를 내어 놓는 복종이 바로 순교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순교자기념주일을 통해 교회와 진리수호를 위해 주님 가신 그 길에 기꺼이 동참한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그 유족들에 대한 예우를 더욱 공고히 하며 돌보는 것이 순교신앙을 계승하고 차후로도 순교자가 배출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일임을 실천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무사안일 속에 안주해 버리거나 더 이상 고난과 고통을 외면하고 좁은 길이 아닌 탄탄대로만을 취하려 한다면 이것이 바로 오늘 교회의 가장 큰 위기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는 것이 또 한 번의 순교자기념주일을 맞이하는 우리 모두의 자세가 되어야 할 것이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