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이 가진 위험성

편견이 가진 위험성

[ 데스크창 ] 데스크창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2년 03월 20일(화) 15:33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Chimamanda Ngozi Adichie)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젊은 여류작가입니다. 1977년 생인 그녀는 19세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존스홉킨스 대학교와 예일 대학교에서 각각 문예 창작과 아프리카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26세 되던 2003년 소설 '자주색 히비스커스'로 영연방 작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습니다. 지난해엔 '뉴요커'가 선정한 '미국을 대표하는 젊은 소설가 20인'과 하버드 대학교 래드클리프 고등 연구소 펠로로 선정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소설집 '숨통'(2009)은 모든 것이 세계화 물결 속에 '미국화'되는 세상에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쓰며 자신만의 삶의 양식을 개척해 가는 나이지리아인들의 지난한 여정을 사실적으로 그려 낸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최근 선교사 후배가 제게 메일을 통해 그녀의 강연이 담긴 동영상을 보내 줬는데,이 강연에서 그녀가 강조하는 것은 '단편적인 이야기(편견)의 위험성'입니다. 그녀는 두 살 때부터 영국과 미국의 동화책을 읽고 일곱살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녀가 쓴 글들은 어려서 그녀가 읽은 이야기와 비슷한 스토리였죠. 
 
주인공들은 모두 파란 눈에 백인들이며 하얀 눈 위에서 놀고 사과를 먹었습니다. 글을 썼던 일곱살 무렵,그녀는 나이지리아에 살고 있었고 당연히 외국엔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눈도 안오고 그 지역 사람들에게 과일이란 망고가 전부였죠. 그녀는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들을때 얼마나 쉽게 그것에 영향을 받고 따라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지적합니다. 성장기에 그녀는 아프리카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서 자신처럼 초콜렛 피부색과 곱슬머리 소녀도 책에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답니다.
 
미국 유학시절,처음에 룸메이트가 깜짝 놀라며 그녀에게 "어디서 영어를 그렇게 잘 배웠냐"고 물었답니다. 나이지리아의 공식언어가 영어인데 말이죠. 정말 충격적인 것은 룸메이트가 그녀를 아프리카 사람으로,악의 없는 동정심과 보호심으로 대했다는 겁니다. 룸메이트는 아프리카의 재난이나 에이즈같은 단편적인 이야기만 들었기 때문이죠. 이렇게 단편적 이야기가 만들어지고,어떤 대상에 대해 단 한가지로만 반복해서 보여주면 그 대상은 그 단편적 이야기 그 자체가 되어버리게 됩니다.
 
그녀는 이 단편적 이야기를 말하면서 '힘'을 강조합니다. 힘은 단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능력이 아니라,그 사람을 정의내리는 능력이라는 것이죠. 그녀는 영국인들의 미대륙 도착 대신 미국 원주민들의 화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면,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라 말합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갈때,아프리카 식민지의 탄생이 아닌 아프리카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는 거죠.
 
어떤 대상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알지 않고서,그 대상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단편적 이야기의 결과는 바로,사람의 존엄성을 앗아 간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사람들을 착취하고 해치기 위해 사용될 수 있지만 동시에 사람을 더욱 사람답게 만들고 힘을 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단편적 이야기를 지양하고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말하고 듣고 쓰고자 노력한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좀 더 아름답고 살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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