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덱스 데이

페덱스 데이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2년 02월 01일(수) 13:29
아틀라시안(Atlassian)이란 호주의 소프트웨어 회사에는 '페덱스 데이'(FedEx Day) 라는 날이 있습니다. 이 날은 회사의 엔지니어들에게 24시간동안 정규업무가 아닌,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을 무엇이든 자율적으로 찾아 하도록 하는 날입니다. 엔지니어들은 이 시간 동안 엄청난 제품 아이디어를 만들어 냅니다. 그 날을 '페덱스 데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들이 밤새도록 '무언가'를 하기 때문입니다. 아시겠지만 '페덱스'는 세계적인 택배회사로,전세계 어디든 밤새도록 움직여서 다음날 반드시 안전하고 신속하게 배송하는 것을 모토로 합니다. 이 정책은 효과가 좋아서 아틀라시안은 이 시간을 전체 일과 시간의 20%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에는 '결과만 내면 되는 작업 환경'(Results Only Work Environment:ROWE)이란 원칙이 있습니다. ROWE에 따르면 작업자는 정규 일정이 없습니다. 그저 회사에 오고 싶을 때 옵니다. 어떤 시간에 꼭 회사에 있을 필요도 없고,아예 오지 않아도 됩니다. 그들은 그저 자기가 맡은 일만 완수하면 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는,전적으로 작업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 회사는 놀랍게도 생산성이 향상되고,작업자들의 기여도는 향상되고,작업자 만족도도 향상되고,불량은 줄었다고 합니다.
 
1990년대 중반,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는 엔카르타(Encarta)라는 백과사전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브리태니커와 같은 방대한 백과사전을 자그마한 CD에 담아내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한 것입니다. 하여 그들은 사전을 만들고 편찬하는데 전문가들을 고용했습니다. 고액 연봉을 받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정해진 예산과 시간 내에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통제' 관리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년 후에 이 사업은 폐기되다시피 했습니다. 왜냐하면 급격한 디지털 산업의 발달로 저장매체가 변해 무용지물이 된 것입니다. 오늘날 저장매체는 '시디롬'에서 'USB'로,이제는 '클라우딩'으로 그야말로 놀라운 변화가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실패요인은 제작환경이 '자율'이 아닌 '통제'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엔카르타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지만 결국 실용화되지 못하고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한마디로 망한 것이죠. 마이크로소프트의 큰 실패 중의 하나로 기록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전혀 엉뚱한 백과사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위키피디아(Wikipedia)입니다. 모두 아시죠? 인터넷 상에서 그 누구도 자발적으로, 한 푼도 받지 않고 무료로 자원해서 지식을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있는 이유는 그저 그것이 '재미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위키피디아가 세상을 장악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결과는 '반전'이었습니다. 전 세계 디지털 산업을 리드하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런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사실은 새삼 시대의 흐름과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아울러 이 시대는 통제가 아닌 자율이 우선될 때 보다 창의적인 생산물들을 도출해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미래를 예측하고,통제보다는 자율을 중시하는 리더십이 이 시대 요청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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