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연속성을 극대화하라

불연속성을 극대화하라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 칼럼

김세광교수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1월 30일(월) 16:14

지난 학기 '설교와 커뮤니케이션'라는 과목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말이 있는데,'불연속성을 극대화하라'는 말이다. 이 말은 이머징교회의 이론가로 알려진 브라이언 맥라렌의 책 '세상 건너편에 교회'라는 책 중에 나오는 말로서 바람직한 미래교회는 현재 교회의 상태를 얼마나 과감히 벗어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이것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찬반으로 크게 나뉘었다. 교회 정통성을 부정하는 급진적인 생각이라고 우려하는 학생과 개혁교회의 정신을 정확히 표현한 말이라고 반기는 학생으로 나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불연속성의 극대화는 공교롭게도 최근 정치인들이 전하려는 메시지다. 현재 총선을 앞두고 고군분투하는 여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여권탈출을 노래한다. 서울시장선거 패배 이후 총체적 위기를 느낀 여당의 리더들은 총선을 앞두고,생존을 위해 저마다 강경발언이다. 정강정책(政綱政策)에서 보수노선 삭제,당명 개정,신당 창당,대통령의 탈당,즉 여당으로부터의 불연속성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면,교계는 어떤가! 교계 역시 미래 한국 교회를 염려하여 말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는 불연속성의 극대화인 것 같다. 몇 년 전 종교간 신뢰도 조사에서 충격을 받은 한국교회는 그 이후 대형교회의 대형사고들을 겪으며,최근에는 한기총의 늪에 빠져있으면서,연일 개혁과 결별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사회와 한국교회는 분명 중병에 걸려 있다. 자랑스럽게 내세울 전통과 감동을 주는 영웅보다는 언급하고 싶지 않은 관습과 골치가 아파지는 인물들의 소식이 더욱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문제 인식은 있고,처방도 나와 있지만 모두가 시큰둥하고 떫은 표정이다. 결국 '확 바꿔야 산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 같다. 이것은 한국 교회만의 상황이 아니다. 모든 역사적 교회가 겪었던 일이다. 교회가 성장일변도로 돌진해갈 때 부작용이 나타났던 역사적 교훈을 우리는 알고 있다. 미국교회 역시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여 불연속성의 극대화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불연속성의 극대화는 교회의 본질을 향해 찾아가려는 노력이다. 사도 바울,마틴 루터,칼빈,웨슬레가 외친 것도 불연속성을 극대화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새 술을 위해 헌 부대를 버리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책에서 말하는 불연속성의 극대화를 이루는 교회는 교회의 재건이나 회복이 아니라,교회의 창조다. 즉,새 술을 위해 새 부대여야하고,결국 종교개혁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의 종교개혁은 무너진 교회의 한 부분을 보수하는 것도 아니고,잃어버렸던 초대교회의 믿음의 관습을 직선적으로 회복하려는 낭만적인 운동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필요한 종교개혁은 고착화된 조직문화 안에서 철저히 순응하고,대세에 쉽게 굴복하려는 세속적 본능과의 내적 전투다. 다시 말하면,교회의 영적 직분과 직책을 세속적인 직급처럼 행사하고,지극히 작은 자에게 무례하고 강하고 부한 자에게 관대해져가는 썩어질 관습을 벗어버리는 일이다.
 
세상의 손가락질에 교회가 어수선한 중에도,흔들리지 않고 교회의 본질을 찾기 위해 토론하고 연구하고 앞을 향해 전진하는 세상 건너편의 순례자들이 기다려진다.

김세광교수 / 서울장신대학교 신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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