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 패스

퀵 패스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2년 01월 02일(월) 14:04
지난 여름,미국에서 포스트닥터과정을 마치고 유학센터를 운영하던 친구가 십수년 만에 가족과 함께 고국을 찾았습니다. 대부분 친구들의 자녀가 대학생인데 비해 결혼이 늦은 이 친구는 아직 중학생인 아들과 함께 테마파크에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친구 가족의 고국 나들이에 기꺼이 안내자가 되어줄 요량으로 제가 앞장섰습니다. 그런데 매표소를 지나 입장하고 나선,상황이 급 반전했습니다.
 
그 친구는 입구에서 안내지도를 먼저 챙기더니 당일 공연 시간부터 체크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몰릴 것에 대비해 퀵 패스(미리 시간 예약해 줄 서지 않고 입장하는 것)가 적용되는 놀이기구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퀵 패스가 적용되는 놀이기구들은 인기가 많아서 보통 한시간 이상씩 줄을 서야하는 것들이었는데,저는 그 날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 친구는 본인보다 이 놀이공원 경험이 많은 저를 무색하게 할 만큼 아주 능숙하게 놀이공원을 활보하고 다녔습니다. 도무지 십수년 고국을 떠나있던 사람같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 친구를 따라 놀이기구를 몇 가지 타고 식당가가 있는 중간 지점에 이르자 초대형 퍼레이드 카와 함께 각종 분장을 한 캐릭터 요원들이 신나는 음악과 함께 공연을 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나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기구를 다 태우고 공연을 본 뒤,수만 송이의 장미가 만발한 화원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저는 안내를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내를 받은 꼴이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이 곳에 단 한 번 와 보았노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마도 열번 이상은 왔을 겁니다.
 
그 친구는 커피를 마시면서 본인도 미국 유학을 하기 전엔 무계획적이었으나 미국 생활이 자신을 이토록 변하게 했노라고 말했습니다. 그 친구 내외는 미국 유학 중,주말에 장보러 가서 변변한 물건 하나 사지 않았는데도 다른 유학생 부부보다 항상 계산이 많이 나왔다는 겁니다. 알고보니 그들은 매 주 세일 품목이 나열된 광고지를 보면서 세일하는 품목 위주로 물건을 골랐던 거죠. 그래서 그대로 따라했건만 그래도 계산대에 가면 또 가격 차이가 났답니다. 이웃들은 신문지에 붙어오는 쿠폰까지 사용해 2중으로 할인을 받았기 때문이죠.
 
그 날 이후 이 친구 부부는 알뜰한 생활을 체득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방학 중에 아이들을 위해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월드를 가보고 싶었는데 경비가 엄두가 나지 않았답니다. 오하이오에서 디즈니월드까지는 차로 무려 이틀이나 걸리는 거리입니다. 중간에 하루는 길 중간 숙소에서 자고서도 다음날 밤 중에야 도착할 거리였다는 거죠. 그래서 함께 갈 유학생 부부들을 구했고 그들과 함께 콘도를 하나 빌려 이용하는 것으로 경비를 줄이고,세 가족이 식단도 미리 짜서 필요한 물건을 공동 구입한 덕분에 커피 한 잔,음료수 한 병 사먹는 일 없이 아주 만족스럽게 다녀왔다는 겁니다. 그렇게 어렵게 갔으니 단 1초도 허비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안내지도를 보며 미리 동선 계획을 세우고 퀵패스를 체크했다는 것이죠. 그런 노하우가 있었으니 제가 놀랄 수밖에요.
 
그 친구는 미국 생활을 통해 매사에 계획을 세우고 동선을 체크하며 살게 됐다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또 다시 새 해를 허락하셨습니다. 누구에게나 백지로 시작하는 올 한 해! 2012년의 계획을 새롭게 잘 세우셔서 모두가 승리하는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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