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음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들음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채은하교수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1월 24일(목) 17:32

세상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지칠 줄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현대의 속도에 맞추지 못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늘 허덕거릴 수밖에 없다. 교통과 통신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도 순식간에 해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전기밥솥, 세탁기를 비롯하여 냉난방도 스위치 하나로 해결되는 편리함을 만끽하고 있다. 빠른 머리 회전, 신속한 동작, 종종 걸음, 재빠른 반응에 익숙한 우리는 조금만 느린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견디지 못하고 늘 새것으로 바꾼다.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 인사조차 "바쁘시죠?"라고 물어야 그 사람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온갖 첨단 기기를 사용하여도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게 아니라 더 쫓기며 살아간다. "바쁘다 바뻐!"를 입에 달고 산다.
 
때문에 우리들은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을 하고, 자기의 입장을 토로하고 싶어 하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한다.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다수의 신도들은 여전히 듣는 입장에 서 있다. 하나님의 말씀과 목회자의 말을 늘 들어야 하는 평신도들,더욱 긴장하고 듣는 자세를 가다듬게 된다. 오늘 무슨 말씀을 주실까 귀 기울이며 청종한다.
 
이즈음 솔로몬 왕의 초기 통치 시기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솔로몬이 이스라엘의 국왕이 되었을 때 하나님께 이런 간구를 하였다. "누가 주의 이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사오리이까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왕상 3:9). 하나님께서는 그의 이런 간청을 매우 흡족하게 여기셨다. 모든 권력을 손에 든 솔로몬 왕,그는 백성들의 말을 제대로 듣고 싶어서 '듣는 마음'을 달라고 간구했다. 왕으로서 명령하고 훈계하고 지시하는 사람이었으나 그는 무엇보다 백성들의 마음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백성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그에 따라 국가 정책을 세우겠다는 그의 자세를 보면 그는 분명 선왕(善王)이다. 그 이후 솔로몬 왕은 두 명의 창기가 내놓은 친아들 선별 재판을 명쾌하게 해낸다.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찮은 창기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마음이 솔로몬 왕에게 있었기에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그 유명한 재판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이렇게 듣는 마음을 통해 지혜의 왕이 되었던 것이다.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 준다'는 행위는 참으로 많은 배려가 있지 않는 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시간이 있으면 자기 계발에 힘쓰고 무료하면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되지 다른 사람의 속상하고 아픈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도 거의 없고,그렇게 편안하게 털어놓는 일도 쉽지 않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위로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 줌으로써 그(녀)를 최고의 상태에 이르게 하고 살만하게 만들 수 있다.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과 그 말을 진지하게 들으려는 사람과의 따뜻한 만남이,특별히 교회 안에서 목회자와 평신도 또한 목회자와 목회자 그리고 평신도와 평신도 사이의 이런 만남이 현대 시대의 절박한 영성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나님은 늘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지 않는가! 하나님은 말하기는 더디 하고 듣기는 속히 하라고 입은 하나,귀는 둘을 주셨다.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일,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에 절실하게 필요하다. 주님,잘 듣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채은하교수 / 한일장신대,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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