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비추라

세상을 비추라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강성열교수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1월 04일(금) 17:09

광주로 이사 오기 전에 몇 년간 서울의 성북구 월계동에 있는 한 임대 아파트에서 신혼(新婚)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 때만 해도 매달 한 번씩 실시하는 민방위 훈련이 상당히 엄하게 시행되고 있었는데, 그 중에 '야간 등화관제(燈火管制) 훈련'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 훈련은 문자 그대로 밤중에만 하는 훈련으로서, 훈련 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모든 가정에서 30분 동안 전깃불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꺼야만 했다.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주위 모습은 완전히 어둠 그 자체였다. 마치 서울이라는 큰 도시가 잠시 증발해 버린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만일에 도시가 그 기능을 잃는다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그 도시가 한밤중에 한 줄기의 빛도 없이 완전히 캄캄하게 변해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물질적인 진보는 어둠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지 않고서 불빛으로 그것을 밝혀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때 이른 밤중에 일찍 불빛을 잃은 도시는 더 이상 도시라고 불릴 수 없을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신앙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경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어둠'으로 보는 반면에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빛'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서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본받아 빛의 자녀들로서 살라고 말씀한다(엡 5:8). 이것은 곧 주님을 영접함으로 주님의 성품을 본받아 사는 자라면 누구나 빛의 행동으로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세상 사람들에게 증거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주변에는 빛을 발하는 그리스도인들보다는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어둠 속에 파묻혀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빛을 발하지 못하는 그리스도인은 불 꺼진 도시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불 꺼진 도시가 더 이상 도시라고 불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그리스도인은 더 이상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영적인 정전(停電) 상태에 빠져 있는 사람이 어떻게 하나님의 자녀요 빛의 자녀일 수 있겠는가!
 
이처럼 빛을 발하지 못하는 그리스도인은 이름만 그리스도인일 뿐 실제로는 그리스도인일 수 없다. 그런 사람은 교회 안에 있는 가라지라고도 할 수 있다. 교회 안에는 곡식도 있고 가라지도 있지만, 마지막 날에 하나님의 창고에 들어가는 것은 곡식뿐이다(마 13:24-30). 아무리 큰 능력을 소유한 자라도 하나님의 뜻대로 살지 못하면 가라지가 되는 법이다. 그는 필경 주님께로부터 "나는 너를 모른다"는 책망을 들을 것이다(마 7:21-23).

오늘의 뜻 있는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우리 사회가 도덕적으로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짙은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nominal Christian)은 많아도 어두운 세상에서 빛을 발하면서 사는 진짜 그리스도인(real Christian)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빛을 발해야 할 자신의 삶이 혹시 정전되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신앙생활이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정전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아야 한다.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으니 그러므로 우리가 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자"(롬 13:12)는 바울 사도의 말씀을 마음 속 깊이 새기는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강성열교수/호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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