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게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게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1년 11월 01일(화) 16:49
인터넷 포털 뉴스 서비스가 상용화되기 이전엔,독자들이 뉴스를 수동적이고 획일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뉴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경로나 기회도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여론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는 주로 언론에서 제공하는 여론 조사 결과에 국한돼 있었던거죠. 일테면 80년대 아웅산 폭파 사건이나 KAL기 폭파범 김현희씨의 경우,여론이란 언론보도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천안함 폭침 사태에 대해선,정부의 발표에 반신반의하는 현상이 생기면서 인터넷을 통해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거워졌습니다. 대중 가수 타블로씨의 스탠포드대 학력문제도 비슷했구요. 과거엔 상상도 못할 여론 현상입니다.
 
현재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스 메시지에 댓글을 등록함으로써 실시간으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만일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속 의견을 바탕으로 사회 전체의 여론을 추측한다면,마찬가지로 뉴스 독자들은 다수의 익명적 대중이 작성한 댓글을 읽으면서 기사에 대한 공중의 반응을 유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댓글 읽기가 일상적인 온라인 뉴스 경험의 일부로 자리 잡은 데 반해 댓글 쓰기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소수의 참여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댓글에 나타난 의견이 사회적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침묵의 나선이론처럼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론의 동향을 몇몇 댓글 작성자의 의견에 기반하여 추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댓글 없이 기사만 읽은 피험자에 비해 뉴스 기사의 논조에 반대하는 댓글을 읽은 피험자들은 여론이 기사의 논조와 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지각했고, 이러한 경향은 평소 댓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기사가 편향되었는지 평가하기 위해선 편향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사람들은 주로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여론을 유추하고, 미디어 보도가 자신들이 지각한 여론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났는가에 따라 미디어의 편향을 판단한다는 것이죠. 일종의 '적대적 미디어 지각 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적대적 미디어 지각 효과는 논란에 깊이 관여된 사람들이 해당 이슈에 대한 미디어 보도가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믿는 경향을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즉,중립적인 사람들이 보면 충분히 공정하고 균형잡힌 기사조차도,특정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죠.
 
이런 연구도 있었습니다.  동일한 정보를 신문 기사 혹은 학생이 쓴 논문이라고 하고 피험자들에게 보여 주었는데,논문이라 생각하고 읽은 집단의 경우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란 판단을 한 반면,신문 기사라고 생각하고 읽은 집단에서는 주어진 정보가 본인의 의견과 반대 방향으로 편향되었다는 평가를 내렸다는 것입니다. 즉,뉴스 미디어가 여론을 자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믿음이 특정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사를 편파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편집국 기자들은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고,바르게 보고 전달할 책임감"에 언제나 어깨가 무겁고 가슴이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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