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와 돈, 마음의 탐심을 다스리라

목회자와 돈, 마음의 탐심을 다스리라

[ 특집 ] 기윤실 부설 기독교윤리연구소 <목회자윤리> 연속 심포지엄 '목회자와 돈'

이상원교수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0월 31일(월) 17:03
<'돈' 문제는 교회 내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특히 최근 일부 교회 혹은 단체의 재정투명성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교회의 대사회 이미지도 더욱더 추락하고 있다. 교회 재정은 특히 성도들이 하나님께 정성스럽게 바친 재물이라는 점에서 이를 사용할 때 투명성과 합목적성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부설 기독교윤리연구소는 지난 10월 10일 목회자와 돈의 바른 관계를 설정하고 한국교회의 재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목회자와 돈'이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을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본보는 여기서 발제된 4편의 강의를 요약 게재한다.>
 
기조강연
 
사도 바울은 다양한 도덕적인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었던 고린도교회 성도들을 향하여 이렇게 권고한 바 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을 판단하는 것이야 내게 무슨 상관이 있으리요마는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이야 너희가 판단하지 아니하랴"(고전5:12).

바울은 불신자들이 행하는 도덕적 부패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이들과 일상적인 교류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까지 관대하게 말했다. 그러나 신자들의 도덕적인 부패에 대해서는 비판을 가할 것을 명령하고 있고 심지어는 교회로부터 축출하는 조치까지도 불사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권고하고 있다. 바울이 이와 같은 이중적인 명령을 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밖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심판하시려니와(고전5:13)'라는 말씀이 보여 주듯이 도덕적인 악을 행하는 불신자들에 대해서는 하나님께서 직접 판단하실 것이기 때문에 구태여 교회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신자들은 하나님과 함께 영원히 살아야 할 자들이므로 이 삶에 장애가 되는 생활관습 특별히 도덕적으로 부패한 생활관습은 철저하게 버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

교회의 부패와 타락의 중심에는 항상 성직자가 관련된 돈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중세시대 말엽에 전 유럽의 교회를 타락의 나락으로 몰고 갔고 급기야는 유럽의 기독교를 카톨릭교와 개신교로 분열하게 한 도화선도 성직자와 관련된 돈의 문제였다. 당시 로마 카톨릭교회는 방만한 규모의 재정을 요구하는 성당건축과 성직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돈을 받고 구원표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교인들로부터 돈을 갈취하고자 했고, 이런 무리한 돈모으기가 종교개혁을 촉발시켰던 것이다.

손봉호교수께서 오늘날의 한국교회는 기독교 역사상 도덕적으로 가장 부패한 교회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 지적은 성직자와 관련된 돈의 문제에 있어서 적실성이 있는 지적이다. 현재 성직자와 관련된 돈 문제를 둘러싼 잘못된 관행이 한국의 교계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다. 한기총의 임원선출과정이 오랫동안 금권선거로 얼룩졌으며, 교단의 임원선출에는 의례히 돈봉부를 주고받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으며, 심지어는 신성한 신학교육기관의 장을 선출하는 과정도 돈거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일부 대교회 목회자들이 교회재정을 주머니돈이 쌈지돈이라는 생각으로 개인적인 용도로 물쓰듯이 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교회 돈을 영리사업에 투자하고 수익을 거두며, 그 수익을 목회자들이 챙기는 관행도 나타나고 있으며, 목회자가 은퇴할 때 수십억 원이나 되는 거액의 퇴직금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예배당과 성도들을 묶어서 후임 교역자들에게 팔아넘기는 관행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우리는 이와 같은 잘못된 관행에 근거하여 한국교회 전체를 정죄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사실 이와 같은 잘못된 관행은 한국교회의 일각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대다수의 한국교회를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교회의 70~80%는 자립이 어렵거나 근근히 자립하고 있는 영세교회들이며, 영세교회들을 섬기는 목회자들 대부분은 통상적으로 7년이 넘는 교육을 받은 고급인력들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우리 사회의 최하 빈민층의 대우를 받으면서 묵묵히 소명감을 가지고 교회와 성도들을 섬기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이들의 헌신과 기도와 명예가 한국교회의 타락에 대한 비판에 묻혀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교회의 대다수의 목회자들이 이렇듯 눈물겨운 헌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자리가 필요한 이유는 작은 여우 한 마리가 결국 포도원 전체를 허물고 작은 누룩이 반죽 전체를 더럽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부 목회자들이 돈의 문제와 관련하여 이렇게 잘못된 관행 속에 빠져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은 이처럼 짧은 시간을 통해서 다루기에는 너무나 크고 어려운 주제이다. 다만 여기서는 우리 모두가 어렴풋하게나마 동의하리라고 생각되는 이유들을 세 가지 정도로 묶어서 간단히 정리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고 한다.

우선 우리는 그 이유로서 목회자들이 마음 속의 탐심을 다스리는 일을 철저하게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는 잠언4장23절 말씀과 "오직 너는 스스로 삼가며 네 마음을 힘써 지키라"는 신명기4장9절 말씀에 따라서 목회자는 무엇보다도 모든 행위의 근원인 마음을 지키도록 가르치고 또 먼저 마음을 지키는 모범을 보여야 할 직분자들이다. 돈에 집착하는 태도는 마음의 탐심을 다스리지 못한 결과요, 마음의 탐심을 다스리지 못했다는 것은 기독교인의 삶의 첫 출발점인 개인의 경건훈련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사실상 돈의 문제에 있어서 목회자는 일반 성도들보다 훨씬 더 유혹에 취약한 처지에 있게 된다. 목회자란 그 성격상 돈을 멀리 해야만 하는 직분이라는 점은 보편화된 인식이다. 어떤 대상을 멀리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면 가질수록 그 대상에 대한 호기심은 반비례하여 커지기 마련이다. 목회자는 돈을 멀리해야 하면서도 가일층 커진 호기심과 유혹에 노출되어 있는 직분자이다. 이 일은 매우 어렵지만, 그러나 교회를 살리고 성도들을 바른 길로 지도하기 위하여 반드시 극복해 내야 할 과제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오늘날의 목회자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배하는 시대이념의 구조를 파악하는 일에 실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목회자에게는 로마서12장2절 말씀에 따라서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하나님의 뜻을 추구하고 또 그렇게 성도들을 가르쳐야 할 과제를 부여받은 자들이다. 이 세대를 본받지 않기 위해서는 이 세대를 지배하는 시대이념 곧 세상 사람들의 세계관을 간파하고 분석해내는 독서와 훈련을 필요로 한다. 현 시대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시대이념을 한마디로 요약하라고 한다면 유물론(materialism)이라고 답변할 수 있다. 유물론이란 물질세계가 이 세계의 구성의 전부라고 파악하고 물질세계 안에서 작동하는 원리들을 가지고 인간과 세계 전체를 설명하고자 하는 철학적 태도를 가리킵니다. 유물론은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나는 바, 형이상학적 상부구조는 경제적 하부구조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보는 마르크스의 사적 유물론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심리적 기제 안에 작동하는 원리로서 인간의 정신현상 전체를 설명하고자 하는 심리학적 유물론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유전자 안에서 작용하는 원리로서 인간의 정신과 사회현상 전체를 설명하고자 하는 유전적 결정론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유물론의 지배를 받을 때 실천적으로는 돈을 확보하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도가 나타나게 되는 바, 이런 태도는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말씀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니라"는 마태복음4장4절의 가르침과 정면으로 대립되는 것이다. 목회자가 의식하는 가운데 또는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유물론의 지배를 받게 되면 실천적으로는 돈의 노예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목회자가 돈 문제로 올가미에 걸려드는 이유는 성경이 제시하는 교회구조의 함의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초대 예루살렘 교회는 사도들이 구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공정하게 시행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자 사도들은 말씀과 기도에 전념하고 재정 관리는 집사들을 세워서 맡기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이와 같은 역할분담은 일종의 교회정치의 민주화를 의미하는 것인데, 이와 같은 역할분담은 교회의 재정운영에 있어서 매우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조치로서 향후의 교회들이 따라야 할 교회구성의 표준적 원리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 조치는 말씀 사역자의 부담을 덜어 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일반 성도들보다도 훨씬 더 강하게 돈의 유혹에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교회재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다루는 위치에 있는 목회자가 돈으로 인한 시험에 들지 않도록 도와줌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목회자를 보호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물론 재정권이 평신도들에게 전적으로 넘어갈 때 목회자를 괴롭히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재정권을 권력행사의 방편으로 악용하고자 하는 평신도들로 인한 폐해가 있기도 하지만, 이런 불편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원리를 교회구성원리로 받아들인다면 재정운영상 상당히 많은 어려움을 피하고 재정의 투명성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가 이 구성 원리 하나만 철저하게 지켜도 재정운영상 제기되는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원교수
총신대 신학대학원ㆍ기독교윤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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