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에 빠진 한국교회

'도가니'에 빠진 한국교회

[ 논설위원 칼럼 ]

곽재욱 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0월 21일(금) 14:19
영화 '도가니'의 관객수가 4백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도가니'는 지난 2005년,전남 광주에 소재하고 있는 청각장애학교인 인화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장애인 아동 성폭력과 그것에 얽힌 법조 비리와 같은 우리 사회의 가장 그늘지고 부패한 부분을 고발하는 사회 윤리적 고발 영화로서 현재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간 중에는 그 사고 학교에서 50여 년 전에 어린 두 학생이 학대를 받고 숨진 후 암매장되었다는 새로운 주장까지 제기되어 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사실을 알리고 갈 길을 제안하는 대중매체들 가운데 영상성을 가진 TV 드라마와 영화는 다른 무엇보다 직접적,대중적 전달력과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는 그와 같은 매체들 앞에서 무섭게 야단치는 선생님이 무서워 등교하기를 서성이는 학생과 같은 자리에 서있음을 본다. 영화 '도가니'는 이중적 교훈을 포함하고 있다. 즉,우리 사회가 그 동안 약자의 인권에 얼마나 눈을 감고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것과 함께,그 영화가 일으킨 민감한 반향은 이제는 우리사회가 그와 같은 문제에 눈길을 모을 만큼 밝아지고 성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영화를 보는 내내 자리가 불편했던 것은 교인들과 함께 그 영화를 본 필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시간동안 함께 영화를 감상하던 교우들에게 송구했고,다른 관객들의 야유를 목덜미로 받아야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성직자로서 필자는 심정적으로 용의자 가운데 서있는 범인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 영화의 내용과 장면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가니는 이미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그 학교의 소재인 광주를 '무진'이라는 가상의 도시로 가려서 처리해 준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 범인이 기독교인 장로라는 것과 그 학교가 기독교 학교라는 점을 영상과 줄거리에서 계속하여 줌인(zoom- in) 반복하고 있다. 내용이 전개되는 내내 그 학교의 교장실의 성구가 쓰여있는 액자와 벽에 걸린 십자가,그리고 교장의 가슴에 달려있는 금빛 나는 뱃지와 십자가 학교 상징 등을 둘러 비추고 있다. 찾아보았더니 인화학교의 학교 상징에는 십자가가 들어있지도 않았다. 흉악하고 파렴치한 범행을 일삼는 교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은 여러 번 자신들의 신앙을 들어 변명하고,교회의 목사와 교인들은 그러한 교장의 구명을 위해 시위 기도회를 열고,부패와 연관관계에 있는 담당 형사는 그가 바로 '존경받는 장로'임을 역설적으로 역설한다. 한 마디로 그 영화  '도가니'는 기독교회와 신앙을 일면 조롱하고 이 사회의 공적으로 돌려세우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받아야할 비판을 모면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뜻은 없다. 그러나 그 사람이 장로인 사실과 기독교회의 연관을 반성의 여지없이 일치시키는 그 영화의 관점에 대해 질문이 있다. 우리는 개인적으로, 예를 들어서 불교를 신봉하는 사람이 학교나 병원을 세웠다고 해서 그것을 불교 학교,불교 병원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적어도 그것을 기독교 학교라고 칭하려면 기독교 교단이나 단체가 설립한 것이어야 한다. 인화학교의 경우 그 학교의 설립자가 개인적으로 기독교인이었다는 것 뿐이다. 기독교는 이 땅의 8백만명이나 되는 사람이 신봉하는 메이저 종교다. 도가니는 사회의 부패와 부조리를 고발하면서 이 사회의 큰 조각을 공적으로 몰아세워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부추키는 셈이 되는 것이다.
 
지난 역사 동안 우리 사회의 윤리적,물리적 선도자의 역할을 해왔던 기독교회가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를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어느 사회,어느 집단에도 올바른 가르침의 본연에서 벗어난 사람이 있는 법이다. 교회는 그 교장과 같은 사람에게 그렇게 살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도가니는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신실하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이 땅의 많은 신자들마저도 그와 같은 탈선의 행렬에 갖다 붙인 것이 될 수 있다. 만일 영화가 몰아세울 대상이 불교나 가톨릭이었다면 '감히' 그와 같
   
은 노골적 조롱의 상대로 만드는데 좀 더 진지하지 않았을까 싶다. 무엇보다 이 나라의 최고 통치자가 기 독교의 장로라는 것에서 연유되는 듯한 기묘한 정치적 적대감과 사회 역사 발전의 딛고 넘어설 디딤돌이 기독교 교회로 설명되고 있는 점,그리고 무엇보다 그에 대하여 제대로 항의할 기력조차 잃어버린 듯한 오늘의 '도가니에 빠진 한국 교회'의 신세가 너무 처량하고 한심스럽다.

곽재욱목사/동막교회ㆍ장신대 겸임교수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