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한번의 실수에도 '끝'

원자력, 한번의 실수에도 '끝'

[ 연재 ] <나눔과섬김> '원자력과 민주주의' 심포지엄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1년 10월 11일(화) 19:54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에 진도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해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가 피해를 입으면서 방사능이 다량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도 복구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제사회가 최근 유럽에서부터 불어닥친 세계 경제 위기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면서 일본의 원자력 방사능에 관한 관심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사그라들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에서는 최근에도 원자로 냉각수로 사용된 바닷물의 처리문제 및 지하수 오염, 이웃국가 및 전세계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달 27~28일 이화여자대학교 여성신학연구소, 녹색평론사, 한국교회환경연구소는 공동으로 '원자력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심포지엄이 진행해 학계와 일반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주최측은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장윤재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과ㆍ한국교회환경연구소 소장), 문규현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 대표), 김익중교수(동국대 의대 미생물학과), 카마나카 히토미감독(일본다큐영화감독) 등을 초청해 원자력의 위험성과 반핵ㆍ탈핵 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 일본 원전 복구, 아직도 미지수

이번 심포지엄에서 '원자력 체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제한 김종철 발행인은 "후쿠시마 상황은 수습이 전혀 안 되는 상태다. 방사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언론이 주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통제를 받거나 그들 편에 서 있다. 그래서 대중은 진실을 모른다"며 "지금 수습을 향해 한 발 겨우 내딛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는 작은 지진이라도 나면 통제 불능 상태에 들어간다. 아시아에 지옥문이 열린다. 지금도 계속 엄중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언론은 선거 문제에만 몰입해서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발행인의 지적처럼 현재 일본은 현재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객관적 분석을 하는 사람들은 이번 사태는 히로시마 원폭의 50개 분량이 터진 것과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정부는 이번 사고의 피해에 대해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 발행인은 또한, 원자로 가동에 숨겨진 세 가지 차별에 대해서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빈부격차에 따른 계층적 차이', '지방과 서울, 즉 지방과 대도시 격차',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격차'가 바로 그것.
 
 그의 지적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려면 평상시 가동 중에도 끊임없이 원자력 내부로 들어가 잔손질을 하는 작업자가 있어야 하며 사고가 난 후에도 목숨을 무릎 쓰고 원자력 내부에 들어가는 사람은 최하층 노동자라는 것.
 
또한, 전력 생산 능력이 거의 없는 대도시의 주민들을 위해 소득 수준이 낮은 시골에서 조금의 이득을 위해 방사능의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는 현 세대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서 원자력 발전이 개발된다고 비판했다. 지금 현 세대의 풍요를 위해 미래 세대에 핵폐기물을 감당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원자력이 청정에너지라고?

'선악과 원전, 그리고 생명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한 이화여대 장윤재교수는 정부의 핵발전 불가피론에 강하게 반발하며 신재생에너지로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져가는 상황 속에서 화석연료를 태울 수 없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로 가는 징검다리 연료로써 핵발전을 이용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맞지 않다"며 "핵발전은 한번 가동하면 최고 에너지를 항상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전력 과소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지구 기후 변화에 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라늄을 캘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화석에너지를 태울 때 나오는 양보다 몇 배 많다"고 지적하고 "핵발전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청정에너지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장 교수는 "핵발전의 대안은 핵발전이 없는 것"이라며 "제도화된 무책임성에 대해 국민들이 각성해야 하고, 파수꾼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번의 사고 ^ 돌이킬 수 없는 재앙

이번 심포지엄에서 가장 눈길을 끈 사람은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가마나카 히토미였다. 심포지엄의 마지막 날에는 '로카슈무라 랩소디'라는 작품을 상영하고 감독과의 대화의 시간이 진행됐다.
 
그는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이웃나라에서의 재앙을 보고 있으면서도 원자력 발전 수출을 내세우고 있는 한국에 원자력 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는 이웃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사실은 한국 자기들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단 한번만 일어나도 그것으로 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가의 운명까지 걸어가며 전기를 만들어야 하는가? 한국 사람들도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다. 지금 일본에서는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도 방사능으로 오염되지 않은 공기, 물, 음식 등을 구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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