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탐방 13. 도서출판 동연

출판사 탐방 13. 도서출판 동연

[ Book ]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8월 16일(화) 14:08

"세월이 지나도 좋은 책 낼 것"

   
▲ 도서출판 동연의 김영호대표.
'함께 연대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든다'는 뜻의 도서출판 동연(대표:김영호)을 지난 11일 찾았다. 서울 마포구청 역에서 2분 거리에 있는 동연은 흔한 간판 하나 없어 밖에서는 이곳이 출판사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2층에 올라 문을 열고 들어서니 입구부터 책이 빼곡히 쌓여있는 것이 영락없는 출판사의 모습이다.

지난 1992년 문을 연 동연은 지금까지 1백60종의 도서를 펴냈다. 5년 전부터는 동연을 창업한 전 백규서대표에 이어 김영호대표(인천노회 대광교회 시무장로)가 경영을 맡아 출판사 살림을 꾸려오고 있다. 두 사람은 연세대 신학과 선후배 사이로 함께 사무실을 사용하며 김 대표가 컴퓨터중급서, IT 교재 등을 출간했던 와이미디어, 아이워크북은 현재 동연의 자회사가 됐다.

5년 전을 기점으로 동연의 가장 큰 변화는 종교학ㆍ인문학 서적 위주에서 신학 서적의 출간이 부쩍 많아졌다는 것이다. 컴퓨터, IT 관련 도서에서 얻은 수익을 신학 서적 출간에 투자해오던 방식이 지난해부터는 역전돼 주로 신학 서적 발간에 매진하고 있다.

동연의 도서는 한 권도 쉽게 읽히는 것이 없다. 지난 2007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및 우수학술도서,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등을 한 해도 빠짐없이 배출한 것을 보면 그럴만도 하다. "30년, 60년, 1백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좋은 책으로 평가받는 책"을 내는 것이 도서출판 동연의 지향점이다.

"한국 개신교에 팽배한 비지성주의가 오늘날 교회가 당면한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신도 신학은 필요없이 오로지 믿음만을 이야기한다면 맹목적인 신앙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목회자에게도 신학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사회 현안에 대해 부단한 노력으로 자기 문제화 해서 신학적 응답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목회처럼' 출판에 임하고 있다는 김 대표의 말이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운영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특히 교회 내 '생태영성'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이 아쉽다고 했다. "교회가 앞장서서 생태질서를 지켜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 동연의 수상목록. 2007년부터 한해도 빠짐없이 우수학술도서, 우수교양도서를 냈다.

캠퍼스에서 '하얀 고무신'을 신고 다닌 것으로 유명한 김 대표는 대학교 2학년 때 북스터디 모임을 통해 만난 '서양철학사'를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꼽았다. 신학에 입문하게 된 것도 '신, 내세, 죽음' 등 철학적인 고민으로부터 비롯됐다. 고3때 교회수련회에서 우연한 사고로 친구를 잃고 이과에서 문과로 전과를 한 것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돼 23년째 출판계에 몸담도록 이끈 것이다.

86년 졸업생 사은회에서 '세상에서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던 그는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전자책'에 대해서도 색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기능적인 면에서 발달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본다. 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행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힌 그는 "디지털화된 것은 드래그 앤 드롭(Drag&Drop)이 가능하다. 물론 편집도 사고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궁극적으로 생산은 안되고 지식의 소비, 유통만 있을 뿐이다. 대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연의 꿈은 소박하다.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책을 내는 것'이다.

김혜미 khm@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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