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목소리'로 감동을 부른다

'한 목소리'로 감동을 부른다

[ 문화 ] '합창'의 재발견, 한국 고유의 교회음악 발전으로 이끌어야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8월 09일(화) 13:58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에는 2천18명의 숨은 조연이 있었다. 지난 2월 강릉 국제 실내빙상장을 찾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실사단을 위해 아바(Abba)의 'I have a dream'과 '아리랑' 등 감동적인 합창을 선보인 강원도 주민들이다. 마침내 평창의 꿈이 이루어지던 남아공 더반에서 조양호 유치위원장은 "2천18명의 강원도민들이 들려준 하모니와 열정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거듭 감격을 표했다.

   
▲ 영락교회에서 은퇴 후 자양교회 시온찬양대 지휘를 맡고 있는 윤학원장로. 합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내심 반가운 그는 한국교회 고유의 음악 발달이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노래가 전달하는 감동은 상상 외로 크다.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합해지는 합창은 더욱 그렇다. 지난해 여름에도 합창은 한 주말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하모니'란 이름으로 전 국민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올해는 '청춘합창단'이란 제목으로 또 한편의 감동 드라마가 쓰여질 예정이다. 1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단원들의 평균 나이는 62.3세. 대학교수, 의사, 배우, 농구감독, 노래교실 강사, 호텔 CEO, 전직 아나운서, 시각장애인 등 다양한 면모를 지닌 이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생을 담아 노래를 부른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노래마다 울림이 깊다.

그중에서도 "해는 노을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생애 노래 하면서 정열적으로 살고 싶다"는 84세 최고령 노강진씨의 고백은 절로 코끝을 찡하게 한다. 오디션에서 딸과 함께 멋진 화음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던 홍순례씨(공덕교회, 70세)는 "단원들의 연령대가 높아서 음을 잘 맞춘 합창을 하는 것은 솔직히 어렵다. 이제 겨우 맞춰가는 단계에 있지만 마음이 하나되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청춘합창단'의 공식 멘토로 활동 중인 윤학원장로(인천시립합창단, 영락교회 은퇴)는 "연세 드신 분들이 생각보다 노래를 잘하시더라. 소리도 젊은 사람들 못지 않게 좋았고 무엇보다 합창을 하고 싶은 열망이 정말 대단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일평생 '합창의 대중화'를 위해 힘써온 그는 합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내심 반가운 기색이다. 그는 합창의 가장 큰 매력으로 '하나되게 하는' 힘을 꼽았다. "요즘 개인주의가 심하잖아요. 전부 남의 이야길 듣지 않고 자기 얘기만 하려고 하는데 합창은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어야 화음이 되거든요. 그냥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파트에서 소리를 내면서 할 일은 제대로 해야 해요. 합창 운동이 다시 일어나면 분열된 사회를 하나로 이끄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합창은 대표적인 교회 문화 중 하나다. 매주일 전국의 교회에서는 어김없이 은혜로운 합창곡이 울려퍼진다. 윤 장로는 "사회에서 교회에 오면 뭔가 다른 것, 새로운 것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평소 신념을 밝히며 "원래 전에는 교회음악이 사회의 음악을 리드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교회음악이 사회음악을 따라가려고 한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우리가 가진 아름다운 성가를 지켜가야 한다"며 그는 한국 고유의 교회음악 개발을 과제로 제시했다.

김혜미 khm@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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