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을 알기에 더 곤혹스러운… !"

"정답을 알기에 더 곤혹스러운… !"

[ 논설위원 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7월 21일(목) 13:54

 
며칠 전 미국에서 신학을 배워가고 있는 아들에게서 급한 상담이라며 전화가 왔다. 미국 장로교(PCUSA)에서 최근 동성애자 안수 문제가 통과되었는데,지금 밟아가고 있는 목사 안수 과정을 계속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미국에서 목회하던 당시에도 총회 때마다 핫 이슈가 되었던 문제였기에,'올 것이 왔구나…!'하는 당혹감이 밀려왔다. 더욱이 답답했던 것은 그것이 교리나 성서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아들의 생존권의 문제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수십년간 논쟁에 논쟁을 거듭해 온 'GLBT(게이,레즈비언,양성애자,성전환자)' 안건,더 정확하게는 미국 장로교(PCUSA)교단 헌법(Book of Order) 중 '목회자 및 장로,집사 등 모든 제직자는 남성과 여성 결합의 신실한 결혼 정립 및 혼전 순결을 조건으로 한다'는 '정절과 순결 조항(G-6.0106)'을 삭제하는 개헌안을 지난 총회에 이어 2010년 제 2백19회 총회에서 또 다시 통과시킨 것이었다. 이로써 정절과 순결 조항 삭제를 위한 시도는 1997년 이래로 4번째 이루어졌고,앞선 세 번의 경우,개헌안 발효를 위해 요구되는 전국 1백73개 노회 가운데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해 개헌 시도가 무효화돼 왔다. 그러나 지난 5월 일제히 열린 각 노회별 찬반 투표에서 10일 현재 1백73개 노회 중 과반수가 넘는 87개 노회가 찬성 입장을 밝힘에 따라 투표가 아직 끝나지 않은 24개 노회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통과가 확정된 것이다.
 
결국 지난 7월 10일부터 효력이 발생된 이 법안은 "미국장로교 신앙고백서에 의해서 남자와 여자가 결혼 언약을 맺어 정결하게 살아야 한다는"는 기존의 교단 헌법 조항을 없애는 내용이기에 진보 보수를 떠나 PCUSA 교단적으로 동성애자에게 집사,장로,목사 안수가 가능케 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교회나 노회 등 각 치리회의 심사에 따라 (성적) 소수자가 안수를 받을 수도 있고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안수를 '허용했다'기 보다는,(성적) 소수자가 안수를 받지 못하게 하는 조건을 삭제했다는 표현이 더 명확할 수도 있다.
 
아무리 시대의 흐름이 소위 (성적) 소수자의 인권이 보편적 가치로 인정되어 가는 추세라 하더라도 목사 안수 문제까지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현실 목회에 몸담고 있는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 당혹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물론 목회의 영역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지만,어쩌면 그런 (특별한) 목회의 현장이기에 (특별한) 목회자가 필요하다는 것인지,보편적 인권 문제를 넘어서 목회의 본질 문제를 떠올리기에 충분한 사안이다.
 
그러면서 한 가지 떠올리게 된 상념은,1997년 이 문제가 총회에 제기되었을 때 필자가 속해 있던 노회의 개교회들의 반응이다. 그 중 인상 깊었던 것은 토론의 내용 중 '동성 연애가 죄냐? 성서적 가치로 보면 분명 죄다. 그렇다면 다른 것은 어떠냐? 각종 성적 범죄나 고리대금업, 기타 우리가 익숙하게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죄악들에 대해서도 과연 우리가 똑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문제냐?'라는 대목이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그 청원안에 대한 물타기라고 비아냥거릴 수도 있겠지만,어쨌든 해당 당회에서는 치열하게 논쟁하고 내린 결론이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요지는 바로 동성연애자 안수 문제를 두고 오늘 한국 교회 목회의 현장과 모든 성도들의 삶의 현장을 다시금 고뇌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명백하게 이슈가 될 수 없는 한국 교회의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그것은 드러난 이슈라는 점이다. 이슈화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번 개헌안이 노회 수의를 거쳐 통과되고 나서 PCUSA의 한 한인노회에서 발표한 선언서가 그래서 오늘 우리에게 경종으로 다가오고 있다. "교회가 성경에 의해 개혁되는 것이지 교회가 성경을 개혁할 수 없다고 믿는다 … 개혁신앙에 근거하여 교회가 지속적으로 개혁되는 것을 믿는다. 그러나 교회가 성경에 어긋나는 시대적인 변화에 따르는 것을 거부한다."
 
PCUSA는 미국 내 최대 장로교단으로 2백30만 성도를 회원으로 두고 있으나 지난 5년간 1백여 교회가 이 법안 개정을 둘러싼 신학적 갈등으로 교단을 떠났고,이런 추세는 더 확산될 것으로 보여진다. '동성애자 교회들 '젊은 층 결핍'- 자녀 있는 가족 거의 없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라는 기사를 접하면서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되는 단상은 이것이다. "정답을 알기에 더 곤혹스러운…!"

홍성호
목사ㆍ순천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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