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마술을 한다고?"

"교회에서 마술을 한다고?"

[ 문화 ] 가스펠매직, 기독교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7월 06일(수) 11:33
   
▲ 'JC 매직' 기독교 마술팀의 공연 모습.
최근 마술사를 초청하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마술을 문화공연의 한 장르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불과 10여 년전만 해도 교회에서 드럼을 치는 것이 논란이 됐는데 이제 교회에서 마술을 한다니 시대가 많이 변하긴 한 모양이다. 마술은 교육적 효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치매예방 및 호전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 발표가 있었고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재활치료를 위해서도 마술은 그 활용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기독매직협회라는 단체도 생겼다. 회원 중에는 현재 활동중인 기독인 마술사도 있고 교회에서 봉사하기 위해 마술을 배우려는 일반인도 있다. 정관에 명시돼있는 목적은 "가스펠 매직을 통해 국내 외에서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성경말씀을 전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모시는 데" 있다. 표성은회장은 "마술을 무조건 거부할 것만이 아니라 장점을 개발하고 단점으로 드러날 수 있는 부분을 다듬어 '가스펠 매직'을 훌륭한 기독문화컨텐츠로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서울시립문래청소년수련관에서 만난 마술사 함현진씨(서울은현교회 출석, 한국교육마술협회 회장)는 전도사 시절 레크리에이션, 율동, 인형극 등을 하던 중 교회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처음 마술을 배웠다. 지난 4월 그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기 위한 자선공연으로 음향장비 비용을 제외한 1천7백만 원의 수익금을 기부했다. 한달에 최소 한번씩은 영등포 쪽방촌, 일산 암센터 등 소외된 이들을 찾아 웃음을 선사해온 것이 벌써 수년째다.

하지만 처음에는 "마술은 왜 하냐", "마술은 사람들 속이는 거 아니냐" 등 부정적인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때마다 "마법은 미신이지만 마술은 과학"이라는 것이 그의 답변이었다. 실제로 마법은 '마력으로 불가사의한 일을 행하는 술법'인 반면 마술은 '재빠른 손놀림이나 여러 가지 장치 등을 써서 불가사의한 일을 해 보이는 것'으로 사전적 의미가 다르다.

함 씨는 "선교지에서나 불신자들의 마음을 열기에 간단한 마술만큼 좋은 것도 없다. 마술은 조명, 음향 등 연출이 중요한 공연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등 성경 속 예수님의 이적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지난 2일 일산 암센터를 찾은 함현진 마술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술'이라고 하면 웬지 거부감이 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술이라는 단어가 주는 신비주의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시선에 대해 기독인 마술사들은 "무조건 돌을 던지기 보다는 직접 경험해보고 평가해달라"고 말한다. 이들의 바람처럼 가스펠 매직이 기독 영화, 뮤지컬, CCM처럼 기독 문화의 한 분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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