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채움'의 또 다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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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계 ] <88한 젊은이들> 청년 재능기부 문화 활짝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1년 06월 15일(수) 09:41
   
▲ 재능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젊은이들. 좌측부터 이현지, 윤현, 김유두 씨.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현지 씨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벌써 '회장님' 소리를 듣는다.
 
"비록 중고등학교 때는 점수를 얻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긴 했지만 그때도 봉사활동은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굿네이버스 대학생자원봉사동아리 전국회장 이현지 씨는 대학 진학시 학과도 사회복지학과를 택했다. 활발한 성격으로 총학생회와 봉사활동을 병행하던 그녀는 자신이 봉사하는 차원을 넘어 더 많은 청년들이 함께 나눔과 섬김의 가치를 실천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왔다.
 
그러던 중 국제구호개발NGO 굿네이버스(회장:이일하)가 대학생자원봉사동아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가입을 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얼마 안 있어 이현지 씨는 전국 43개 팀, 회원 2천 명 중 굿네이버스 대학생자원봉사동아리 전국회장이 됐다.

# 청년 재능기부 문화 '활짝'

현지 씨는 자신과 같이 '나눔 중독증'에 걸린(?) 청년들과 함께 저소득 가정 자녀 멘토링, 인형극 공연, 중고등학생 대상 평화교육 강의, 지역 거점 나눔 캠페인 등 행사를 직접 기획하기도 하고 굿네이버스 본부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자원봉사 요원을 효과적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조율한다. 물론 시간이 되는 한 현지 씨도 자원봉사에 참여한다. 사회복지학과의 특성을 살려 소외된 어린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아동권리 교육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나눔과 섬김의 정신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각 대학 축제에 참가해 '나눔 축제 캠페인'을 진행했다. 대학생활 최고의 낭만 중 하나인 5월의 대학축제를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는' 소비적인 문화에서 '의미 있는 나눔의 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현지 씨는 자신의 기획력, 리더십, 교육능력 등 다방면으로 가지고 있는 재능을 기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현지 씨는 "사람들이 가지는 것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나눔으로 그 부분이 채워진다고 믿는다"며 "재능기부란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람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꼭 특별한 재능 없어도 가능한 '재능기부'

최근 이현지 씨 같이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기부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몇 년 전까지 기부하면 재정 기부만을 생각했었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재능을 통해 사회봉사에 이바지 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재능기부를 위해선 일단 특정 분야에 재능이 있으면 좋겠지만 굳이 전문가 수준의 재능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봉사자들은 남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일 만큼의 이타심과 열정만 있으면 된다고 이야기 한다.
 
한국해비타트의 홍보국장 김기선장로(예능교회)는 "현재 한국해비타트에는 번역, 회계, 데이터 정리, IT 관리, 비품 구입 및 관리, 사진, 동영상 등의 재능 봉사가 연인원 2천 명에 달한다"며 "그러나 특별한 재능이 있어 이를 통해 봉사단체를 돕는 것도 매우 귀한 일이지만 희망의 집짓기 봉사에 참여하는 연인원 7만 명의 노동 봉사자들도 자신의 노동력을 기부하는 중요한 기부자들"이라고 말했다.
 
대학원 강사인 김유두 씨(28세)의 경우는 최근 신사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해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김유두 씨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기부를 하자는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오프라인 모임으로 발전, '굿앱스(www.goodapps.or.kr)'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원래는 6~7명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 모임에는 20명이 넘게 모였고, 모인 이들은 이렇게 좋은 뜻을 가진 이들이 많으니 아예 모임의 이름을 정하고 본격적으로 앱 개발 봉사를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현재 굿앱스에서는 6~7개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서 김 씨는 제작소장의 직분을 맡아 애플리케이션을 필요로 하는 봉사단체와 자신들의 앱을 매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유두 씨는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좋은 일도 할 수 있는 앱 개발 봉사는 나쁠 것은 없고 좋은 점만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굿앱스의 봉사활동을 확대해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 나눔과 섬김은 행복의 다른 말

간호사인 윤연 씨(28세)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재능기부를 하는 대표적인 경우다. 기아대책에 결연후원을 맺고 관계를 이어오는 중 지난해 7월 필리핀 빈민지역 톤도에서 비전트립을 다녀오면서 지역 아동들에게 치위생 교육을 실시했다. 이외에도 지난 9일에는 해외의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보내지는 구호 물품 키트를 만드는 청소년 자원봉사 행사 '한톨나눔축제'에서 스태프로 참여하기도 했다.
 
윤연 씨는 평소에는 기아대책 영어 문서를 번역하는 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윤연 씨는 대학생 때 발맛사지요법을 배워 학교에서 동아리를 만든 후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봉사를 했을 정도로 나눔에 있어 적극적인 청년이다. "제가 받고 자란게 많아서…",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 보고 배운 데로 행하는 것뿐"이라고 자신의 봉사 계기를 밝힌 윤연 씨는 "간호학과에 진학하게 된 것은 이 기술을 통해 돈을 벌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받아 내린 결정이었다"며 "봉사를 하면 다양한 분야의 많은 분들과 소통을 할 수 있어 좋고 제가 느낄 수 없는 부분에서 감사를 발견할 수 있어 더욱 좋다"고 말했다. 윤연 씨는 다음달 한국국제협력단(KOICA)를 통해 몽골로 2년간 자원봉사를 떠난다.
 
이현지, 김유두, 윤연 씨 같은 '나눌 줄 아는 젊은이들'이 있기에 우리사회의 미래가 더욱 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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