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열풍…앙까?

서바이벌 열풍…앙까?

[ 문화 ] 대한민국은 지금 '오디션 공화국', 기회균등 사회에 대한 열망의 표출일수도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6월 14일(화) 11:52
   
▲ 최근 최종 우승자를 배출한 MBC 위대한탄생. 곧바로 시즌 2 제작에 돌입했다.
서바이벌 오디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요즘 TV를 틀면 서바이벌 오디션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을 쉽게 볼 수 있다. 케이블 방송사의 '슈퍼스타 K'가 대중의 폭발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공중파 방송사에서도 경쟁하듯 오디션 프로그램을 양산하고 있다.

가수 지망생들의 경연을 통해 최후의 우승자를 가려내는 '위대한 탄생'과 매주 기성가수들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수준높은 무대를 만들어내고 있는 '나는 가수다'는 방송이 나갈 때마다 여러 이슈를 쏟아내며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심지어 공개채용 형식으로 아나운서를 뽑는 예능 프로그램도 있다.

어느새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서바이벌'은 앞으로도 한동안 방송가를 주름잡을 전망이다. 높은 시청률이 검증된 프로그램들은 곧바로 시즌 2 제작에 돌입했고 아이돌 가수들이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컨셉의 '불후의 명곡 2', 연기자를 발굴하는 '기적의 오디션', 밴드 서바이벌 'TOP 밴드', '오페라스타', '도전자' 등 현재 방영 중이거나 방영 예정인 것까지 합하면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무려 10여 개에 달한다. 온라인상에서는 '서바이벌(오디션) 공화국'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서바이벌을 권하는 사회, 이대로 괜찮은걸까?

"역기능과 순기능이 모두 있다"고 전제한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추태화교수는 뜻밖에도 '새디즘(Sadism)'을 가장 경계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시청자들이 화면 속에서 눈물을 흘리고 애태워하는 타인의 경쟁을 통해 대리만족이나 희열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는 "'글래디에이터'라는 영화에서 검투사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에 관중들이 흥분하는 것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쟁자들도 현대판 검투사와 같다. 대중의 욕구가 높아지다 보면 누구 한 사람 쓰러져야 진짜 멋있다고 느끼게 될지도 모를 일"이라며 "오디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창의적인 재능이나 꿈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시청률을 위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최근 시작된 KBS의  TOP 밴드.
물론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숨은 인재를 발탁하고 꿈을 실현하는 통로로 자리매김 한다면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한남대 기독교문화연구원장 조용훈교수는 "기회 균등한 사회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 오디션 열풍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본다. 계층이동의 가능성이 없는 사회에 대한 좌절감과 속상한 마음이 투영된 것"이라며 "젊은 세대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은 만큼 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공평한 사회를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바이벌'은 어디까지나 승자와 패자가 분명한 게임이다. 추 교수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도 크리스찬의 행동윤리가 요구된다. 예수의 생명을 가진 우리라면 무한경쟁에 빨려 들어가야 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과 대리만족이 아닌 리얼한 삶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중요한건 달란트다. 우리에게 주신 달란트가 하나님의 목적에 잘 활용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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