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공적 영성'의 결여 때문

엇박자…'공적 영성'의 결여 때문

[ 교계 ] '한국교회, 패러다임을 바꿔야 산다' 출간한 이학준박사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6월 14일(화) 11:37
   
▲ 지난 10일 광화문에서 만난 이학준박사. 그는 '하나님과 친밀할수록 우리의 영성은 공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안타까움이죠."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대한만큼의 실망 혹은 애정어린 안타까움에서다. 최근 '한국교회, 패러다임을 바꿔야 산다(새물결플러스 펴냄)'를 출간한 이학준박사 역시 '안타까움'이라고 집필동기를 잘라 말했다. 이 책에서 한국교회 위기를 4가지로 진단하고 있는 그는 "교회가 사회 속에서 계속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근본 원인으로 '공적 영성의 결여'를 제시한다.

지난 10일 만난 그는 "기독교인이라면 모두 공적인 사람"이란 말로 다소 생소한 용어인 '공적 영성'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회개하는 것 자체가 사적인 삶을 버리고 공적인 삶으로 들어가겠다는 고백이며, 천지의 창조주인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른다는 것은 공적인 사회에서 우리의 역할을 감당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지난 1998년부터 언더우드 선교사의 모교인 뉴브런스윅 신학교에서 동양인 최초의 종신교수로 봉직하다가 오는 가을부터 풀러 신학교에서 신학 및 윤리학 정교수로 일하게 되는 그는 언더우드선교사에게는 구령의 열정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를 향한 비전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언더우드 아펜젤러 선교사가 처음 올때 한국에는 불교 1천5백년, 유교 최소 5백년, 천주교 2백여 년 등으로 우세한 상황이였죠. 그 당시 조만식 김규식 안창호 등 기라성 같은 민족의 지도자들이 전통 종교를 떠나 개신교를 택한 것은 아마도 선교사들이 가져온 패러다임이 당시 한국이 처했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겁니다."

이 교수는 선교사들의 패러다임을 '하나님과의 개인적 친밀함'과 '공적 영성'이라고 풀이했다. 본 회퍼, 마틴 루터, 마더 테레사 등이 사회 속으로 뛰어들었던 것처럼 이들은 개인적 복음과 사회적 복음을 구분하지 않았고 교회 뿐 아니라 학교, 병원을 설립하며 한국인의 애환과 함께 했다는 것이다.

다시 오늘날의 한국교회로 시선을 돌린 그는 "교회 내 대학교수 CEO 등 인적 자원들이 많이 있지만 정작 교인들은 교회가 사회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지 모른다. 이제는 하나님이 주신 축복을 어떻게 사회를 위해 나누고 쓸 것인지 제시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지위를 갖게 된 교인들이 교회 안과 밖에서 이중윤리로 살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는 '천직'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정파를 초월해 소신 발언 할 수 있는 국회의원, 하나님 나라의 원리대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CEO가 교회 안에서 나올 때 노동, 환경문제, 탈북자, 자살, 이혼 등으로 얼룩진 사회가 희망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자기 울타리에 갖힌 교회'에서 '보내심을 받는 교회'로 회복되기 위해서 그는 "교회 안의 일꾼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 대신 교인들이 지역 사회와 일터에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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