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에 한 명 아사, 굶주리는 지구촌

5초에 한 명 아사, 굶주리는 지구촌

[ 연재 ] <세계의 빈곤>(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릴까?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1년 03월 02일(수) 09:52
   
▲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기아를 겪고 있는 아동의 모습.<사진제공 월드비전>

<똑딱 똑딱 똑딱 똑딱 똑딱! 지구촌 어디선가 또 한 명의 아동이 기아로 숨졌다. 유엔식량특별조사관 장 지글러에 의하면 전세계에서는 5초당 한 명이 기아로 숨진다고 한다. 지난 2008년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를 점차 회복하고 있는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에서는 아직도 한 줌의 식량을 구하지 못해 수많은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3월 '나눔과 섬김' 지면에서는 세계 빈곤의 현실과 이유, 빈곤극복을 위한 노력, 빈곤과 인권 등 빈곤문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며 그 해결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최근 국제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전세계가 식량 확보에 대한 위기를 느끼고 있다.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농산물 가격으로 어느 나라나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수많은 사람들이 기아로 죽어가고 있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의 빈국(貧國)에서는 농산물 가격 상승은 이 세상의 어떤 소식보다도 절망적인 뉴스임에 틀림없다.

# 5초에 1명 기아로 사망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05년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어린이가 5초당 1명씩 기아로 숨지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8억5천만 명이 기아 상태에 놓여있다고 지난 2006년 10월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1980년 이후 영양실조나 저개발로 인해 매년 평균 7백만 명이 실명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중 대부분이 어린이들로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에서만 시력을 잃은 이가 5천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WHO의 그로할렘 브룬트란드 사무총장에 따르면 "시력손상의 80%는 규칙적으로 비타민A를 복용하기만 해도 이 상태를 비약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통계를 살펴보면 동남아시아에서는 인구의 18%, 아프리카에서는 35%,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14%가 만성적 기아를 경험하고 있다. 이중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4/3은 농촌지역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기아가 가난한 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자원 부국이자 세계 제2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 1997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주도로 영양학자, 의사, 인류학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아와 만성 영양실조로 인해 러시아의 국제 평균수명이 남성은 1백35위, 여성은 1백위였다고 한다. 부유한 나라 사람도 굶주릴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뿐 아니다. 중요 지하자원이 풍부한 콩고, 지구상에서 곡물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인 브라질에서는 부의 편중이 너무 심해 수많은 국민들이 영양실조 상태에 빠져 있다.

# 식량은 세계 인구 두배 먹일 수 있는 양

유엔식량농업기구는 기아를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의 형태로 구분하고 있다. '경제적 기아'는 가뭄, 허리케인 등과 같이 돌발적이고 급격한 일과성의 경제적 위기로 발생하는 기아다. 이러한 경우 갑작스럽게 식량이 바닥나기 때문에 국제적인 도움의 손길이 없으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게 된다.
 
'구조적 기아'는 장기간에 걸쳐 식량공급이 지체되는 경우로 그 나라의 경제발전이 더딘 데 따른 생산력 저조, 급수설비나 도로 같은 이프라의 미정비, 혹은 주민 다수의 극도의 빈곤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그렇다면 세계의 식량 사정은 어떨까? 1984년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인구를 60억(1984년 당시, 지금은 65억명을 넘었다)으로 보고 당시 농업 생산력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지구는 1백20억 명을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식량이 제대로 분배만 된다면 지구상에서는 기아로 죽는 이는 없게 되는 셈이다.
 

   
▲ 아프리카의 수많은 아동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사진제공 월드비전>

유엔식량특별조사관 장 지글러 박사가 세계 기아의 원인을 크게 분류한 바에 따르면 자연재해(태풍, 지진, 산불, 가뭄, 사막화 등), 정치부패(지도자 및 관리들의 총체적 부정, 강대국들의 배후 조종 등), 거대 곡물 회사들에 의한 시장가격 조작, 전쟁 등이다.

#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악순환

장 지글러 박사는 자연재해로 인한 요인을 제외하고 기아문제의 해결이 간단치 않은 이유는 인간이 만들어낸 정치 경제의 구조가 기아 문제를 재생산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북한은 독재자의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들을 기아의 위협으로 밀어넣고 있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일부 국가들은 인종간, 정치 역학구조의 갈등으로 내전이 지속되어 기아 문제가 장기화 되고 있다. 이번 리비아 민주화 운동의 경우 리비아는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카다피의 오랜 독재 속에서 비리, 부정부패로 많은 이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으며, 시민들이 장기간 억압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또한, 아프리카의 여러나라는 과거 식민지배를 받았던 서구국가들에 의해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비옥한 땅이 있어도 서구 국가들에게 싼 가격으로 기호품을 제공하는데 사용되며, 오히려 자국민들은 비싼 가격의 식량을 수입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로 말미암아 기아를 겪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남미 칠레의 아옌데나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상카라 같이 이러한 비정상적인 무역구조를 깨고 식량을 자급자족하려고 시도한 지도자들이 있기는 했지만 서구의 사주를 받은 반대세력에 의해 암살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외에도 세계의 주요 농산물이 앙드레 S.A.(스위스), 컨티넨털 그레인(미국), 카길 인터내셔널(미국), 루이 드레퓌스(프랑스) 등 몇몇 거대곡물회사의 금융자본가들이 이윤극대화를 위해서 전세계 곡물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점도 큰 문제다. 세계 농산물의 가격이 정해질 때는 수많은 국민들이 굶어죽고 있는 가난한 나라가 높은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가격 유지를 위해 과잉 생산된 엄청난 양의 농산물들은 폐기처분해버리는 어이없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 지나친 부의 편중

장 지글러 박사의 저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 따르면 현재 세계 2백25명 대재산가의 총 자산은 1조 달러가 넘는다. 이 수치는 전세계 가난한 이들의 47%(25억명)의 연간 수입과 맞먹는 수치.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창업주인 빌 게이츠 한명의 자산이 가난한 미국인 1억 6천만 명의 자산과 맞먹을 정도라고 한다.
 
세계 15대 부호들의 총 자산은 남아프리카를 제외한 사하라 이남의 모든 아프리카 나라들의 국내총생산을 넘을 정도다. 또한, 세계 1백대 글로벌 기업의 매출은 가난한 나라 1백20개국의 수출총액보다 많다. 상위 2백대 기업이 세계무역수지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부의 편중현상은 부의 불균등한 분배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인 것이다. 이들에게 엄청난 부가 쌓이는 동안 지구의 또 다른 곳에서는 굶어죽는 이들의 시체가 쌓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참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갈라파고스), 빈곤의 경제학(폴 콜리어/살림), 사진제공:월드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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