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교육전도사', 전문성과 무관

'신학생=교육전도사', 전문성과 무관

[ 연재 ] 교회학교 현주소2-형식에 그친 교회학교 교육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10년 11월 10일(수) 14:43
교회학교 학생들로부터 교회학교 지도자들이 외면당하고 있다. '입시ㆍ사교육 바로세우기 기독교운동'이 수도권지역에 위치한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지난 2008년 9월에 조사해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교회학교 교사들은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하는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조사에 포함된 '학업 성적에 관한 고민을 주로 누구와 상담하는가?'라는 설문에 대해 부모와 친구가 47.6%, 32.4% 등으로 각각 차지한 반면에 교역자와 교회학교 교사는 각각 2.5%, 2.2%에 불과해 교역자를 포함한 교회학교 교사들이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거나 해결해 주는 상담자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5.7%의 청소년 만이 교회에서 상담대상자를 찾고 있을 뿐이다. 특히 학년이 높아질수록 상담의 대상이 부모로부터 떠나고 친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친구관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을 보게된다.

조사 대상이 됐던 청소년들의 고민 내용은 학업이 49.2%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이 진로(22.9%), 그 다음이 신앙문제로 8.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신앙상담 마저도 교역자나 교회학교 교사(5.7%의 청소년이 상담을 하고 있음)가 아닌 교회학교 밖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앙상담 이외에도 교회학교의 지도가 필요한 친구ㆍ이성 문제(4.8%)를 포함한다면 현재 한국교회 교회학교는 교회밖의 청소년은 물론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조차도 외면당하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교회는 다양한 문제들로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이 교회학교 교육에 대한 전문성 문제이다. 총회 교육자원부가 2002년에 편찬한 교회교육 백서 내용 중 '교회학교 지도자 현황편'에서 담임목사를 제외한 유급 교역자를 두고 있는 교회가 조사된 교회의 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전도사를 두고 있는 교회는 42%, 교육전도사를 두고 있는 교회는 57%이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전체교인수가 적을수록 목사에서 전임전도사, 교육전도사로 내려가고 있음을 보게된다. 즉 1백명 이하의 교세를 가지고 있는 교회의 경우 부목사가 있는 교회는 0.99%에 불과하며, 전임전도사는 3.26%, 교육전도사는 13.18%이다. 이는 또한 전임 교역자를 둘 수 없는 교회에서 교육전도사를 교육담당 이상의 교역자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즉 '교육전도사'라는 명칭이 마치 교역자의 직위로 통용되고 있음을 보게된다.

이같은 결과를 교회학교 교육과 관련해서 분석해 보면 조사대상 교회 중 36%가 1백명 미만(3백명 미만인 교회는 60.54%)의 교인인 것과 비교할 때 작은 규모의 교회일수록 교육 담당을 넘어서 저임금을 받는 교역자로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육전도사'라는 명칭에 맞게 교육만을 전담하기란 쉽지 않다. 신학대학원에 재학하면서 교육전도사로 사역하고 있는 한 신학생은 "담임목사와 단 둘만이 교역자로 있기 때문에 담임목사가 외출을 하거나 자리를 비우게 되면 새벽기도부터 모든 교회의 일을 감당해야 한다"면서 "교육만을 담당해서 사역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부를 해야하는 신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수업시간에 출석을 하지 못하고 교회업무를 감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주어진 교회학교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교회학교를 지도하고 있는 교육목사와 교육전도사 등 유급 교역자가 있는 교회는 32%로 나머지 교회 68%는 다른 교역자 없이 담임목사가 교회학교까지 감당해야 하는 형편이다. 교인 70여 명이 출석하는 ㅎ교회는 예산상 유급 교역자를 둘 수 없어서 교회학교 부장인 안수집사가 예배를 인도하고 성경공부 형식으로 설교까지 하고 있다. 또 1백명이 출석하는 ㅍ교회는 담임목사가 교회학교 예배에서 설교만 하고 나머지 모든 프로그램은 교사들에게 맡겨 놓았다. 그나마 아동부는 담임목사가 돌아 보고 있으나 주일에 3, 4명이 출석하는 청소년부는 다른 작은 규모의 교회와 마찬가지로 부장을 세워 놓고 전적으로 맡겨 놓은 상태이다.

ㅍ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K목사는 "비좁은 공간에서 예배를 드려야 하기 때문에 주일예배를 오전에 7시 30분과 11시로 나누었다"고 목회 현실을 소개하면서 "그러다 보니 주일에 교회학교에 신경을 쓸 수 없어 장년 예배 중간에 있는 아동부 예배시간에 잠깐 설교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이러한 현실이 교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교역자의 문제가 결과적으로 교회학교 전문성 부재로 나타난다. 교회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교육전도사의 대부분이 신학대학원에 재학중이거나, 졸업후 대학원 과정(Th.M)에서 수학하거나 신대원을 졸업하고 전임사역지를 구하지 못한 1, 2년차 전도사들이다. 또 신대원생을 구하지 못한 교회는 신학과에 재학중인 대학부 학생, 신학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을 교육전도사로 채용하고 있다. 따라서 신학적인 배경을 배제하더라도 교육적인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재학중인 신학대학원에서 교회학교 교육과 관련된 전문적인 과목을 이수할 수도 없다.

현재 본교단에서 요구하는 신학대학원 교과중에 기독교교육 관련 과목은 개론 수준의 한 과목에 불과하고, 학교에 따라 청소년이나, 아동, 상담 등과 같은 유관된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교단 차원에서도 대책을 내어 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전도사는 사실상 교회에서 파트(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채용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인사권은 교회 담임목사(당회) 에게 있다. 따라서 노회나 총회 차원에서 지도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단 신학대학원에서 재학중인 경우 노회와 신학수업계속 청원이라는 교회학교 교육과는 무관한 행정적인 끈만이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교역자의 비전문성은 교사에게도 그대로 전달돼 교회학교의 미래, 더 나아가 한국교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그러면서 60%가 넘는 교회들은 전문성이 없는 교역자들의 혜택도 누릴 수 없는 것이 한국교회 교육의 빈곤상태를 드러내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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