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눈에 비친 MB 정책

기독교인의 눈에 비친 MB 정책

[ 논설위원 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10월 06일(수) 14:19

구약 성경에 나오는 여러 영웅들 중에서 비(非) 기독교인들에게도 가장 친숙하게 알려진  인물은  아마  솔로몬일 것이다. 거기에는 한 아이를 둘러싼 두 여인의 친모분쟁을  극적으로  해결한  명판결이 큰 기여를 했다.  오죽했으면  기독교방송이  아닌  일반 방송 프로그램 중에 '솔로몬의 지혜'라는 교양과  상식을  겸비한  프로그램까지 등장했을까? 그런데 이 '솔로몬의 지혜'라는 표현은 원본에서는 '듣는 마음'(listening heart)을 뜻한다고 한다. '듣는 마음'이란 '마음에서부터 진정성을 가지고 듣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으리라.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이란 특별한 능력을 신으로부터 부여받거나 남들과는 구별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진정한 마음으로 잘 듣는 사람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월 젊고 참신한(?) 총리를 지명하면서 국민과 더욱 잘 '소통(疏通)'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솔로몬의 지혜'를 개각의 가치로 삼은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총리 임명 이후 인사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총리 후보자 개인에 대한 각종 의혹들은, 대통령의 소통의지까지 의심스럽게 만들었다.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한 현 정부는 '공정한 사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비교적(?) 흠집이 적다고 판단한 현 감사원장을 총리로 지명했다. 그러나 새롭게 지명된 총리 역시 곳곳에서 자신의 힘을 공정하게 사용하지는 않은 것 같다. '공평하고 정의롭게'로 해석되는 '공정'한 사회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간결하면서도 강력하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가졌지만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말라는 것이다(야고보서 2:1). 영문 성경에는 이 구절이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특별하게 호의를 베풀지 말라는 것이다.

차별을 안 하면 그만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 호의(favoritism)를 베푸는 것 자체가 그 외의 사람에게는 차별을 행하는 것이라고 말씀하고 계신다. 새로운 총리 역시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푼 흔적이 생각보다는 많이 있음이 밝혀졌다.

소통과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는 현 정부가 명심해야 할 것은, '힘'을 가진 자가 그렇지 않은 이들과 소통을 하고자 할 때에는 그것이 동등한 입장에서 양방향으로 작동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반 서민들끼리는 서로가 귀 기울이며 상대가 하는 말을 잘 듣고 또한 얘기 나누면 그게 소통이지만, 힘을 가진 자들이 소통과 공정한 사회를 언급할 때에는 먼저 상대의 생각과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들어야만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마치 동등한 입장에서 소통이 가능한 것처럼 얘기한다면 그것은 절차라는 옷을 거친 '속임수'이거나 대화의 띠만 맨 '강제'와 다름없다.

정부 입장에서 국민이 정부를 믿고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를 바란다면, 현 정부가 모토로 삼은 '소통'과 '공정한 사회'의 참 뜻을 잘 살려 먼저 국민의 말씀(여론)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그것도 최대한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을 해야 한다. 적극적 경청을 통해서 수렴된 결과들을 반영하여 정부와 국민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자신들이 국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신뢰를 국민들에게 먼저 심어주어야 하고, 그럼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소통에 대한 참된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후에 국민들이 가진 느낌을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부 관계자들도 동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본인들이 국민들의 입장에 처해 있다면 어떤 감정을 가질 것인가를 솔직하게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어느 쪽의 입장이 더 바람직한지에 관해서 자신이 없다면 국민의 입장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이러한 소통 방식을 택할 때만이 현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한 사회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솔로몬이 이스라엘을 넘어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린 위대한 왕이 된 데에는 그의 '듣는 마음'을 바탕으로 개방체계(정부)로의 지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한 이유로 다른 어느 시대, 어떤 통치자보다 공정한 사회를 이룰 수 있었다. 현 정부는 '말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진정한 소통은 일방통행식 소통이 아닌 철저한 양 방향적 소통(two-way communication)이 되어야 한다. 말로만 국민의 말을 듣겠다고 해서는 공정한 사회를 이룰 수 없다. 그것은 '小通(소통)'도 되지 못하는 '不通(불통)'이다. 국민과의 소통을 집권 후반기 정국 운영의 최우선에 놓겠다는 현 정부의 의지가 '소통(疏通)'을 바탕으로 진정한 의미의 '공정한 사회'로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만식 / 장신대 교수ㆍ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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