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8ㆍ15대성회, 변화의 계기 돼야

한국교회 8ㆍ15대성회, 변화의 계기 돼야

[ 논설위원 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8월 11일(수) 14:32
   

광복 65주년을 맞이하며 8ㆍ15 대성회를 개최하는 한국교회는 또 한번의 과시적인 대형집회를 주선했다고 기억되기보다는 경술국치 1백년과 한국전쟁 발발 60년을 경과하면서 그동안의 부끄러웠던 역사를 회개하고, 한민족과 세계 공동체에 희망의 빛을 비추는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아직 한반도 전역에는 일제의 잔재와 전쟁의 상흔이 남아서 이남과 이북의 모든 동포들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되는 열망을 가지고 노력했으나 능력을 갖추지 못해서 열강에 의해 분단된 것, 남북통일의 열정을 불태웠으나 방식을 잘못 선택해서 전쟁으로 치달았던 것, 전쟁 후에 서로 만나 용서하고 화해하며 평화의 길을 넉넉히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 남북이 함께 교류하여 더불어 번영하고 더불어 세계 공동체에 기여하지 못했던 것 등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일제하에서 신사참배한 것을 좌시하며 지나갔던 것, 교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교파마다 사분오열되었던 것, 불의한 정권에 대해서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던 것, 하나님과 재물을 한 자리에 올려놓고 물신숭배에 빠졌던 것, 원수를 사랑하고 악이라도 선으로 이겨내라는 주님의 가르침을 지키지 못했던 것, 여성과 장애우 그리고 가난한 자들의 지위와 권리를 소홀히 했던 것 등을 회개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대형교회를 짓는데 몰두하고, 같은 지역의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해관계를 주장하고, 교회의 재정을 사적소유물처럼 운영하고, 담임목사직의 승계를 교회 전통과 민주적인 절차대로 하지 않고, 세속의 정치권력을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자신의 명예욕을 추구하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는 오늘의 현실을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또한 한국교회는, 여야가 대화하며 건강한 타협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정치, 서민들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경제, 약자들이 자신의 생명과 자유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회, 고삐가 풀린 순결치 못한 성을 마구 조장하는 문화 등 삶의 자리에 대해서 책임있게 사역하지 못한 것을 돌아보면서, 이제라도 하나님 나라를 모형으로 한 변혁의 역사에 동참해야 한다.

오늘 한국교회가 우리 삶의 자리와 교회 자신의 현실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자녀이자 주님의 지체인 자신의 실존을 포기하는 것이 될 것이고, 절망 가운데 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며, 탄식하는 피조물과 함께 죽음의 길에 이를 것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날에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 당당하게 설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조카 롯에게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고,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겠다"고 말했던 아브라함의 관용을 배워야 한다. 장자권을 탈취한 동생 야곱이 돌아왔을 때 분노하기보다는 넉넉한 품으로 품어주었던 형 에서의 포용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을 노예로 팔았던 형들에게 보복하기보다는 고난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찾았던 요셉의 큰 믿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8ㆍ15 대성회를 주관하는 한국교회여, 삶으로 진리를 가르치신 예수 그리스도의 예언자로서, 스스로를 희생의 제물로 삼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제사장으로서, 그리고 지극히 작은 자들을 섬기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남북의 이념과 체제를 초월하고, 교파와 교리의 차이를 넘어 서로 소통하는 가운데, "형제자매가 연합하는 동거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자. 그리하여 전쟁의 기운이 감도는 한반도 안에 하나님의 진정한 샬롬의 평화와 한민족의 간절한 통일을 이루어내는 동시에 하나님의 나라와 교회를 크게 확장해나가도록 하자.

정종훈 / 연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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