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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다문화사회 ] 이주 여성들의 인권 실태가 한국 인권의 척도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03월 24일(수) 09:56

최근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을 당분간 금지한다고 발표해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캄보디아의 이번 조치는 오직 한국 한 국가에만 국한해서 이뤄진 것으로 그야말로 인권유린적 국제결혼 관행이 전세계에 고발된 수치스러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주요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국제결혼 중개업자가 한국인 1명의 맞선 상대로 캄보디아 여성 25명을 모았던 것이 적발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적발된 사건 이외에도 이미 캄보디아에서는 한국인과 결혼한 캄보디아 여성들이 가정폭력과 학대 등을 당하고 무일푼으로 이혼까지 당하는 사례가 자주 보고되고 있었으며 자국의 여성들의 인권유린 상황을 캄보디아 사회가 더 이상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캄보디아 사태는 우리나라 인권의 수준

 
세계적으로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경제 및 스포츠와는 달리 한국의 국제결혼 작태는 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씌우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지난 2009년 보고에서 한국 내 캄보디아 여성의 인권 문제가 지적했으며 지난 2007년에도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준수를 촉구하며 한국 내 결혼 이주여성들이 겪는 인권유린의 상황을 개선할 것을 촉구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결혼 중개업자와 브로커들에게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제결혼을 한 많은 한국인들이 이주 여성에 대한 존중심은 없이 신붓감만 구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사역해왔던 교회와 단체들은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다. 유해근목사(나섬공동체 대표)는 "캄보디아 정부의 이번 발표는 우리 사회의 인권 인식에 대한 척도"라고 지적한다.
 
유 목사는 "캄보디아 여성들이 당하는 인권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다고 느꼈으면 정부에서 이런 조치를 취했겠나 생각해보아야 한다"며 "최근 우리나라의 인권지수가 오히려 떨어져 있는데 교회는 선교적 마인드를 가지고 이들을 안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 목사는 "교회가 지금처럼 찾아오는 사람 밥이나 주는 소극적 서비스를 넘어 보다 넓은 안목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이들을 찾아 나가는 선교를 해야 한다"며 "우리 교단에서도 다문화 가정 문제를 국내선교부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라 사회봉사부, 세계선교부가 함께 참여해 총회 산하 다문화 특별위원회를 두고 사역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권면했다.

# 실천하는 만큼 변화하는 사회

 
다문화 사역에 있어 교회는 오히려 정부보다도 더욱 발빠르게 사역을 전개해나간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역들은 한국교회의 대사회 이미지 제고에 큰 기여를 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섬기는 교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함으로 신앙의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을만 했다. 또한, 다문화 가정 사역자 혹은 사역기관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단순한 열정과 긍휼함을 넘어서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본교단 총회 국내선교부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및 이주여성 선교에 큰 관심을 갖고 효율적인 선교사역을 위해 세미나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인 일 중 하나.
 
그러나 교회의 헌신적인 노력, 정부의 법제 마련 등에도 불구하고 인권 후진적 행태를 반복하는 국제결혼이 횡행하는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또 다른 숙제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다문화 사역자간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외국인과 이주여성들이 이제는 선교의 대상뿐 아니라 선교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이를 위한 첫 걸음은 결혼이주 여성들을 한국에 동화시키려고만 하는 자세에서 우리 또한,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배려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편들은 부인의 언어와 문화를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가족들 또한, 이주여성이 가족으로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장신대 황홍렬교수는 "다문화 가족선교는 언어와 문화 습득을 지원하되 일방적 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해 남편과 시댁 식구들과 자녀들이 꾸준히 아내, 혹은 며느리, 어머니의 문화를 배우도록 해야 한다"고 권면한다.
 
전문가들은 결혼이주여성들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 것과 함께 비인권적 국제결혼 과정에도 불구하고 결혼이주를 택할 수밖에 없는 국제사회의 경제적 구조를 파악하고 사회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서는 일도 기독교인의 큰 과제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은 당연히 선교의 열매들로 되돌아 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비행기와 인터넷으로 물리적 정서적으로 타국가, 타문화와 가까워진 지구촌에서 교회는 한국에 들어오는 피선교대상자들을 사랑으로 감싸며 복음을 전해 이들로 하여금 고국에 복음을 다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선교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른바 '나가는 선교'의 패러다임에서 들어오는 결혼 이주자들을 선교해 이들로 하여금 또 다른 선교를 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교의 시작은 한국교회 교인 한사람 한사람의 의식변화와 사랑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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