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마음의 거리 좁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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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다문화사회 ] 지금은 다문화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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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18일(목) 10:35
설동훈 / 전북대학교 교수

1990년대 초부터 외국인이 한국인과 결혼하여 국내로 이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물론 그 전에도 국제결혼은 이루어졌지만, 정부가 1990년부터 국제결혼 통계를 작성하여 발표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무렵부터 국제결혼이 활성화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국제결혼과 관련한 '이주변천'은 1995년에 이루어졌다. 1994년까지는 국제결혼을 한 한국 여성들이 해외로 떠났고 극히 일부만 국내에 거주하였다면, 1995년 이후에는 외국인 여성들이 국내로 이주하여 정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났다.

그리고 국제결혼 건수가 급증하였다. 특히 2002년 이후 국제결혼 건수는 매년 약 1만 건씩 늘어났다. 2005년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이후, 2006년 이후 약간 감소하였다. 그렇지만 국제결혼 건수가 총 결혼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1%를 상회할 정도로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2009년 5월 기준 국내 거주 결혼이민자 수는 16만7천90명이다(외국인 12만5천6백73명, 혼인귀화자 4만1천4백17명).

외국인 아내의 출신국은 중국이 가장 많고, 다음은 일본ㆍ필리핀ㆍ베트남ㆍ태국ㆍ몽골ㆍ러시아 등의 순이다. 그들 중에는 의사소통의 어려움, 문화적 차이로 인한 고충, 차별 대우 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적지 않아,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복지의 주요 수혜 대상 집단으로 등장하였다.

외국인 남편은 전문직 종사자와 생산기능직 종사자로 직종이 양분되고, 출신국도 선진국과 저개발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으로 올수록 생산기능직 이주노동자로 왔다가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사례가 늘고 있다.

한편, 한국인의 국제결혼이 보편화되면서, 중국ㆍ일본ㆍ필리핀ㆍ베트남ㆍ태국ㆍ몽골ㆍ러시아 출신 어머니를 둔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다. 2009년 5월 기준 국제결혼 이민자 가족의 19세 미만 자녀 수는 8만 8천4백85명이다. 여기에 부가하여 결혼이민자의 이전 결혼에서 태어난 자녀로서 한국에 온 자녀 수가 4천2백5명, 한국인 배우자의 이전 결혼에서 태어난 자녀 수가 1만 4천9백99명이다. 국제결혼이 비교적 최근부터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자녀의 연령대는 낮은 편으로,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이 많고, 중학생 이상은 적은 편이다.

한국사회에서 '결혼이민자'들은 한국인의 가족이라는 점에서 '이주노동자'에 비해 훨씬 적극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체류와 생활에서의 각종 편의제공은 물론이고, 사회복지 혜택에서도 다른 외국인ㆍ이민자 집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 그 자녀들은 대한민국 국적법에 의거하여 전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그러나 한국인들에 의하여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법률적ㆍ제도적 수용과는 다른 차원이다. 결혼이민자들 중 상당수는 자신들이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멸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토로한다. 또 그들은 자신의 자녀들을 무조건 '혼혈인'으로 범주화하는 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다.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 등의 유입으로 일본ㆍ아이슬란드와 더불어 지구상 나라 중 몇 안 되는 '단일민족사회'로 알려졌던 우리나라는 '다문화ㆍ다인종 사회'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2009년 국내 체류 외국인 주민 수가 1백만 명을 돌파하였고, 귀화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모든 새로운 변화가 그렇듯, 그것은 한국사회에 중요한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기회의 측면으로, 이주노동자와 이민자들은 국내 노동시장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그들은 젊고 건강하며 성취동기가 강한 사람들로서, 저출산ㆍ고령화 사회의 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가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소중한 인적자원으로 기능한다.

위협의 측면으로, 이주노동자ㆍ이민자 밀집거주지역이 생겨나고 있고, 또 그들과 원주민 한국인 사이의 갈등이 부분적으로 싹트고 있다.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서 발견되는 게토(ghetto)가 한국사회에도 생겨날 가능성이 농후하고, 한국인과 이민자 간 갈등과 긴장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할 경우 프랑스와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발생한 이민자 폭동이 발생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위협 요인을 과장해서는 안 되지만, 안이한 자세로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사회는 20년 전 또는 10년 전과 비교할 경우 '다문화ㆍ다인종 사회'로 진입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총인구 중 '한민족'의 구성 비율이 98%에 달한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사회는 결혼이민자와 전문기술직 종사자만 영구 정착을 허용할 뿐, 저숙련 이주노동자는 귀화는 물론이고 가족 동반조차 원천 봉쇄하고 있다. 나라간 비교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사회는 여전히 '이민을 받지 않는 사회'로 분류된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나라는 '다문화ㆍ다인종 시대'의 진입 단계에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고, 그 결과 다문화 사회화의 정도가 점점 심화될 것이라는 점 또한 명백하다. 현재 이 상황에서 정부가 어떻게 이민정책을 수립하여 대처하는가에 따라 기회를 극대화할 수도 있고,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

이민정책 관련 향후 과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사회적 포함(social inclusion)의 실천'이다. 이민자의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의 전체 구성원들이 부단히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이 사회적 포용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여야 한다. 정부는 규제와 지원이라는 두 방향에 걸친 이민자 사회통합 정책을 적절히 활용하여, 시민사회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다문화 감수성 함양이 필수적이다.

정부 정책의 다문화 가치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는 길은 정책 수혜자인 다문화가족의 입장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초·중등 교육과정에 다문화ㆍ인권 관련 내용을 반영해 청소년들의 다문화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책 입안자와 집행자들이 다문화가족 성원의 처지에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려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일반 한국인들이 태도를 바꾸는 일이다.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려는 시민사회의 적극적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정부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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