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폴란드에서의 로마 가톨릭

<4>폴란드에서의 로마 가톨릭

[ 땅끝에서온편지 ] 폴란드 김상칠선교사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3월 18일(목) 10:14

 집 나간 자식들이기 때문에?

폴란드에서 기독교의 시작은 10세기경으로 본다. 대부분의 유럽국가와 비슷한 양상으로 제왕과 제단의 관계가 맺어졌지만 폴란드의 경우에는 좀 특별한 점이 있다. 출발 시점부터 크라쿠프에 로마가톨릭 대교구가 생길 정도로 세가 막강했으며 모든 권력자들은 철저한 가톨릭 신자로서 민족과 함께한 흔적들이 깊이 남아있다. 또한 가톨릭교회의 영향은 폴란드 모든 시대의 역사를 구성하고 문화를 형성하는 요소로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 폴란드를 대표하는 기념물의 대부분과 민족의 문화는 로마가톨릭의 종교성과 연결되어 있거나 그 성향을 띄고 있는 것들이다. 이 영향은 생활 속 깊이 자리하고 있어(의복, 문화행사, 국경일, 전통행사 등) 이들의 사고와 삶에 고착화 되어버렸다.

   
▲ 쳉스토호바시에 있는 가톨릭교회 성지인 '야스나구라'성당을 향해 순례하는 폴란드인들.

앞부분에 폴란드에는 3개의 수도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중 종교적인 수도를 상징하는 쳉스토호바시에 가톨릭교회의 성지인 '야스나구라'라고 불리는 성당 안에 블랙마돈나의 그림을 전시해 놓고 있다. 이 그림에는 폴란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피를 흘리기도 하고 기적을 일으켜 나라를 구한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해마다 5월 30일부터 8월 14일 기간내에 초등학생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폴란드 전역에서 쳉스토호바의 블랙마돈나를 만나기 위해 1주일 때로는 20일 동안의 순례의 길을 떠난다. 멀리는 5백여 킬로미터나 떨어진 그다니아에서부터 출발한 이들은 공원이나 마구간에서 노숙을 하며 매일 30킬로미터 가량을 걷는다. 이 기간 동안 음식을 자제하며 기도와 고행을 통해 헌신하는 신앙을 고백하는 순례자가 되는 것이다.
순례객의 규모로 따질때 세계에서 다섯번째라고 하는데 마치 이스라엘 청소년들이 마사다를 오르듯 민족의 성지를 향한 대이동이 시작된다. 폴란드인들에게 가톨릭교회의 교리는 신앙을 떠나서 이들의 민족혼이 되었다. 동유럽 시절의 공산주의 체제에서도 폴란드 교회는 위축되기 보다는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으며 교황 요한 바오르 2세를 배출할 정도로 경건함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신앙과 민족의 혼이 1989년 자유의 불씨로 옮겨져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공산주의의 붕괴를 가져오게 되었다.

반면 가톨릭교회는 폴란드의 귀족주의를 존속시키고 학교교육에 깊이 간여하는 등의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겪었던 예를 들어보면, 개신교 목사들이 기드온 협회에서 발행한 작은 신약성경을 초ㆍ중등학교에 배부하기 위하여 교장과 면담 약속을 하고 방문했는데 어제만 해도 매우 긍정적이며 협조적이었던 교장의 태도가 돌변해 최종적으로 아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는 교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폴란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학교에 가톨릭의 교리과목이 들어있다) 젊은 교리 교사를 만났지만 대답은 당연히 '거절'이었다.

작은 예이지만 폴란드에서는 "모든 일의 끝에는 신부와 수녀가 있다"는 암묵적인 말이 있다. 교장 위에 신부, 건물주인 위에 수녀, 공공기관, 정치인,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초법적인 힘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모든 학교는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교회학교였고, 18세기까지는 예수회에서 운영했으며 지금도 로마 가톨릭에 의한 종교수업을 의무화하고 있다. 교실마다 붙어있는 십자가를 볼 수 있으며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나 교장, 모든 직원들은 교회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학기의 시작과 끝은 학교에서 시작하지만 최종적으로 전교생이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면서 실질적인 행사가 마무리 된다.

개신교에 대한 핍박도 교회적인 차원이 아니라 행정적인 상황에서 이뤄진다. 얼마 전 한국과 폴란드 아카데미 회원인 팔로비체교회에서 주민을 위한 음악회를 개최하고자 지역 문화원 사용허락을 시청에 요청한 적이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되어있어서 처음에는 순순히 허락을 하는가 싶더니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하면서부터 스스로 포기하도록 하는 제제가 가해졌다. 진행하려는 프로그램에 명시된 음악이외는 연주할 수 없고, 음악에 관한 이야기 이외는 할 수 없다는 공문과 함께 정확한 사용시간 등과 관련한 압박이 가해졌다. 한마디로 '너희들은 집나간 자식들'이라는 것이다.

숨 쉬는 것조차 감시한다는 가톨릭교회의 권세 아래 폴란드에서 '예수님의 이름'이 당당히 선포될 수 있도록 많은 기도와 관심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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