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꿈꾸는 교회

희망을 꿈꾸는 교회

[ 논설위원 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12월 28일(월) 19:19

지난 연말 무렵 모 일간지에 실린 칼럼 한 편이 시선을 끌었다. '주류 교회의 미래'라는 제목의 드루 대학의 레너드 스위트의 글이었다. 그는 이 글에서 미국 주류 교회들의 현재 모습을 분석하면서 "주류 교회들은 1950년대 이래로 '낡은 교회(oldline)'로 가다가 그 후 '주변 교회(sideline)'로 전락했고 이제는 '중심부에서 벗어난 교회(offline)'로 급속히 변모해 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제 사회는 디지털 문명을 보편화하고 있는데 여전히 주류교회들의 사고방식은 인쇄문화에서 꼼짝 않고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그의 이 비판은 미국의 주류교회들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나라의 교회들은 주류교단에 속한 교회들이 성장을 주도하고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중심부 교회였고 그 역할과 책임을 잘 수행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여기저기에서 주류교단들에 대한 비판과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소위 '독립교회연합'이라는 정체성 부재의 단체에 수천의 교회들이 가입하는 현실은 주류교회들에 대한 실망과 경고에 다름 아니다. 그들이 옳다거나 이해한다거나가 아니라 표면적 현상자체가 우리에겐 심각한 경고음으로 들려진다는 말이다.

물론 유럽과 미국의 주류교회들의 퇴조현상이 우리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그들의 퇴조현상이 신학의 변질에서 기인한다는 말에도 수긍이 간다. 지나친 진보적 자유주의 신학의 도입이 복음을 이념화하고 혼잡케 함으로 교회를 무장해제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이런 현상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교회는 그래서 안전하다는 논리도 있어 일면 안심이 되기는 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미래 가능성의 측정 기준일 수 있는 진정성, 전문성, 공공성이라는 기준에 적용해 볼 때 깊은 우려가 몰려옴이 사실이다.

동시에 우리는 이런 일반적 기준 이외에도 우리 스스로의 영적 생동감 그리고 도덕적 건강성, 우리사회 일반의 심각한 반교회 정서 등을 고려할 때 뭔가 우리에게 이상 징후가 발견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여러 측면에서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음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시급히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 19일 막을 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긴급한 지구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합의안을 만들지 못한 것에서 보듯 기회들을 쉽게 놓치게 되거나 문제를 가벼이 여기기 시작하면 어떤 공동체도 희망을 말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는 지도력으로 귀결된다. 우리 한국교회가 지닌 잠재력은 대단하다. 인적 물적 자원이외에도 지난 세기를 거쳐 오면서 고난과 위기를 극복해 온 경험들은 너무나 큰 잠재력이다. 세계 교회와 나눌 수 있는 막대한 영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선교적 동력으로 발전하게 하고 영적 탁월성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지도자들의 역량이다.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개혁의지이다. 특히 우리 교단과 같은 개혁교회의 전통을 이어가는 교회들은 지도자들의 개혁의지가 미래를 결정한다. 개혁이란 새 것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원칙으로 복귀하자는 것이며 그 원칙들을 현재의 교회들에게 적용하자는 것이다. 세계 개혁교회 연맹(WARC)은 내년 6월 같은 개혁교회 전통을 지닌 REC와 통합하고 그 명칭을 'World Communion of Reformed Churches'로 바꾸면서 개혁교회의 원칙을 영성(Spirituality) 정의(Justice) 그리고 공동체(Communion)로 규정했다. 우리의 지속적인 개혁의 방향과 원칙도 이에 다름 아닐 것이다. 교회 지도자들이 명백한 정체성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개혁의지를 분명히 한다면 오늘은 분명 기회의 시기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개혁의 기회를 간과하여 본질을 상실하고 정체성의 혼란이 극심해지면 혁명적 상황이 도래했음을 목도한 바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두려워하거나 현실로부터 도피해야 할 이유가 없다. 희망의 신학을 말했던 몰트만은 제2차 세계 대전이 보여준 인간의 야만성과 전후의 암울한 여건에서 '우리에겐 여전히 희망이 존재한다. 왜냐면 희망의 근거는 하나님의 은총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절망을 넘는 희망인 부활이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인 것처럼 우리의 모든 희망도 은혜에 귀속된다'고 했다. 때문에 여전히 오늘은 희망의 날이다. 현실에 맞서 하나님의 교회를 지키려는 의지와 하나님의 은총을 철저히 신뢰하는 믿음에 굳게 선다면 우리에겐 여전히 희망이 넘친다.

손달익/목사ㆍ서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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