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인가? 기회인가?

위기인가? 기회인가?

[ 논설위원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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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3일(금) 17:06

손인웅/목사ㆍ덕수교회

2013년 WCC 한국 개최를 온 국민과 함께 환영하고 기뻐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그런데 감동이 아직 가시기도 전에 교회 일각에서 염려스러운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귀를 의심하게 된다.

금년에 칼빈 탄생 5백주년을 맞아서 뜻깊은 기념행사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칼빈의 신앙과 신학 전통 위에 서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앞으로 그의 신학과 신앙 전통을 발전시켜 나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 특별히 칼빈의 신앙과 신학과 교회 사랑의 생애를 재조명하면서 칼빈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 그 동안 잘못 알고 가르쳤던 과오를 통회하는 마음을 품으면서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칼빈의 후예라고 항상 자랑하는 개혁교회(장로교회)가 가장 잘못한 것은 칼빈을 분리주의자로 오해하고 진리를 사수한다는 명분 아래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갈기갈기 찢어서 장로교회라는 간판을 걸고 자랑하는 교단들이 1백여 개가 넘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칼빈이 들으면 아마 놀라서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것이다. 칼빈의 견해를 바르게 알기 위해서는 미하엘 바인리히가 쓴 '요한네스 칼빈과 교회일치'라는 논문을 통해 전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양한 가지, 하나의 나무'(unity in diversity) 교회론을 확립한 칼빈은 그리스도 교회의 일치를 위해서 독특한 교회를 주장하지 않았고 또한 획일적인 제도를 강요하지도 않았다. 칼빈은 은사의 다양성을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을 뿐이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어떤 종족에게 전파되었을 때 그들의 문화, 역사적 전통에 맞는 모형의 교회가 세워지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다. 칼빈의 교회일치는 동질화된 인간의 실천방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수용하는 데 대한 합의에 근거하는 것이다.

종교개혁자들은 로마 가톨릭 교회로부터 개혁운동을 하다가 축출당해서 새로운 교회를 시도한 것은 교회를 찢어 분열시킨 것이 아니라 잘못된 교회를 바르게 세우기 위한 마땅한 작업이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칼빈은 교회를 바로 세우는 과정에서 개혁자들이 일치하지 못하고 나누어진 데 대해서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래서 칼빈은 개혁운동의 선배였던 루터와 쯔빙글리의 불화를 안타까워하면서 화해자의 역할을 열심히 하기도 했다.칼빈은 루터와 쯔빙글리의 화해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먼저 칼빈과 취리히의 불링거(쯔빙글리의 제자) 간의 합의를 도출하여 '취리히 합의'(1549년)를 성공시킴으로 스위스 개혁교회의 일치를 이루어냈다.

한국장로교회는 신사참배, 성서해석, 사회참여 등의 문제 때문에 분열의 아픔을 안고 반세기가 넘도록 지내오고 있다. 돌이켜 보면 칼빈의 정신에 충실하려고 노력한 가운데서 발생한 실수들이었다고 할 것이다. 이제는 한국장로교회가 칼빈의 연합일치 정신을 계승해서 1백여 개로 분열된 한국장로교회들이 일치를 지향하는 것이 마땅하다 할 것이다. 지난 10여 년 간 한국교회 연합일치를 위해서 노력한 결과 '한장연'도 탄생했고, 부활절 연합예배를 통해서 말씀과 성례전을 통한 일치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성령 1백주년 기념 대회와 교단협의회 창립과 서해안 살리기 한국교회봉사단 창립과 2008년 '한국장로교회 제주선언' 등을 통해서 한국교회의 연합일치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교회 연합을 위해서 NCCK와 한기총과 교단장협이 여러 해 동안 진통을 겪으면서 노력한 결과 3개 단체가 합의하여 하나의 연합기구를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10단계 로드맵을 만들어서 4단계까지 추진하던 중에 숨고르기를 위한 시간의 필요성 때문에 중단된 상태에 있다. 한국교회의 희망인 NCCK와 한기총의 협의체라도 만들어서 한국교회의 진보와 보수를 하나로 묶어서 은사의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공동의 과제를 협의하는 하나의 교회를 지향해야만 할 것이다.

지금 WCC 총회를 앞에 두고 다시 분열하는 것은 사탄의 무서운 유혹이다. 칼빈의 신앙과 신학과 교회일치의 정신을 계승하여 한국교회가 하나되도록 모든 지도자들은 합심하여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지 않도록 지켜야만 할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교회의 하나된 모습을 세계교회 앞에 보이고 복음주의권의 어떤 행사도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하여 성공적으로 치름으로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의 중심에 우뚝 서서 미래의 세계교회를 이끌어가야만 할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가 분열하면 중대한 위기를 맞이할 것이고, 연합하면 세계교회 역사 중에 앞장서는 기회를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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