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공적 영역인가 사적영역인가?

교육, 공적 영역인가 사적영역인가?

[ 입시사교육바로세웁시다 ] <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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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6월 24일(수) 15:16

정병오/좋은교사운동 대표

우리나라 전통에서 교육은 철저하게 사적 영역에 속한 일이었다. 그것은 마치 부모가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일과 유사하게 취급되었고, 자녀의 미래에 대한 고급 투자로 생각되었다. 국가가 한 일이라고는 과거시험을 통해 개인이 자기 돈을 투자해서 공부한 사람들 가운데 관료를 선발하는 일을 했을 뿐이었다. 이렇게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적 투자를 통해 선발된 사람들은 그 선발이 주는 권력과 부를 누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자신이 쌓은 교육적 자산에 대해 사회에 감사를 하거나 사회를 위해 섬겨야 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물론 이 가운데서도 이런 생각을 가진 소수의 사람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전통은 조선 왕조의 붕괴와 함께 신분 사회가 붕괴되고, 교육의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고, 국가가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근대 공교육 사상이 도입되는 상황에도 이어졌다. 오히려 신분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교육은 신분 상승의 유일한 통로로 인식되면서 교육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개인과 자녀의 신분상승에 대한 욕망으로 과열된 교육열이 개인은 물론이고 결과적으로 사회 발전에도 일부 기여한 면이 없지는 않으나 더 많은 부분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교육을 사적인 영역으로 생각하는 전통이 가져온 가장 부정적인 결과는 교육을 받은 자가 교육의 성과를 사유화하고, 교육을 받지 못한 자나 사회에 대한 책무성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비의 많은 부분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력이 없는 사람은 교육을 받지 못하고 교육이 사회의 계층화와 양극화를 더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다. 반면 루터를 비롯한 개신교의 영향을 받은 유럽의 전통은 교육을 철저하게 공적인 영역으로 보았다. 그래서 초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그 비용을 부담한다. 국가가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의 세금으로 운영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은 돈 많은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자들의 교육비까지 함께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과 사회의 도움으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자신의 교육적 결과로 인해 많은 특권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때문에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가 크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도 교육을 사적 영역으로 여기고 개인에게 교육비 부담을 다 떠안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생각과 제도를 바꾸어, 국가가 교육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부담함을 통해 교육의 기회 뿐 아니라 교육의 결과도 공적 자산으로 승화시키고, 사회의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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