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흔적

그리스도의 흔적

[ 땅끝에서온편지 ] < 3 > 교회 지원 사역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6월 02일(화) 18:45

   
▲ 메마른 땅에 지하수가 개발되어 푸른 농장을 만들고 교회도 새로 건축한 씨춤교회 교인들.
선교사는 가르치는 것 뿐 아니라 실천하는 본이 되는 존재이다. 우리 가정이 어느 지역에서 사역하기를 원하시는지,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 여러 지역의 교회들을 방문했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한 번 설교를 부탁드리겠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치앙마이에서 70km 떨어진, 노회 차원에서 볼 때 소외된 지역에 위치한 쫌통교회를 방문하자 어떤 할머니 한분이 "꼭 와서 도와주세요"라며 눈물을 보이시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 말이 마치 사도행전 16장의 마게도냐 사람의 "와서 도우라"는 부르심의 손짓으로 받아들이고 노회의 허락을 받아 그 지역 교구목사로 시무하면서 퐁싹전도사와 동역을 시작했다. 사실 그곳은 목회자들이 기피하던 지역이었다. 그 곳에는 세 교회(후에 다섯개로 늘어남)가 있었는데 이런저런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즉 헌금은 하지만 교인들이 빌려 쓰고는 갚지 않았고, 교회 부지가 장로 명의로 되어있어 나중에 재산권 분쟁의 가능성이 있었다. 건물이 낡아 제대로 예배드리기도 어려웠고 성경공부와 설교자가 없어 장로님들이 돌아가면서 설교하는데 영성이 없었다. 또 지역 사회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어린이 학교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가족들은 주말이면 전도사님들과 함께 장년과 청년 성경공부, 기도회, 주일 예배를 시작했다.

또한 쫌통군 일대를 순회하면서 전도와 교회 개척을 병행했다. 2~3년 간 꾸준히 사역을 하자 교회들이 변화되었다. 씨춤교회는 장로들이 나서서 자녀들과 교인들에게 주일에는 일을 하지 말라고 가르쳤고, 외국 선교부가 땅을 자신들의 이름으로 양도하자 자립을 위해 받은 땅의 십일조와 농산물의 십일조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 후 식수 펌프 하나로 서른 가정이 간신히 의존해 생활했던 그 교회는 외부의 도움을 받아 지하수 시설을 만들어 식수와 농업 용수로 사용하게 되어 초록색 과실을 수확하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다른 한 교회는 지금까지 빌려간 헌금을 갚도록 하기 위해 교회 건축시 교인들이 와서 일하고 일당 중 반은 빚을 갚는 것으로 정해 결국 모두가 빚을 청산하게 되었고, 교회 부지에 대한 재산권은 총회 유지재단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교회들이 생명력을 갖고 성장하기 시작했으며 주님께서는 영육간에 많은 복을 내리셨다. 쫌통교회는 한 장로님의 10년 간의 헌신으로 많은 복음의 결실을 거두게 되었고, 해당 지역으로부터도 인정받게 되었다.

태국에서 제일 높은 산인 인타논산 정상을 지나 전도하러 갈 때였다. 한 차에 일곱 명이 타고, TV와 영사기 등의 짐을 가득 실은 상태에서 꼬불꼬불한 99고개를 내려 가다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아무런 느낌 없이 푹 들어가면서 차가 서지 않는 것이었다. 브레이크가 파열된 것이다. 내리막길 커브였다면 모두 수 십길 낭떠러지로 굴렀을텐데 주님의 은혜로 마침 오르막길이어서 차가 간신히 설 수 있었다. 내려보니 바퀴에서 연기가 나고 기름이 새어나오고, 휠이 너무 뜨거워 손을 댈 수가 없었다. 마침 지나가는 정규노선 차를 타고 기술자를 불러 수리한 후 전도사역을 감당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내리막 길을 갈 때마다 뒤에서는 "아짠 조(조 목사님), 브레이크를 밟지 말고 낮은 기어를 쓰세요"라고 명령아닌 명령을 한다. 그 후에 동승했던 일곱 명은 '역전의 용사'라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필자는 가끔 이 길을 다니면서 그 당시를 회상하고 기어를 사용하면서 다닌다.

주님이 지켜주시지 않으셨다면…, 선교는 주님의 인도와 역사하심 없이는 할 수 없음을 안다. 이 교회들을 돌아보면서 우리 네 식구는 교인 가정이나 교회 바닥, 툇마루에서 자면서 추위에 떨기도 했고 도마뱀 보다 10배쯤 크고 끔찍하게 생긴 '뚝께'라는 파충류가 천정에서 '뚝께 뚝께' 소리를 내며 우는 것을 들으며 몸서리치기도 했다. 모기는 말할 것도 없고 20년이 넘은 지금도 진물이 나올 만큼 지독한 벌레에 물리는 경험을 하면서 사도 바울이 간증한 '그리스도의 흔적'(갈 6:17)을 기억하고 우리의 모든 상처들이 그리스도의 흔적임을 상고하며 감사함으로 사역하고 있다.

새로운 선교사가 올 때 필자는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기 보다는 먼저 기존 교회에서 사역을 경험하고 새로운 사역을 모색하도록 권고한다. 부디 세계 각처에서 사역하고 있는 모든 선교사들에게 생명의 위험과 각가지 질병의 위험이 있을지라도 주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으로 복음의 진보가 있기를 소망한다.


조준형
태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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