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팔순에 스크린 데뷔한 다큐멘터리 감독 조경자권사
"영화 찍는거? 그거 내가 좋아서 하면 안돼. 그냥 취미로 해서는 안된다는 뜻이야. 하나님이 '너 그거 하지마'라고 안하시는 거는 주님의 일 하라 하시는 거지."
팔순의 나이에 스크린에 데뷔한 조경자권사(갈보리교회)는 영화계에서 '무서운' 신예로 떠오르는 샛별이다.
지난 제1
팔순의 나이에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조경자감독은 영화계에서는 떠오로는 '샛별'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다. |
그런 그가 "세 편의 영화를 찍는 내내 이 일이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일인지 혹여나 내 자랑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웠다"고 고백해 놀라웠다.
"하나님이 하지 말라 하시면 바로 그만두려고 했지만 기독공보를 통해 신앙을 고백할 기회를 주시는 것은 분명 뜻이 있는 것"이라는 조 감독은 "사실 담임목사님이 하시는 성막세미나 사역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었는데 목사님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랐다"면서 "하지만 하나님께서 기독공보를 통해 기회를 주시는 것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흔이 한참 넘어서야 6mm 디지털카메라를 잡고 80세가 넘어서야 신인감독을 데뷔했지만 사실 조 감독은 '영화광'이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어린 아들을 등에 업고 '에덴의 동쪽' '로마의 휴일'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개봉영화를 빠짐없이 챙겼다.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제임스 딘을 좋아했고, 그래서 그가 출연한 영화주제곡에 가슴을 설레어 했던 조 감독은 잠시 눈을 감더니 낯선 노래를 흥얼거린다.
"에덴의 동쪽 주제가야. 이 노래 배우려고 서울의 유명한 카페는 다 찾아다녔다니까(웃음) … 사실 내 고향이 황해도 해주야. 어쩌면 영화는 북에 남겨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했어…."
조 감독이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게 된 것은 연극무대 때문이었다. "무대에 서는 게 꿈"일 정도로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했던 조 감독은 어릴 적 교회에서 성탄절 마다 올려지는 연극무대에 서고 싶어 1년 내내 연습을 할 정도였다.
4남매를 시집 장가 보내고 증손자를 보고 나서야 꿈을 이루게 된 조 감독은 노인복지센터를 통해 무대에 서게 됐고 연극을 홍보하는 영상물을 제작하기 위해 우연치 않게 영상아카데미에서 처음 카메라를 잡게 됐다.
조 감독은 촬영법을 배운 뒤 지난 2005년 저출산문제를 다룬 '산부인과'를 그 이듬해에 어릴 적 살던 한옥집에서 오빠와 함께 숨바꼭질하던 기억을 담은 '한옥예찬'을 찍었다.
그리고 얼마전 또 한 편의 영화, '책 동네 사람 동네' 촬영을 마쳤다.
"서점에는 배움과 동심이 함께 있어.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소통하는 곳이기도 하지. 소크라테스 괴테 등 시대를 앞서 살았던 많은 사람들에게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방과 그것을 외면하고 있는 현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이번 영화는 어쩐지 그의 삶과 닮아 있는 것 같다. 그는 50대 초반에 처음 영어공부를 시작했고 60대 초반에는 평생교육에서 수필론을 공부해 65세에 '룸넘버 102호'로 문단에 등단했다.
70세가 넘어서는 "오늘을 넘기면 다시는 핸들을 잡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해 면허를 땄다. 그래서일까.
여든이 넘은 그에게 사람들은 '미스 조'라 부른다. 끝없이 도전하고 끝없이 배우려는 그의 열정에 그는 누구에게나 '친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