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찍는 일? 다 주님 위한 일이지"

[ 인터뷰 ] 팔순에 스크린 데뷔한 다큐멘터리 감독 조경자권사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09년 04월 23일(목) 09:36

"영화 찍는거? 그거 내가 좋아서 하면 안돼. 그냥 취미로 해서는 안된다는 뜻이야. 하나님이 '너 그거 하지마'라고 안하시는 거는 주님의 일 하라 하시는 거지."

팔순의 나이에 스크린에 데뷔한 조경자권사(갈보리교회)는 영화계에서 '무서운' 신예로 떠오르는 샛별이다.

지난 제1
   
팔순의 나이에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조경자감독은 영화계에서는 떠오로는 '샛별'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다.
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단편 다큐멘터리 '꼬마사장님과 키다리 조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고령 여성의 노동과 빈곤 문제의 핵심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해 큰 박수를 받았으며 '팔십 넘은 할머니'가 만들었다는 이유로 그 어떤 특별한 가산점이 필요하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가 "세 편의 영화를 찍는 내내 이 일이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일인지 혹여나 내 자랑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웠다"고 고백해 놀라웠다.

"하나님이 하지 말라 하시면 바로 그만두려고 했지만 기독공보를 통해 신앙을 고백할 기회를 주시는 것은 분명 뜻이 있는 것"이라는 조 감독은 "사실 담임목사님이 하시는 성막세미나 사역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었는데 목사님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랐다"면서 "하지만 하나님께서 기독공보를 통해 기회를 주시는 것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흔이 한참 넘어서야 6mm 디지털카메라를 잡고 80세가 넘어서야 신인감독을 데뷔했지만 사실 조 감독은 '영화광'이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어린 아들을 등에 업고 '에덴의 동쪽' '로마의 휴일'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개봉영화를 빠짐없이 챙겼다.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제임스 딘을 좋아했고, 그래서 그가 출연한 영화주제곡에 가슴을 설레어 했던 조 감독은 잠시 눈을 감더니 낯선 노래를 흥얼거린다.

"에덴의 동쪽 주제가야. 이 노래 배우려고 서울의 유명한 카페는 다 찾아다녔다니까(웃음) … 사실 내 고향이 황해도 해주야. 어쩌면 영화는 북에 남겨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했어…."

조 감독이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게 된 것은 연극무대 때문이었다. "무대에 서는 게 꿈"일 정도로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했던 조 감독은 어릴 적 교회에서 성탄절 마다 올려지는 연극무대에 서고 싶어 1년 내내 연습을 할 정도였다.

4남매를 시집 장가 보내고 증손자를 보고 나서야 꿈을 이루게 된 조 감독은 노인복지센터를 통해 무대에 서게 됐고 연극을 홍보하는 영상물을 제작하기 위해 우연치 않게 영상아카데미에서 처음 카메라를 잡게 됐다.

조 감독은 촬영법을 배운 뒤 지난 2005년 저출산문제를 다룬 '산부인과'를 그 이듬해에 어릴 적 살던 한옥집에서 오빠와 함께 숨바꼭질하던 기억을 담은 '한옥예찬'을 찍었다.

그리고 얼마전 또 한 편의 영화, '책 동네 사람 동네' 촬영을 마쳤다.

"서점에는 배움과 동심이 함께 있어.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소통하는 곳이기도 하지. 소크라테스 괴테 등 시대를 앞서 살았던 많은 사람들에게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방과 그것을 외면하고 있는 현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이번 영화는 어쩐지 그의 삶과 닮아 있는 것 같다. 그는 50대 초반에 처음 영어공부를 시작했고 60대 초반에는 평생교육에서 수필론을 공부해 65세에 '룸넘버 102호'로 문단에 등단했다.

70세가 넘어서는 "오늘을 넘기면 다시는 핸들을 잡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해 면허를 땄다. 그래서일까.

여든이 넘은 그에게 사람들은 '미스 조'라 부른다. 끝없이 도전하고 끝없이 배우려는 그의 열정에 그는 누구에게나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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