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의 눈으로 보자

소망의 눈으로 보자

[ 연재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4월 08일(수) 10:25

한 나이 많은 할머니가 어느 날 추운 겨울에 창 앞을 바라다보고 서 있었다. 창밖에는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아주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그것을 바라 본 할머니는 마음이 슬퍼지고 흐트러지면서 그 나무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누군가 저 나무를 잘라버려야 해. 그들은 다시는 살아나지 못할 거야"라고 중얼거렸다.
 
우리는 때로는 격동하는 인생 속에서 거친 경험을 하면서 아픔과 고통스러움의 시간들을 보내곤 한다. 실패의 경험이 쌓여갈 때 쉽게 자신을 포기하고 소망을 내려놓고 싶어하기도 한다. '내 나뭇잎은 다 떨어진 거야. 쉽게 소생할 수 없어'라고 하면서 자신을 쉽게 포기하기도 한다. 때로는 아주 사랑했던 친구와 말다툼 끝에 돌이킬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릴 때가 있기도 하고, 처음 결혼할 때에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서로 사랑해서 결혼까지 한 부부였지만, 지금은 그 사랑이 다 어디에 갔는지 불모지와 같이 황폐해진 마음을 바라보면서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언제부턴가 자녀를 낳으면서 그 아이가 앙증맞게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 아이를 멋지게 키워야지'하며 희망을 품고 그를 향한 계획과 꿈도 가졌었지만 그 아이가 점점 사회에서 일탈행동을 하고 돌이킬 수 없을 상황이 되어감을 보면서 부모 된 자신을 채찍질하며 괴로워할 때도 있다.
 
하나님께서는 끊임없이 부모를 공경하라고 말하시지만 새벽기도에 나오고 주일예배에 열심히 참석하고 하나님 앞에 모든 봉사를 다하면서도 한 부모, 어머니 한 분을 사랑하지 못해서 고부간의 갈등과 불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자신을 향해 '그만두자. 이제는 관계를 끊어버리자. 헤어지자. 나에겐 더 이상 희망이 없어. 절망적일 뿐이야'라고 말하며, 소중한 관계들을 쉽게 포기할 절차를 밟아간다.
 
목회 기간이 길어질수록 내 몸에 나타나는 증상은 주변에 있는 성도들의 삶의 무게가 점점 내 삶의 무게로 다가와 이것이 통증으로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현실에서도 늘 다시 위로받는 것은 하나님이 그분의 존재와 권능으로 우리에게 찾아와 소망의 불씨를 다시 올라오게 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하나님은 그 불가능을 얼마든지 가능으로, 소망으로 바꾸어 주실 수 있는 분이기에 말이다.
 
미국의 카터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있던 찰스 칼슨은 '다시 태어난다(Born Again)'라는 책을 쓰면서 그 저술을 위해서 교도소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여러 종류의 죄수들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이 들은 계속해서 자신의 몸을 자해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머리를 벽에 부딪치며 자신의 동맥을 끊어 버리기도 하며, 어떻게 하든지 죽을 일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감옥 구석에 박혀서 모든 관계를 끊어 버리고 침묵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또 다른 한 그룹은 마당에 나가서 운동도 하고, 몸도 단장하고, 책도 읽고 언젠가 다가올 새 생활을 위해 출소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이 어떤 환경에 있는가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어떠한가이다. 또한 그가 지금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2차 대전때 전쟁 포로수용소에서 군의관들이 일련의 포로들을 보면서 특이한 증상을 발견하고는 이에 맞는 새로운 병명 하나 지었는데, 그것은 '가시 철망병'이었다고 한다. 이 병은 무엇을 먹어도 살이 찌지않고 정신이 극도로 쇠약해져서 누워만 있으려고 하는 병이었는데 아무도 이 병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몰랐다. 다만 철조망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생긴 병이라서 군의관들은 그것을 '가시철망병'이라는 병명을 붙인 것이었다. 그런데 이 환자들에게서 발견된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모든 일과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늘 투덜대고 불만을 늘어놓는다고 하는 사실이었다. 가시철망이 그들이 원하는 모든 자유를 박탈해버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감사할 여유를 모두 빼앗기고, 불만의 분화구로 변해 버렸던 것이다.

가시철망 병은 전쟁 중의 포로수용소에만 국한되지 않고 오늘의 우리들에게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오늘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 유독 어떤 사람은 이 병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이 병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그 원인은 무엇일까?  하루종일 눈앞에 있는 가시철망만을 바라보고 좌절하고, 원망하고, 불평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철망 너머의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언젠가는 자유로이 거리를 활보하며 사랑하는 가족과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가꾸어온 꿈을 펼쳐갈 자신을 기대하면서 내 인생의 가시철망 밑을 들추고 올라오는 한 송이의 작은 꽃을 바라보는 삶의 여유, 그것이 지금 필요한 때이다.
 
한 할머니가 말한 것처럼 '저 나무는 잘라버려야 해. 이제 더 이상 소망이 없어. 그것은 다시는 살아나지 못 할거야'라고 삶의 고리를 쉽게 접고 떠나는 오늘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아파하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 나무, 자르지 말고 다시 한번 당신의 나무에 희망의 옷을 입혀보아요, 반드시 초록의 물이 올라올 거에요, 봄이 오고 있잖아요"라고.

김예식목사
예심교회ㆍ장신대
목회상담학과 겸임교수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