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섬에 불어온 그리스도의 바람

동쪽 섬에 불어온 그리스도의 바람

[ 교계 ] 울릉도선교 백주년 특집(上) 천부제일·도동제일·울릉간령 올해로 백주년

정보미 기자 jbm@pckworld.com
2009년 03월 24일(화) 15:38

   
▲ 쪽빛바다와 울창한 숲으로 이뤄진 절해고도의 섬 울릉도가 선교 1백주년을 맞은 가운데 오징어잡이 배들이 저동항에 한가로이 떠있다. /사진 정보미기자
"선시에 강원도 삼척군 부호 감리교우 김병두가 래전복음(來傳福音)하야 함영수 등 수인이 인가귀도(引家歸道)하야 예배당을 신축하고 교회를 설립하니라."(조선예수교장로회 사기 1909년 기록중에서)

【울릉도=정보미기자】 '나무(木)ㆍ사람(人)ㆍ물(水)', 유인도가 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를 만족시켜야 한다. 동쪽 쪽빛 바다위에 장엄하게 솟아오른 울릉도에는 울창한 숲과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지하수, 그리고 그 안에 넉넉한 마음과 푸근한 미소를 지닌 사람들이 있었다.

1만여 명의 주민들 절반 이상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울릉도. 해마다 오징어잡이 철이 되면 '통통통' 작은 어선 위에 주렁주렁 전구를 매달고 모두가 잠들어 있는 고요한 밤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싣고 출항한다. 지금으로부터 백년 전인 1909년, 뱃길을 따라 울릉도로 향한 또 하나의 배가 있었으니 이 곳에 최초로 복음을 들고 온 대영성서공회 소속 매서인 김병두(부호감리교회)이다.

   
▲ 1964년 1월 11일 촬영한 천부제일교회 성도들 모습. 울릉도에서 최초로 설립된 천부제일교회가 올해로 1백주년을 맞았다. /사진제공 천부제일교회
울릉도가 올해로 선교 백주년을 맞았다. 오는 4월 29일 그 감사의 기도를 창립 1백주년 맞는 도동제일교회(최승호목사 시무)에서 올린다. 김병두가 기독교를 전한 뒤 세워진 '네 쌍동이' 나리교회(현 천부제일교회) 도동교회(현 도동제일교회) 장흥교회(현 울릉간령교회) 저동교회(울릉동광교회 전신), 이중 나리 도동 장흥 3개 교회가 나란히 백돌을 맞았다.

군소단위로 볼때 전북 신안군 다음으로 복음화율이 높은 울릉군은 기독교 인구가 30%를 넘는다. 복음이 전해진 첫 해 네 교회로 시작해 현재는 예장통합(본교단) 9개, 예장합동 4개, 예장고신 3개, 기침 17개, 기감 2개, 순복음 1개 등 총 36개 교회가 울릉도 각처에서 하나님의 말씀과 사랑을 전하고 있다.

김병두 외에도 많은 이들이 이 땅에 기도의 눈물을 뿌렸다. 울릉도를 방문한 첫 번째 목사는 1910년 2월 한국주재 호주선교사로 내한한 호주 선교부 소속 매견시(J.N.Mackenzie)이다. 그는 경상노회의 파송을 받아 1913년, 1915년, 1916년 세 차례 울릉도를 방문해 현지 교회들을 다니며 순행(巡行)목사로 시무했다.

당시 울릉도는 상주 목회자 없이 육지에 있는 선교사나 목사들이 들어와 도(島) 내에 있는 교회들을 순행하며 예배를 인도하고 세례를 주었다. 부산YMCA 창설자인 조사 신필수는 섬 개척이후 첫 흉년을 당해 형편이 어려워진 교인들을 구제하고자 1914년 10월 입도해 쌀과 의복을 분배하기도 했다.

   
▲ 울릉도 첫 상주목사이자 첫 순교자 주낙서목사의 제적등본.
울릉도에 목회자가 상주하기 시작한 건 1944년 부터다. 그해 8월, 대구 서남교회에서 목회하던 주낙서목사가 울릉도의 첫 목회자로 파송을 받는다. 주 목사는 도동 저동 천부 현포 태하 간령 등 6개 교회의 당회장으로 시무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와 울릉도의 인연은 너무나 짧았다. 도중(島中) 교회를 시무한지 4개월 째인 12월 12일, 연합 당회와 전도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당시 동행했던 오우석 조사, 백만술 영수와 함께 폭설을 피하지 못하고 순교하게 된다. 울릉도선교백년사를 집필하고 있는 임종훈목사(남양제일교회 시무)에 따르면 울릉도의 분지 마을 나리동을 지나 나리령이라고도 불리는 장재를 넘어 저동 쪽으로 30~40m를 못가 순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울릉기상대의 기록을 보면 12일엔 12mm이던 적설량이 13일엔 2백50mm, 14일은 2백55mm로 나타나 있다. 이틀 새에 허리에 찰 정도로 눈이 내린 것이다. 주 목사가 12일 밤 10시 20분 당회를 마친 것으로 전해지니 그는 밤새 산을 넘다 점점 쌓이는 눈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울릉도 첫 상주 목사이자 최초 순교자인 셈이다.

바닷가를 끼고 있는 지역은 옛부터 고기잡이 풍년을 기원하는 풍어제를 지낸다. 하지만 울릉도는 일찍부터 교회가 정착해 믿음의 뿌리를 내린 섬으로 미신적 요소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유난히 따스하게 느껴지는 건 척박한 땅에서 복음의 터전을 일궈온 울릉도 교인들의 그리스도 향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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