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세이] 브루크너의 마지막 교향곡

[음악에세이] 브루크너의 마지막 교향곡

[ 음악에세이 ] 유혜자의 음악에세이(138,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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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8일(화) 00:00

   
 
 
성 플로리안 성당의 정문 안쪽, 파이프 오르간이 올려다 보이는 곳의 바닥에는 안톤 브루크너(Bruckner, Anton 1824-1896)라고 새긴 석판이 박혀 있었다. 묵념 후, 2층에 있는 장식품 같이 반짝이는 오르간을 올려다보니 브루크너 교향곡의 바탕인 광대하고 깊은 오르간 소리가 햇살처럼 퍼져 나올 것 같았다. 파이프가 무려 7천 개가 넘고  높이도 11m나 되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것이라고 했다.

브람스와 함께 베토벤의 후계자로 독일 교향곡의 전통을 이은 브루크너가 소년 합창단원으로, 조교사로 청소년시대의 대부분을 보낸, 노란 벽과 빨간 지붕의 플로리안 수도원 건물과 성당을 둘러보았다. 브루크너는 평생 자신의 음악의 중심이 된 신앙, 창작 활동의 밑바탕이 된 수도원에 자주 들렀다는데, 사후에도 유해를 파이프 오르간 밑에 묻어달라고 해서 영원한 집으로 삼고 있었다.

신앙의 승리자인 브루크너는 마지막 교향곡 9번을 사랑하는 신에게 헌정하기로 하고 작곡했는데 모태 신자인 나는 무엇으로 봉헌할 수 있을까. 지난 몇 년 동안 음악 에세이를 연재하면서 되도록이면 하나님을 섬기고 찬양한 음악 에세이를 쓰려고 했다. 나는 성 플로리안 수도원의 마당에서 성당의 첨탑을 올려다보며 음악 에세이 연재의 마지막 글은 신을 섬기고 감사하며 열렬히 기도하며 살았던 브루크너의 마지막 교향곡에 대한 글을 쓰기로 작정하고 돌아왔다. 이 교향곡 3악장은 브루크너가 만년에 깨달은 종교적 경지를 느낄 수 있을 만큼 고요와 평화로움이 충만한 음악이다.

교향곡 9번은 3악장까지만 쓴 미완성곡인데, 3악장의 악상 기호인 '아다지오'는 '천천히 장중하게'의 뜻이다. 린츠 근교 작은 마을인 안스펠덴에서 교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부친에게서 음악을 배워 일찍이 오르간 주자, 작곡가로 활동했지만 그의 이름은 '천천히' 알려졌다. 18살 때부터 미사곡을 쓴 그는 40세에야 교향곡 1번을 발표, 50세에 발표한 교향곡 2번과 그 이후의 교향곡들이 악평을 받고, 60세에야 교향곡 7번으로 호평을 받았으니 그야말로 '천천히' 빛을 본 것이다.

비사교적이고 시대를 초월한 듯 엄숙한 그의 작품에 당시 사람들의 반응이 냉담했고 작곡가들과 교제를 하지 않아 외로웠다. 단 바그너의 '탄호이저'를 보고 존경하게 된 그는 교향곡 3번을 그에게 바치고 바그너의 격려로 공연을 했으나 실패했다. 악장이 끝날 때마다 청중이 자리를 떠나 마지막 악장에서는 10여 명만 남았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계속 교향곡을 써서 교향곡 7번이 드디어 호평을 받은데 이어 8번은 여러 번 개작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브루크너가 빈 대학에서 강의를 했는데 음악 평론가 카를 코바르트가 학생 시절, 친구들과 교수에게 요청하여 8번 교향곡 중에서 일부를 피아노 연주로 들은 일이 있었다.

"연주를 하고 있는 동안 병약하고 시골스러운 풍모는 사라지고 거인이 우리들 앞에 서 있었다. 불꽃처럼 빛나는 눈과 폭풍처럼 환성을 지르는 입술, 홀연히 불멸의 음을 예고하는 거인이었다… 초라한 교실은 대성당으로 바뀌어 큰 회당에서 오르간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기도, 예술가의 가장 깊은 신앙, 행복감, 창조적인 인간의 무아지경은 불타올라 영원히 빛나는 숭고한 삶에까지 승화되어 갔다."고 회고했다.

브루크너는 새로운 시도로 교향곡 9번에 착수했다. 그러나 건강이 악화되어 9년 동안 3악장 밖에 못 쓰고, 죽기 3년 전 유서까지 썼는데 열렬히 기도하며 3년을 더 살았다. 72세로 숨지는 날 오전까지 9번의 끝악장을 스케치 한 뒤 오후 3시에 숨을 거뒀다. 그가 숨진 후 7년 만에 제자 뢰베의 지휘로 빈에서 초연되었는데 끝악장은 그의 성스러운 작품 '테 데움'으로 했다. 

하나님의 사랑과 함께, 참으로 평화롭게 브루크너의 신앙이 녹아든 9번 교향곡 3악장은 영원히 우리 가슴 곁에 있을 것을 확신하며 독자들 곁을 떠날 수 있어 기쁘다. 감사드린다.

*지난 6년 동안 연재되었던 '유혜자의 음악에세이'가 1백38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집필해 주신 필자 유혜자권사님과 삽화를 그려주신 장주봉화백님 그리고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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