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빨요정

[데스크칼럼] 이빨요정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kidokongbo.com
2007년 11월 01일(목) 00:00

캐나다에 이민 간 친구가 잠시 한국에 나와서 저녁 식사를 함께한 일이 있습니다. 공대를 졸업하고 일류기업 엔지니어였던 친구는 마흔을 넘기고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하고 3년 전 캐나다로 취업 이민을 떠났습니다. 국내에서도 재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듯 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친구들 보기 '안쓰럽게' 이민을 갔습니다. 물론 친구들 보기에 그랬다는 거죠. 그러나 정작 그 친구는 기대에 가득찬 모습으로 떠났습니다. 여러가지 기대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아이들 공부 문제도 있었습니다. 얼마전 만났을 때 큰 딸 아이가 우수한 성적으로 음대에 진학했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그가 잃어버렸던 신앙을 되찾았다는 겁니다. 저와 그 친구는 초중고등학교 시절, 함께 같은 교회학교에서 성장했기에 누구보다도 가깝고 서로를 잘 알았습니다. 그런 그가 대학을 다니면서부터 차츰 교회 생활을 멀리하더니 이민 가기 전엔 완전히 하나님을 잃어버린 듯 했습니다. 그런데 잃어버렸던 믿음을 되찾았다고 제게 말하는 순간,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요.

그곳에서 그는 치과에서 보철용 치아를 제조하는 기공사로 일합니다. 전공과는 전혀 다른 일이지만 상당히 만족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캐나다에서 전래돼 오는 치아와 관련된 설화를 듣게 됐습니다.

소위 '이빨 요정(tooth fairy)'이라는 것인데 아이들이 이가 빠졌을 때, 그것을 칫솔로 닦거나 물컵에 넣어서 잘 닦은 후 베개 밑에 넣고 잔다고 합니다. 밤 사이에 '이빨 요정'은 이를 가져가는 대신 금화를 두고 간다는 것입니다. 물론 부모가 하는 일이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캐나다 동전 중에서 금빛이 나는 것은 1달러 짜리 동전 뿐이랍니다. 요즘엔 동전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로 바뀌었다는군요.

이를 뽑은 아이에게 금화나 선물을 준다는 것은 이를 뽑는 무시무시한 일을 잘 참고 견뎌냈다는 칭찬의 의미, 그리고 앞으로도 뽑을 이가 남아 있을 테니 그때도 잘하라는 격려의 의미가 아닐까요? 한편 집이 아닌 학교나 교회에서 이가 빠지면 선생님이 조그만 이빨 모양이 달린 목걸이를 선물해 준다고 합니다. 그 목걸이 안에 빠진 자기 이빨을 넣어둔다는 겁니다.

이빨 요정 이야기를 하던 친구는 이 대목에서 목사인 제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전설의 내용을 교회에서 사용해도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설교나 성경공부 시간은 성경에 충실한 말씀이 전하여지는게 당연하고, 교회 내 일상 프로그램 속에서도 모든 것이 성경적으로 어긋나면 안된다"며 친구의 말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이빨 요정'은 교리나 신학적으로 분석할 정도의 설화가 아니라 그 나라 고유의 풍습에 가까운 것으로서 '애교'로 봐줄만하다는 말도 함께 해 주었습니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문득 토착화 문제, 민중신학, 평화통일 선언 등 2~30년 전엔 수용할 수 없었던 것들이 지금은 보편화돼 있는 것을 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언제나 변함없는 주님을 붙들고 사는 일이 중요함을 새삼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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