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칼럼] 우리 정신이 깃든 교회를 위하여

[논설위원칼럼] 우리 정신이 깃든 교회를 위하여

[ 논설위원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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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4일(수) 00:00

   
 
 
손달익
서문교회 목사

며칠 전 미국 하버드대학의 신임 총장 취임식이 있었다. 하버드 대학의 3백71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여성인 길핀 파우스트박사가 총장으로 취임한 뜻 깊은 행사여서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파우스트박사는 지금까지의 하버드 교육을 분석하면서 최근의 하버드 교육을 'excellent without soul'로 표현했다. 세계 최고의 지식인을 교육시키는 탁월함이 있었지만 '혼'이 빠진 교육을 했고 이것이 세계 지성계의 천박함을 야기시켰다고 말했다.

그의 표현은 우리에게도 깊이 새겨야 할 내용이다. 종교개혁 기념주일을 맞이하면서 우리 개혁교회 안에 개혁정신이 있는지를 심각히 검토해야 할 만큼 우리 현실에 대하여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신앙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최우선의 목적으로 삼는 근본정신을 견지하지 못한 채 긴급하고 다양한 일들에 매몰되다보면 우리는 우리 정신을 잃어버린 교회가 될 수 있다. 개혁교회의 근본은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되는 교회이다'(eclesia reformenda semper reformenda)라는 말속에 잘 표현된 것처럼 현실에 대한 끝없는 성찰과 자기 점검을 통하여 날마다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는 교회이다.
 
우리는 또한 하나님의 절대 은혜에 의한 구원과 우주적 교회의 일치를 믿으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전적 헌신을 우리의 정신으로 하여 세상의 변혁과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꿈꾸는 교회라는 특성을 갖는다. 그러나 우리는 안타깝게도 우리 교회 현실에서 이와 같은 개혁교회의 전통과 정신이 희석되어 가는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
 
때로는 교회적 유익을 핑계삼고 혹은 세상과의 소통을 이유로 하고 또는 현실적 한계를 구실삼아 우리의 정신이 아닌 다른 가치에 물들어 가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더러는 오늘의 상황에서 교회를 지켜 보존하려면 현실의 실물가치와의 연대와 공존이 불가피함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논리로 교회를 유혹해서 타락시킨 경우는 얼마든지 있었다.
 
일제 말엽 신사참배를 총회가 결정할 때에도 일부 인사들은 '교회를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변질되기 시작한 교회는 이미 교회 아닌 교회가 되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경험했다. 교회 건물을 팔아 군국주의자들에게 헌납하고 사도신경의 내용까지 권력의 요구대로 수정했던 교회를 우리가 어떻게 더 이상 온전한 그리스도의 교회로 볼 수 있을까?
 
교회는 교회다울 때만 교회일 수 있다. 동시에 개혁교회는 개혁교회다울 때 가장 역동적이고 은혜롭고 신선할 수 있다. 가끔 목사안수식이나 후배 목사들의 위임식에서 권면을 할 때 빼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장로교회의 목사임을 기억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오순절 교회나 감리파의 목사가 아니라 개혁교회의 정신을 이어가는 장로교 목사임을 늘 염두에 두어야 예식도, 설교도, 행정과 치리도 장로교회의 정신을 따라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가끔 총회가 결정해서 진행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효율성이나 시의적절성을 논하기 이전에 우리정신에 부합하는 지를 먼저 신중히 검토하기를 제안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우리가 하는 일에 우리 신학과 우리 정신의 냄새가 풍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우리는 개혁교회일 수 있고 우리는 장로교인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 때 우리는 가장 아름답고 경건한 하나님의 교회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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