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재발견 <3>

[특집]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재발견 <3>

[ 교계 ] 총회장 가나ㆍ케냐 방문 동행 취재기, 땅 끝 '가나' 선교는 모두의 기쁨과 소망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7년 09월 12일(수) 00:00
   
 
전형적인 아프리카 여인
 

'아프리카' 하면 쉽게 떠올리는 원주민, 초원의 동물들, 열사와 열대우림과 같은 전형적인 모습도 다소 과장된 면은 있어도 분명 이들의 삶의 일부라면, 손에 손마다 핸드폰이 들려 있고, 비록 낡기는 하였어도 넘쳐나는 자동차와 도시화된 지역들은 어느 하나의 모습으로 아프리카를 말하는 것이 더 이상 이해가 아니라 오해가 될 수밖에 없음을 말해주는 것들이다.

이러한 검은 대륙의 상반된 모습은 기독교나 선교의 관점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참으로 한 모금의 맑은 물과 간단한 의약품이 필요한 주민들과 같이 예배당이라고는 몇 개 세워진 기둥 위에 커다란 잎사귀들로 엮어진 지붕 만 갖추고 있는 곳이 허다하고 가나장로교회 경우만 해도 3천 개의 교회를 5백 명의 목회자가 돌봐야 하는 어려운 형편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반면 한국교회보다 오랜 선교의 역사 속에 이 교회 지도자들이 보여 준 품위와 진지함, 그리고 의전과 회무 진행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이들이 대사회적으로 갖고 있는 영향력이나 지도력은 오히려 한국 교회가 겸허히 경청하고 또 배워야 할 만큼 탁월한 면이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이었다.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워낙 먼 거리에 위치한 때문인지 이곳 가나의 한인 디아스포라 공동체는 역사도 짧을 뿐더러 규모 또한 그리 크지 않았다. 수백 명에 불과한 이들 대부분은 또한 원양어업과 관련된 자리를 잡은 이들도, 수도 아크라 인근의 항구도시 '테마'를 근거지로 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가나장로교회 총회
 
가나에 도착한 이튿날 처음 맞게 된 주일예배는 이곳의 가나한인교회(고경철목사 시무)에서 지키게 됐다. 고속도로라고는 하나 우마차도 지나가고 사람도 왕래하는 형편이고 대부분의 이면도로 또한 포장된 곳이 그리 많지 않은 형편에서 교회가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은 그나마 구획이 잘 정리되고 주택들도 깔끔한 외양을 갖추고 있다.

가나는 물론 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이름난 사업가였던 고 김복남회장의 헌금으로 건립됐다는 예배당도 아담하지만 아름다웠고 잔디가 잘 가꾸어진 마당에서는 어린이들이 마음껏 공을 차고 있었다. 이날 예배에서는 한인교회 목회는 물론 교회를 통해 가나 컴퓨터학교 사역과 차로도 20시간 가까이 가야하는 가나 북부지역에서 사역 중인 선교사들을 지원하고 있는 동 교회의 담임 고경철목사를 총회의 자원선교사로 임명하는 파송식이 거행돼 현지 선교가 가일층 안정된 여건 속에 진행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다음날 방문단 일행은 3년 전 건립돼 한국과 가나 간 교회를 넘어선 협력의 좋은 모델로 평가 받고 있는 아코솜보의 컴퓨터 학교를 방문했다. 그동안 이곳은 매년 1천 명 가량의 수료생을 배출하면서 정부의 시책과도 일맥하는 ICT 교육 분야의 새로운 중심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는 대통령 면담을 통해서나 총회 개막예배에 참석한 부통령의 축사를 통해서도 거듭 언급되는 등 관심을 모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 아침 숙소를 나와 컴퓨터 학교로 향하는데 거리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나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광선 직전 총회장은 방문하는 곳마다 원주민 영신도의 정성어린 환대를 받았다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면 같은 디자인의 옷감으로 옷을 지어 입는 이 나라 전통에 따라 곱게 옷은 맞춰 입은 아코솜보교회 여전도회 회원들과 학교에서 교육 중인 학생들, 그리고 직원들이 나와 악기를 연주하며 흥겨운 춤으로 먼 곳에서 찾아온 일행을 맞아주었다.

학교 운영에 대해 최대한 자발성을 부여해 왔다는 설명처럼 10여 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극비(?)리에 준비했다는 행사는 자신들의 전통과 정성이 어우러진 순서들로 힘써 진행해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잊게 해주었다.

컴퓨터 훈련과 정비를 비롯해 언젠가는 인터넷 방송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꾸며진 다양한 시설 속에는 어느덧 이곳에서 훈련받은 젊은이들이 정식 직원이 되고 봉사자가 되어 주인의식을 갖고 일행을 안내하는가 하면 어린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신체장애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를 통해 컴퓨터 디자이너로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젊은이로부터 무슬림으로서 과정을 마친 뒤 이제는 지역에서 어린이들을 지도하는 청년도 있었다. 지난 3년 사이 장비가 많이 노후 되고, 또 국내에서는 더 이상 보기 힘든 커다란 모니터들로 채워져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 다소 답답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도 이명석 선교사의 사역을 후원하고 있는 영등포노회 관계자들과 이 선교사를 후원해 온 수원성교회 안광수 목사 등 일행은 원거리에서 답지하는 교육 요청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트북을 10여 대를 들고 와 전달하기도 했다. 이어 일행들은 전 재산을 다 정리해 아코솜보 인근에서 항공선교사의 꿈을 펼쳐가고 있는 조나단과 엘리자베스 포터 선교사 부부를 만나 의료 지원 사역을 중심으로 한 활동 내역과 비전을 소개 받은 뒤 이 선교사의 안내로 컴퓨터 이동교실이 마련돼 있는 아쿠아무피에 초등학교를 들렸다가 다시 이 선교사가 목회하고 있는 두 곳의 원주민교회를 방문하기도 했다.

산골짜기 화전민들이 출석하는 오도콤교회와 지역의 토지소유권을 갖고 있는 추장이 예수를 믿고 설립했다는 토티브교회 등이 그곳. 산골짜기 오솔길로 차를 몰아 올라가니 교회 입구에서부터 또 역시 온 성도들이 나와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찬양과 춤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또 일행을 맞는 모습도 소중했지만 이 선교사를 도와 짧지만 이 교회 어린이들을 지도했다는 단기선교사 윤창수 전도사의 사랑과 부여교회가 지원해 지었다는 대나무집 교육관, 그리고 조경환장로(영도교회)가 지원해 세웠다는 창고 건물 등 교회의 구석 구석에는 한국교회의 사랑이 덧입혀져 있었다.

   
 
화전민 부락에 세워진 '오도콤교회'는 도시를 벗어난 지역의 다른 교회들처럼 사방이 개방된 형태의 예배당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정기적으로 이곳을 방문해 성례전 등을 집례하는 이 선교사를 돕는 에벤 나티장로 역시 아코솜보교회 출신으로 자비량으로 봉사하면서 교회를 지키고 있었다. 이어 방문한 오도콤교회 역시 거의 비슷한 순서로 일행을 맞았다. 동 교회를 시무하는 싸스라쿠이 전도사는 마을의 추장 출신으로 70세가 가까운 고령에도 불구하고 한 촌락을 복음으로 변화시켜 가고 있었다. 한국교회 선교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할 때 사용되는 표현 가운데 ‘왕국’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곤 하는데 사실은 선교가 그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게토화 되어 버렸음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사역을 펼치고 있지만 선교 대상이요 복음의 주역들이 오히려 도구화되고 상대화되어 결국은 복음의 주변인으로 전락시켜 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을 우리는 세계 도처에서 보게 된다. 3년 전부터 이곳 가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비록 교단 간의 정식적인 협력 관계 속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한국과 가나 독일 등 세 교회의 협력 속에 함께 결정하며 필요와 소유를 나누고 있다는 점에서도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지도자들이 한국교회의 선교사역을 인정해 주고 또 지원을 약속한 것도 귀한 일이지만 어린 아이들로부터 청년과 이웃 나라에서까지 이 사역을 환영하고 또 와서 도와 줄 것을 요청하게 만든 힘은 많은 사람이 몰려가고 또 엄청난 물량을 투자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자기들과 함께 먹고 자고 반갑게 손을 부여 잡아주는 젊은 사역자들의 친근함과 자신들을 주역으로 내세워주고 믿어주는 신뢰감 속에서 또 다른 땅끝 가나에서의 선교는 모두의 기쁨과 소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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