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백원짜리 동전의 의미

[데스크칼럼] 백원짜리 동전의 의미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kidokongbo.com
2007년 07월 31일(화) 00:00
고 정채봉 시인의 '동전의 행로'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백원짜리 동전'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손과 손을 거친 동전은 어떤 사람의 손에서는 기쁨을 일궈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의 손에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였다고 자신의 삶을 추억합니다.

그러나 동전은 언제나 짜릿하고 떨리던 순간 만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번은 시골 아저씨의 지갑 속에 머물렀을 때의 일이라고 합니다. 길에서 펑펑 눈물을 쏟고 있는 아이를 만났습니다. 그 아이의 눈물은 심부름 가는 돈, 백원을 잃어서 생긴 것이었습니다. 그 때 아저씨가 자신을 꺼내어 아이의 손바닥 위에 놓았답니다. 동전은 그 순간 기쁨이 전류되어 흐르던 아이의 작은 손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또 한번은 할머니의 주머니 속에 있을 때 일이라고 합니다. 그 할머니는 꽤나 오랫동안 동전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할머니가 버스 정류장에서 두 다리가 없는 걸인을 만났습니다. 그 때 할머니는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동전을 찾느라 주머니를 뒤적거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주머니 속 귀퉁이에 끼어있는 동전을 찾아내지 못해 그냥 걸인을 지나치게 됐습니다. 한참을 가다가 주머니 속에서 동전이 만져지자 할머니는 오던 길을 돌아서서 걸인을 향해 갔습니다. 그 때 동전은 할머니의 손 끝이 자신을 만질 때 느꼈던 환희를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런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가난한 연인과 있을 때인데 그 연인들은 서로 아주 먼 거리에 떨어져 살았습니다. 공중전화로 대화를 할 때마다 동전이 부족하여 말을 아끼던 그 안타까움이란! 그 날 그 연인이 "늘 당신 곁에 있어요…"라고 하는데 하마터면 말이 끊어질 뻔 했답니다. 그런데 자기가 동전 투입구로 들어가서 통화가 끊어지지 않고 "…사랑과 함께"라는 말까지 전하게 되었을 때의 보람도 잊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동전은 그리고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부디 저를 꺼내어서 한번 더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저를 그냥 쓰여지는 것으로만 여기지 마시고 의미를 새겨주시기를 바랍니다. 저한테 또 한번의 값진 추억을 주시는 당신이기를 기대하며…"

백원은 자그마한 가치의 동전이기에 잘 굴러다니고 쉽게 잊어버리기도 하여 사람들이 하찮게 보아 넘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백원짜리 동전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고 소망이 되고 사랑이 되는지를 이 동화는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거대한 현대 물량주의 사회 속에서 비록 한번 쓰고 버려지는 소모품같은 존재일지라도 분명한 목적과 의미를 가진다면 그 삶은 아름답고 고귀하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아프간에서 순수봉사활동을 하다가 억류된 우리 젊은이들 중 또 한사람이 희생됐다는 소식을 이 아침에 듣습니다. 그들은 순수한 믿음과 복음의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헌신한 사람들입니다. 비록 탈레반이 그들의 목숨을 소모품처럼 여겼을지라도 그들의 삶은 정녕 고귀한 삶입니다. 먼저 간 두 사람과 그 유가족에게 하나님의 한없는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그리고 남아있는 스물 한 명 젊은이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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